집중조명 >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
| 지난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새 정부의 가치는 무엇보다 민생과 현장 그리고 약속의 정치로 국민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다. 국민들 역시 각박한 삶에 지친 서민과 중산층에게 희망을 주고,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국정철학을 펼쳐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호에 서는 지방분권개헌 및 지방 정부 국정참여 분야와 지방행정 및 재정분야에 대해 새정부의 국정 방향을 가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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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헌법개정을 통해서라도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글 | 홍정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지방자치법학회 명예회장)
경제부흥ㆍ국민행복ㆍ문화융성을 핵심 구호로 하는 새 정부가 선택한 국정과제인 지방균형발전 과 지방자치는 성공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행 지방 자치제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문제해결의 한 방법으로 자치사무의 범위, 지방재정의 보장, 자치입법권의 확대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새로운 헌법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 국민의 소리를 보다 겸허하게 들어야 할텐데 …
지난 2월 25일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과 더불어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을 핵심 구호로 하는 새 정부가 출범하였다.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면서 아울러 새 정부가 계획하는 바가 차질 없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진 정으로 바란다. 새 정부 역시 모든 국민의 정부이기 때문에 실패 하여서는 아니 된다. 새 정부의 실패는 국민의 실패가 되고 새 정부의 성공은 국민의 성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성공은 국민들의 힘이 결집될 때 가능할 것이다. 국민들의 힘의 결집을 위해 새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선거철만 지나가면 국민의 목소리가 먼 산에서 들려오는 메아리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누구보다도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보다 민감한 사람들이라 할, 권력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겸허해지고 더 겸손해져야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더 바르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권력에서 멀리멀리 떨어져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2. 지방자치, 제대로 된 틀을 갖추어야 하는데...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13년 2월 「보도 참고자료 2」로 발표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안 박근혜정부국정과제」라는 자료를 보면, Ⅱ.국정과제 추진계획, 국정목표 4-안전과 통합의 사회, 추진전략 18,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촉진의 목차 다음에 국정과제로서(112) 국민대통합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113) 지방대학 지원 확대, (114) 지방재정확충 및 건전성 강화, (115) 지방분권 강화 및 시민사회·지역공동체 활성화, (116) 지역경제와 산업의 활력 제고라는 항목이 보인다. 이것은 새 정부도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자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하에서 지방자치에 초점을 맞추어 약간의 생각을 적어본다.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된 시점부터 계산한다면 지방자치가 시행된지 20여 년이 지났다. 각 정권마다 지방자치 한다고 했지만, '지방자치가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졌는가?'라고 물을 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각 정권에서 세를 누렸던 사람을 제외한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 부정적인 시각이 보다 많은 것이 아닐까. 필자가 이해하는 「법치국가에서의 지방자치」라는 시각에서 볼 때, 아직까지도 지방자치의 기본적인 틀도 제도로 구축되어 있지 않고, 또한 미흡한 것일지라도 현재에 구축되어 있는 틀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이에 대한 새 정부의 깊은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래에서 미흡한 제도 두 가지만 먼저 언급해본다.3. 어떠한 사무가 자치사무인지도 분명하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는 지역 중심의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자치기구를 설치하여 그 고유사무를 국가기관의 간섭 없이 스스로의 책임 아래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고유사무란 자치사무를 말하는 것으로서, 자치사무 없는 지방자치는 상상할 수가 없다. 자치사무의 개념은 지방자치를 구성하는 핵심 개념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시·도나 시·군·구에서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무 중 어떠한 사무가 자치사무이고 어떠한 사무가 위임사무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임에도, 이를 자신 있게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자치사무의 개념에 대하여 지방자치법학자의 생각과 대법원의 태도가 상당히 다르다고 볼 것인데, 일반 국민들은 더더욱 자치사무와 위임사무의 구분이 어려울 것 아닌가. 정부가 산하 연구기관에 용역을 주고 그 연구기관에서 자치사무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면 그 보고서의 내용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활용하는 것이 그 동안의 정부의 행태가 아니였던가? 그 연구기관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아울러 자치사무의 개념에 정통한 법학자 등을 충분히 참여시킨 가운데 진행하였다면 사정은 다르겠지만, 과연 그러했던가? 