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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로 달리다
빽빽한 빌딩숲 사이 바람 길을 따라 매섭게 불어오는 대륙 특유의 칼날 같은 바람에 옷깃을 여몄던 이번 겨울의 추위가 이제는 주춤해졌다. 봄이 온다는 입춘도 지났지만 아직도 주변 그늘 곳곳의 녹지 않고 쌓인 눈을 보면 봄이 아직 멀었음을 알리는 듯하다. 이렇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날이 시작되면 고층빌딩에 눌려 살던 일상에서 벗어나 산으로 들로 싱그러운 자연을 찾아 활력을 불어넣는 여행을 떠나보자. 드넓은 황야를 달리는 적토마를 타 듯 ‘고속철’을 타고 말이다.
4종4횡 중국 “고속철도”를 타고
? 항공 - 고속철〔1등석 기준, 단위 元(한화170원상당)〕 요금 비교표
| 구분/북경출발 | 스자좡 | 정저우 | 우한 | 창사 | 광저우 | 수속시간 |
|---|---|---|---|---|---|---|
| 항공요금 | 450-1200 | 550-900 | 600-1300 | 200-1100 | 800-1600 | 1-2시간 |
| 고속철요금 | 206.5 | 495 | 832.5 | 1038 | 1380 | 15분 |
작년 12월 26일 개통된 베이징~광저우 고속철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로 2009년 말에 후베이(湖北)성의 우한(武漢)과 광저우를 잇는 武廣高鐵가 먼저 개통되었고, 지난 9월에는 허난(河南)성의 정저우(鄭州)와 우한을 잇는 鄭武高鐵가 개통된 데 이어 이번에 베이징과 스자좡(石家庄) 및 광저우를 연결함으로써 전구간이 개통되는 것으로 중국이 동서남북으로 잇는 ‘4종4횡’ 고속철 사업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 고속철도는 시속 350km로 설계되어 있지만 초기 안전을 위해 300km와 250km로 나뉘어 운행될 예정으로 2,298km의 거리인 베이징∼광저우 구간을 8시간에 주파한다. 이는 기존에 20시간보다 12시간이나 단축해 철도를 통한 1일 생활권 시대를 여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비행시간만 3시간 남짓, 탑승 전 및 착륙 후 수속시간을 감안하면 5, 6시간 남짓 걸리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중국신문망>은 우한-베이징 항공노선은 이미 값을 80%까지 낮춰 ‘항공권 가격이 배추값’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고속철이 지닌 도심접근성과 안전성, 간편한 수화물 수취 등의 장점을 따라가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철도부는 베이징~광저우 고속철도의 열차표를 1월 20일부터 예매하기 시작했는데 가격은 일반석(2등석)이 865위안(15만5700원)으로 베이징~광저우간 항공권(1,600위안)의 절반수준. 통상 항공권은 20% 정도 할인돼 구입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해도 36.4% 싸다. 반면 항공기의 비즈니스 클래스에 해당되는 특실(商務座)은 2,727위안(49만860원)으로 일반석보다 3.15배나 비싸다. 1등석은 1383위안(24만8940원)이다. 모두 16개 차량이 연결돼 운행되며 1호 및 16호차는 특실 28개 좌석, 2호 및 4호차는 1등석 162개 좌석, 9호차는 식당차이며 나머지는 2등석으로 838개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고속철도 시대를 맞이한 중국 철도의 역사
1880년 “훠처(火車-기차)” 수리공장을 건설하면서 시작된 중국 철도는 1881년 탈광에서 운반용으로 사용하던 조그만 동력장치를 개조해 증기기관차를 만들었고 암울했던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중국은 1952년부터 외국의 증기기관차를 모방해 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1956년에는 순수 기술로 처음 설계와 제작을 하게 된 증기 기관차를 생산하게 된다. 1958년에 이르러 중국은 디젤기관차와 전력을 이용한 전기기관차를 생산하면서 증기기관차는 서서히 황혼을 맞이하게 되고, 1988년 증기기관차 생산을 중단함으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현재 세계 최장인 고속철도의 총 연장이 2020년에는 1만8천㎞로 늘어나게 되면서 중국대륙이 1일 생활권 시대로 접어들게 될 전망이다. 중국은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현재 우광선(우한~광저우), 정시선(정저우~시안), 징후선(베이징~상하이), 징진선(베이징~텐진) 등 고속철도를 연이어 개통하면서 규모면에서 이미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CRH(China Railways High-speed)1∼CRH6, CRH380A∼CRH380D 등 고속열차를 개발하여 얼마 전 시험운행에서 세계 최고속도 575km/h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며 기술력을 입증하였다. 이는 캐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와 공동으로 고속열차를 제작하며 기술을 이전받아 2010년 4월 12일 중국의 차세대 고속열차 CRH380시리즈를 선보인지 불과 2년만에 이룬 쾌거이다. 참고로 고속철의 역사는 1959년 4월 5일 세계 최초로 신칸센이 일본에서 착공되어, 1964년 10월 1일 마침내 개통하면서 열차속도 200km/h이상의 고속철 시대가 열렸으며, 1981년 10월에는 프랑스 TGV가 본격적으로 파리~리앙구간에서 운행되었는데 최고속도 380km/h를 기록한 바 있다.중국, 고속철 건설의 배경
