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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비율 인상을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 필요성
글 | 김홍환(정책연구실 책임전문위원)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개요
지난 2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논의되었으나, 절차상의 흠결을 이유로 통과 되지 못하고 지속 계류 중이다. 법사위원장은 다음 회의에서 반드시 다루겠다고 하였으나, 3월 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에서도 여야 간사 간에 안건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아 논의되지 못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작년 0-2세 무상보육 확대에 따라 약1조 3,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막대 한 재원의 부담 주체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 영유아보육사업은 작년 대선을 앞두고서 여야를 막론하고 전면 무상보육을 약속하였기 때문에 2012년과 비교하여 약2조 4,000억원이 추가로 필 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중앙-지방간 재원을 둘러싼 갈등발생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영유아보육사업 국비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20% 상향 조정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다. 바로 이 법률안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다.법사위에서의 주요 쟁점
법사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국회법 제58조 정부의견 청취의무, 국회법 제83조의 2 예결특위와의 협의, 국비비율 은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에서의 규정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회법 제58조와 관련된 논란을 살펴보면, 제7항에서 “위원회는 안건이 예산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정부 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견을 듣지 않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11월 22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정부의견을 듣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당초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은 국비비율을 30% 상향조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여 20%로 수정되어 가결된 것이 다. 국회 지방재정특위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6개월에 거쳐 수차례 정부의 의견을 듣고 국비비율을 20% 상향조정하는 결의안을 11월 19일에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의 의견을 들은 지방재정특위의 결의사항을 존 중 하여 20%로 수정의결한 것이므로 정부의 의견을 듣지 않아 국회법 제57조 제7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흠결을 제 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둘째, 국회법 제83조의 2 제1항은 “기획재정부 소관에 속하는 재정관련 법률안과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 를 수반하는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관위원회는 미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이러한 규정에 따라 예결특위와 협의하여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라는 것의 의미인데, 동조 제5항에서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법률안의 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으 로 정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상당한 규모의 예산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규칙을 살펴봐야 하는데, 국회규칙이 이를 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하여 절차적 흠결을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건복지위원회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보건복지부 예산안도 동시에 의결하였는데, 이때 영유아보 육예산은 국비비율 조정을 위한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수정되어야 함을 부기하여 예결특위에 이송하였다. 이밖에 국회 법사위에서 현재까지 국회법 제83조의 2 제1항과 관련된 흠결을 심사한 적이 없다는 것도 이러한 흠결의 지적이 다소 설 득력이 없다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고보조율은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에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면, 현재 기초노령연금법은 법 률에서 보조율을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개별 시행령으로도 국고보조비율을 정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법사위의 심사대 상인 법적 정합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으로 보조율을 정해야 한다는 것은 중앙정 부가 국비비율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국비비율을 정부가 매년 예산에 자의적으 로 조정함에 따른 최근 5년간 국비비율이 70%에서 60%로 약 10% 줄어 지방비 부담이 약10조 이상 증가한 사실을 비추어 본다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은 법률로써 국비비율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법사위에서의 논란이 된 사항을 정리하자면, 딱히 절차상 흠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오히려 현재 중앙집권적 재 정운용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지방재정난을 고려한다면, 법사위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과 같이 국비비율을 법률로써 규정하는 등의 입법범위가 확대되어야 한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 필요성
영유아보육사업의 중앙-지방간 재정분담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는 영유 아보육사업의 성격이며, 다른 하나는 재정부담 주체들의 재정부담 능력이다.첫째, 영유아보육사업의 성격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전국적이며 일률적으로 기준이 적용되는 사업은 국가 사무로 분류한다. 국가사무의 재정부담은 당연히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표적 국가사무인 국방이나 외 교의 경우 지방정부가 소요재원을 분담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영유아보육사업을 이와 비교해 살펴보면, 전국적인 사업으로서 그 기준 또한 일률적이므로 국가사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재원의 부담 도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재원부담 주체의 부담능력에 관해 살펴보면, 중앙정부는 국회의 영유아보육사업 예산 확정 이전에 2012년에 비해 약7,000억원을 인상하는 안을 제출한다. 특히 영유아보육비 지원 대상 및 금액은 법률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행정부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예산안 편성권을 가지고 있음을 차치하고 나서라도 중앙정부가 정책결정의 주체인 점을 고려하면 예산부담 역량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지방정부는 2008년 이후 지속된 사회양극화에 따른 복지비 지출은 대폭적으로 증가하였으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세입은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 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12년 영유아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약 6,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중앙정부가 일부 보전한 것이다.