누가 이에 대하여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대법원이 판결로서 자치사무인지 여부를 결정하여야만 하는 경우가 희귀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지방자치 관련 입법이 잘못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만의 하나라도 행정안전부나 법제처 등 관련 국가기관이 법률에서 자치사무와 위임사무의 구분을 명백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지방자치의 발전에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결코 그러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누구라도 법령을 볼 때, 쉽게 어떠한 사무가 자치사무이고 어떠한 사무가 위임사무인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전반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새 정부는 당장이라도 시작하여야 한다. 아직까지는 그러한 기운이 잘 보이지 않는데 …4. 지방재원의 확보도 법령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1) 근년의 어느 정부를 불문하고, 지방재정확충에 관심을 보이지 아니한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재원을 마련해주면 온전한 지방자치의 실현에 그 만큼 유익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정부에서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소비세로, 종합소득세 총결정세액의 10%를 지방소득세로 하는 세재개편을 통해 지방재정의 확충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갔지만, 이제는 그 비율을 높이는데 국가의 의사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2) 지방재정과 관련하여 특히 검토가 필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중 상당부분이 기관위임사무라는 현실을 전제로 할 때, 기관위임사무의 처리에 따르는 비용부담의 문제이다. 지방자치법 제141조 본문과 지방재정법 제20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자치사무에 필요한 경비는 그 지방자치단체가 전액을 부담하도록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법 제141조 단서와 지방재정법 제21조를 보면, 국가가 스스로 하여야 할 사무를 지방자치단체나 그 기관에 위임하여 수행하는 경우 그 경비는 국가가 전부를 그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도록 한다. 이러한 법령의 내용에 따른다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사무를 위임할 때에는 사무별로 경비(비용)를 계산하여 그 경비를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의 실제상 관련법령 규정대로 국가가 경비를 준 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지방교부세를 주고, 보조금 등을 주면 그것만으로 지방자치법·지방재정법 관련 조문을 무시하여도 지방자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지방자치만 하면 되는 것이지 반드시 법에 따른 지방자치일 필요는 없다는 것인지' 자치사무와 기관위임사무의 구분이 어려워서 주지 아니한 것인지, 다른 특별법이 있어 이러한 지방자치법령의 집행이 불가능한 것인지, 이러한 규정들이 사문화(死文化)된 것인지, 아니면 필자가 모르고 있는 중요한 법적 근거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문제가 필자의 무지에 따른 오해에 기인한 것이라면 참 좋은데. 지방재정의 확보도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라 법령에서 정하는 바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너무도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임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돈줄을 틀어쥐고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법치국가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5. 헌법을 개정하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 수 있을테데...
(1) 지방자치의 핵심 개념인 자치사무도 불분명하고, 지방자치를 실현해 나아가는 핵심수단인 지방 재원의 확보도 불완전·불안정하고, 조례제정권도 미흡하기 그지없는 등 현재의 지방자치는 온전한 지방자치와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인다. 헌법상 지방자치 관련 조항이 아주 미흡하기에 이러한 문제점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한민국헌법은 제117조와 제118조의 두 개의 조문에서 지방자치에 관해 직접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그 규정 내용도 성숙한 국민들의 의식에 부응할만 한 것이 아니다.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는 지방자치가 국민의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된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져야 하는바, 헌법상 지방자치 관련조항도 이 시대의 국민 들의 의식에 적합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각건대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의 이념, 국가권력과 자치권의 상호관계, 자치사무의 범위(권한의 배분), 지방재정의 보장, 자치입법권의 확대, 국가감독의 제한, 지방자치단체의 제소권의 보장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연방국가의 지분방(미국의 State, 독일의 Land)에 유사한 지위를 갖는 특별한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헌법에 두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2) 만약 국회와 정부가 헌법의 개정에 나선다면,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의 연구와 관련하여 반드시 지방자치법학자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 지난 번 국회가 헌법연구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헌법개정안 연구를 하였을 때, 헌법학자의 참여는 들었으나, 지방자치법학자의 참여를 들은 바 없다. 당시 국회의 헌법연구 자문위원회의 구성을 정치인들의 소박한 정치적 행태라고 한다면, 이해가 될 수는 있겠다. 지방자치 조항이 헌법에 있다고 하여 헌법학자가 지방자치를 잘 안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법학자들이 보다 잘 안다고 보아야 한다.