중국이 고속철도 개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현재 6대 발전난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6대 발전문제란 인구증가, 수자원 고갈, 에너지 부족, 토지사막화, 환경오염 심화, 기후온난화 등을 놓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가져다주는 요소들이다. 수자원과 공기의 오염으로 인하여 많은 생물종류들이 멸종되었으며 인체에 해로운 바이러스들이 전파되어 가고 있다. 환경파괴를 전제로 한 맹목적인 '최고'에 대한 추구는 이미 중국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부정적인 발전모델로서 하루바삐 정상적인 궤도로 이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환경보호 차원이다. 소득의 증가와 함께 관광·물류 등으로 인한 인적·물적 이동수요 증대,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 및 감축을 위해서도 전력(무공해)을 이용한 운송 수단의 발전이 필요하였다. 둘째,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이다. 단위 면적 당 운송 수단의 부설에 있어 철도, 특히 고속철도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자 수단이다. 셋째, 고속철의 업무 효율성이다. 기타 교통수단과의 용이한 연계성, 특히 내수 진작을 유도할 수 있는 효과, 특히 중국남부 지역과 홍콩과의 연계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크게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며, 철도와 자동차 그리고 항공이 입체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적·물적 유동의 용이성과 효율성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내수 진작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하이테크 산업으로서의 육성 가능성이다. 고속철도는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으며, 특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고속철도로 인한 신규 산업 및 관련 산업의 육성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우려의 목소리
중국 정부는 대규모 철도건설 투자자금은 △은행대출(중국개발은행 올해만 1,000억위안 등) △철도채권 발행(올해 2,000억위안,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한도 승인) △중앙정부 재정지원(올해 당초 20억위안에서 실제로 600억위안으로 증액)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중국 철도부의 2012년 9월말 현재 자산은 4조3000억위안, 부채는 2조6600억위안으로 자산부채비율이 61.81%에 달하며, 특히 지난 1~9월 중 세후순이익이 85억4100만위안(1조5370억원)의 적자를 기록, 대규모 투자를 위한 차입확대로 적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속철도 건설비용은 보통철도 건설비용의 3배 정도여서 융자 액수가 크고 채무리스크 증가 등의 문제 향후 운송수단의 공급과잉과 재정적자의 우려를 초래할 것이다. 2020년 철도부의 채무누적액은 약 3조위안에 달하며 자산 부채율이 7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고속철 요금이 고가라는 점에서 주요 승객은 공금을 사용하는 사람과 부유층에 한정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저렴하고 보편적인 운송수단이 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중국의 부푼 꿈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횡단 철도, 중국 남부 윈난성 쿤밍에서 출발해 베트남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로 연결되는 동남아시아 철도, 중국 북부 헤이룽장성에서 시작하여 러시아 대륙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캄보디아가 철도망 복구 작업에 나서 중국과 동남아 6개국을 연결하는 철도망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철도망이 구축되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간 경제적 협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으며, 중국은 주변국들과 철도망을 연결하면서 영향력 확대와 함께 자원 확보 등 다목적으로 포석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자금 지원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지난 1월 초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한 상태이다.
중국은 고속철도로 연결할 국가들에 대해 고속철도 건설기술·장비는 물론 최대 시속 350㎞인 중국산 고속철도 차량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지하자원을 받고 철도 건설비용을 부담한다는 제안도 내고 협상 중이다. 새로운 고속철 무역로가 탄탄한 중국 내 고속철도망과 연결되는 그 날을 꿈꾸는 새로운 중국에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