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들여다 보일 것 같은 얇은 옷을 입고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아 교태 섞인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이 있다. 정숙한 여인 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녀. 몸을 파는 여인일까. 하지만 그녀는 재색을 겸비한 나폴레옹 시대 최고의 미인으로 사교계를 지배한 레카미에 부인이다.



신고전주의의 거장 프랑스 화가 프랑수아 제라르(1770.5.4~1837.1.11)가 그린 이 초상화는 제라르의 스승인 자크 다비드로부터 시작된다. 변덕이 심하고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의 레카미에 부인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다비드와 마찰이 많았다. 결국 짜증이 폭발한 다비드는 초상화를 미완성으로 남긴 채 그만둔다. 레카미에 부인은 초상화도 마음에 안 들던 이 참에 다비드의 수제자인 제라르에게 보란 듯이 새 초상화를 의뢰한다. 그녀의 미모에 반한 제라르는 스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초상화를 완성한다.
다비드가 그린 초상화는 마치 고대 그리스 여신과 같이 고전적인 우아함과 정숙함이 한껏 드러난다. 무엇 하나 더 보탤 것 없이 그 상태만으로도 완벽하지만 사교계의 꽃이던 그녀가 보기엔 젊은 여인의 향기가 충분히 나오지 못했다. 이에 반해 제라르가 그린 초상화는 젊은 여인의 관능적인 자태를 표현해 그녀의 미모에 대한 명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훗날 이 그림은 레카미에 부인에게 차인 프로이센의 바람둥이 아우구스트 왕자에게 선물로 보내진다. 그녀를 잊지 못해서 였을까. 그의 초상화엔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있다.




이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것은 순백색의 ‘슈미즈 가운’이다.
속옷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옷이 당시 파리의 귀부인들 사이에 유행하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유행 따라 하기가 문제였다. 한겨울에도 이 패션을 선호했기 때문에 아무리 추워도 스카프 정도만 두르고 다녔다고 한다. 결국 전국적으로 폐병이 번졌다고 한다. 한 예로 1803년 겨울 얇은 슈미즈 가운 때문에 매일 6만여 명이 독감에 걸리고, 이를 버티지 못하고 죽은 여자도 부지기수라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