(3) 시ㆍ군ㆍ구나 시·도에서 활동할 때에는 그 누구 못지않게 지방자치에 적극적이다가 국회나 정부로 간 후 지방자치에 소극적으로 변한 사람들은 헌법개정안 마련을 위한 조직에서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자리에 따라 신념이 변하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는 우리 모두가 경계하여야 할 사람일 것이다. 그러한 사람이 희소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필자의 머리를 맴돈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정부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사무를 다루고 있거나 다루었다고 하여 대가인양 착각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인과 행정가들도 우리 모두가 경계하여야 할 사람일 것이다.
6. 맺는말
어떠한 천재도 하루 아침에 문제투성이의 지방자치를 완벽한 지방자치로 바꾸어 놓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새 정부는 지방자치제의 개선·발전에 보다 진지한 노력을 과거 정부에 비해 보다 많이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 선거운동 시에 입후보자로서 하였던 지방자치에 관한 약속이 반드시 실천되고 지방자치의 발전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 앞으로의 5년이면 정말 좋겠다. 「국민의 신뢰를 결코 저버리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5년 후의 퇴임 시에는 「국민의 신뢰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는 표현으로 바뀌는 것을 기대해본다. 지방 경쟁력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재정분권 과제
글 | 이재원 부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부간 재정관계는 과거의 낡은 틀에 묶여있다. 중앙정부가 재정 감독기능을 강화했지만 기대와 달리 지방재정의 경쟁력과 책임성은 계속 약화되었다. 역발상의 정책 전환으로 지방의 경쟁력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자율과 책임 원칙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재정분권 혁신이 필요하다.
1. 자치재정의 실종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재정분권은 ‘자치’와 반대 반향으로 진행되었다. 집권적 재정 기조가 강화 되었고 ‘지방은 비효율, 낭비, 그리고 무능’이라는 상징에 갇혔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신공공관리주의에 기초한 정부 혁신이 추진되었다. 여기에서는 높은 성과를 지향하고 재정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분권과 권한위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과’를 위해 중앙 집권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앙 관점에서 혁신 이론을 편의적으로 해석하였다. 그만큼 지방재정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지방자치단체 혼자의 힘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 현실에서는 시장주의와 지방분권이 양립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지방의 선택이 경제적 효율성을 창출한다는 티부가설은 60년대 국민국가체제 속의 낡은 담론이다. 최근 주요 국가들은 중앙 집권적인 재정관리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처정부 이후 자치담론이 실종되었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한 성과관리 통제를 강화하였다. 일본은 삼위일체개혁을 통해 재정분권을 확대했지만 실제 내용은 복지재정부담을 지방에 전가시키는 수단으로 재정분권을 포장한 꼼수가 있다.2. 하지만, 다시 재정분권
정책 환경을 고려하면 재정분권에 대한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 그런데, 현재의 집권적 국가재정운영체계는 지방뿐 아니라 중앙재정에서도 낭비와 비효율성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재정 투자사업에서 주인의식과 재정책임성이 상실되었다. 중앙 각 부처에서 공모형 지방재정 사업을 확대하면서 중앙과 지방 모두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게 되었다. 지역단위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기대한 성과를 창출했던 사례를 찾기 힘들 정 도로 성과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사회복지에서는 고비용-저성과 방식의 낡은 복지재정 관리방식이 고착되고 있다. 지방재정에서 복지지출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남의 돈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집행재량이 거의 없고 중앙정부 지침을 전달만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부간 복지재정 구조가 지속되면서 복지사업에서 비용-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지방의 실험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집권적인 재정체제는 의도한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문제 상태만 악화시키고 있다. 각종 성과관리체계가 강화되어 중앙정부가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하는 지방사업들이 형식적으로는 의도한 성과를 창출한 것처럼 포장되지만 지방의 현장에서는 그것이 가지는 허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집권적인 정부간 재정관계 제도들이 중앙과 지방 모두에게 기대하는 재정성과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간 재정관계의 방향을 반대로 설정하여 분권지향적인 재정체계를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재정분권 원칙 정립, 지역주민에 대한 재정책임 강화, 그리고 분권형 국고보조금 체제 개편이 중요하다.3. 자주재원 중심의 재정분권 정립
지방자치 부활 이후 자치단체의 재정운용에서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분권재정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는 지방재정에서 '납세자 책임'구조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존재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지방세입 구조를 고려하면 지역주민들이 직접적인 납세자로 권리를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다. 모두가 남의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을 자기 지역에서 쓰고 싶어 한다. 그러한 의존적인 세입구조에서 효율적이고 건전한 자치 재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재정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희망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기능을 지방에 이양하여 지방의 고유사무를 확대하고 지방세입에서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자주재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 세입 자주성을 높이는 대안들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강조되었다. 