정리한다면, 영유아보육사업의 성격과 재원부담 역량을 고려할 때 국비비율 인상을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통과 가 필요하다. 특히 4월 30일까지 기획재정부가 예산편성 지침을 시달해야 하는 예산과정을 고려할 때, 4월 국회에서 반드 시 국비비율 인상을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
법령에 의한 자치권 제약의 현황과 문제
글 | 김수연(정책연구실 책임연구위원)
지방자치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제도
우리 헌법은 제117조와 제 118조에서 지방자치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제117조는 지방 자치단체의 사무를 규정하고, 제118조는 지방의회의 구성과 지방자치단체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제도를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하여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그 지방에 관한 여러 가지 사무를 그들 자신의 책임 하에 자신들이 선출한 기관을 통하여 직접 처리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제고하고, 지방의 균형있는 발전과 아울러 국가의 민주적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라고 한다(헌재 96헌마200).이러한 헌법의 규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 및 전통적인 이론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을 고유한 권능으로 가진다. 특히 헌법이나 법률이 국가나 그 밖의 공공단체의 사무로서 유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사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임의로 처리하고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원칙인, 소위 ‘전권한성 원칙(Allzustandigkeit)’이 지방자치제도 보장의 핵심 내용이다.
법령에 의해 지방자치권이 제약
헌법은 이와 같이 지방자치를 보장하면서도, 그 내용은 법률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을 비롯한 다수의 지방자치제도에 관한 법률은 세부 사항을 시행령(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고, 조례에 위임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대표적인 예가 지방자치단체 조직에 관한 법령들이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110조 내지 제116조는 지방자치단체 행정조직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세부 사항을 대통령령의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령인 동법 시행령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지나치게 상세하게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조직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방자치법」 제110조는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을 둘 수 있는 최대 수를 제한하고 있고,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부단체장 수 및 2명 이상 부단체장 두는 경우 그 사무분장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별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자체 실·국·본부 수와 담당관 수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묶여 사실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게 행정기구를 조직·운영할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수 및 행정기구와 정원 등에 대한 결정은 자치조직권의 핵심적인 사항이다. 연방국가인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지방정부가 조직과 인사를 결정한다. 각 지방정부에서 인구와 규모, 지역적 특성, 지역 중점 사업 등을 반영하여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탄력적으로 지방행정조직을 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른 예로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면적에 대한 제한규정을 들 수 있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은 “청사의 면적기준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및 공무원 수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하면서 시행령 별표에서 매우 상세히 청사의 면적 기준은 물론 자치단체장의 집무실 면적까지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조례로 정할 여지가 거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때 문제가 되었던 호화청사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그 대표자인 지방의회에서 감시하고 통제하여야 할 문제이지, 몇몇 사례를 들어 전체 지방정부에 대하여 중앙정부가 제한하고 규제하는 것은 자치사무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
과도한 법령의 제정은 자치권을 침해
법률에서 지방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은, 위임의 형식 자체보다는 시행령에서 지나치게 상세한 내용을 규정하여 사실상 지방이 자율적으로 세부 사항을 결정하고 형성할 수 있는 자유, 즉 자치의 영역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규정 방식은 헌법에서 자치제도를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하더라도 대통령령에서 지나치게 상세하게 규정하여 조례로 정할 내용이 없는 것은 오히려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내용적으로 자치사무에 대한 지나친 제한을 담은 법령 규정은 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는 여지도 있다.1991년 지방의회의 부활로 지방자치가 시작되었다.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보듯이 실질적 지방자치의 실현은 자치입법권의 보장에서 출발한다. 자치법규가 실질적인 지방의 법규로서 기능하여 살아있는 규범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치법규가 규율할 수 있는 입법의 여지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위법령이 지나치게 상세하여 자치법규로서 규율할 수 있는 영역이 부재하다면 자치입법권은 유명무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치권 보장을 위해서는 시행령이 아닌 조례에 위임
입법 기술적 측면에서, 법률에서 지방의 사무를 규정할 경우에는 모든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할 것이 아니라, 시행을 위해 필요한 공통적 필요사항이나 지침만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하고, 나머지 사항은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례로 직접 위임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률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항을 나누어 조례에서 바로 규정할 수 있도록 직접 위임한다면, 지방에서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가 훨씬 많아지고, 법률의 취지에 따라 자치권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을 것이다.헌법은 국가의 법령으로 인해 지방자치제도의 공동화 내지 형해화가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자치사무에 대한 국가법령의 선점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경우에는 자치입법권이 사실상 형해화될 수 있고,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제 보장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헌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법령에서 자치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례의 규정 여지를 충분히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실적으로 중앙정부는 지방 정부를 통제와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지방정부에 대하여 중앙부처의 하부기관이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역할이 분담되어 있는 동반자의 관계에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