즉 최근 신설된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의 세수 비중이 높아지게 국세를 지방세로 추가 이양해야 한다. 과거 지방양여금 재원이었던 주세도 다시 지방세로 전환되어야 하며 지방의 고유 세원들이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지방세수로 제도화될 수 있게 법정외세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의 특별회계 세외수입으로 징수되고 있는 각종 부담금 가운데 지방세 전환이 타당한 재원은 지방세로 이양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환경개선부담금이 있다. 2011년 기준으로 6.6조원이 징수되었는데 지자체가 대행하는 징수율이 45.6%에 불과하여 공공재원 징수 관리에서도 쟁점이 있다. 자주재원주의를 강화하면 지역간 재정불균등이 악화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반재원주의 비판이 있다. 그런데 이 논쟁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간의 입장 차이와 재정갈등으로 정부간 재정관계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없었다.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세의 추가적인 지방세 전환과 함께 지방재정에서 지자체들간에 자율적으로 재원 균형을 맞추는 수평적 재정조정장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4. 중앙이 아닌 주민을 향한 책임
지방재정에 대한 책임과 보고의 방향은 대부분 중앙과 상위기관으로 설정되어 있다. 지역의 주인인 주민에 대한 책임경영체계라는 표현 자체가 어색할 정도로 왜곡된 지방자치 재정관리 관행이 고착되어 있다. 지자체의 재정 투자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결과와 재정 상황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공개만으로도 최고의 재정감시 활동과 주민 참여가 가능하다. 기업들은 재무정보를 분기별로 제공하여 주주들의 투자에 도움을 둔다. 각종 재무정보에 대해서는 회계사와 전문가들의 설명도 같이 있다. 네티즌들은 각종 토론방을 통해 공개된 정보내용을 해석하고 비판하고 토론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정보도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식회사의 기업정보 공개와 같이 제공되고 주민들의 비판과 토론이 활성화될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책임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결과를 공개하는 형식과 함께 관리과정에 대한 공개도 병행 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투자사업의 타당성을 심사분석할 때는 참여했던 분석기관과 전문가를 공개하고, 사후의 재정적 결과에 따라 유사 업무(기능)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전문적 분석 내용에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이 있다. 이는 주식거래소 상장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과 회계사에 대한 책임부과와 유사한 것이다. 지방재정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구체적 공개 장치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쟁점 사업에 대해 참여자와 결정 내용 그리고 과정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공개 사이트를 운영해야 한다. 이때 사법부와 같이 '소수의견'도 공개하여 주민들에게 비판과 판단의 여지를 넓혀야 한다. 재정사업에서는 자체평가와 같은 성과평가제도가 있다. 통상적으로 내부평가는 현실의 성과와 무관하게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가 침체되어도 관련 부서의 성과는 좋았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주인인 주민의 소득은 낮아졌는데 대리인인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급여와 수당은 반대로 높아 질 수 있다. 일종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강도 높은 책임경영체제를 위해 지역경제 및 재정 성과와 지자체 공무원 및 의원들의 인건비 총량 수준을 직접 연계하는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5. 국고보조금체제의 전면 개편
현재와 같은 개별보조금 중심의 수직적인 정부간 재정관계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자율적인 재정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과 재량을 확보할 수 없다. 지금의 제도는 80년대 중반의 낡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면적 혁신이 필요한데 세 가지 사항들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첫째, 법정 기준보조율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복지보조금 사업에 특히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표준적인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기초복지(대표적으로 생계급여, 의료급여, 기초노령연금, 보육)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성과책임과 재정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정부 지침을 획일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국고보조사업에서 재원지원은 '보조율'이 아니라 지방재원의 '징발율'이 된다. 별도의 지방재정 통계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지역사회의 선호에 따라 선택이 중요한 기능에서는 자주재원을 통한 지자체의 자율적인 사업운영과 성과에 책임지는 정부간 재정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대도시 자치구의 복지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성이 높은 복지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대해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재정적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현행 개별보조방식을 분야별로 포괄보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포괄보조는 개별 보조와 지자체의 자주재원 사이에 존재하는 정부간 이전재정 장치이며 형태와 내용은 제도의 설계 구조에 따라 다양하다. 셋째, 중앙정부가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업을 추진할 때는 지방자치단체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재정부담 수준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나아가 정책결정 과정에 지자체의 실제 대표가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