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세계의 순수함과 타히티의 화려한 색채를 화폭에 담은 고갱. 그의 그림을 보는 이들은 그 화려한 원시적 색감에 ‘색의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그가 당시 보수적인 기독교 문화에 돌을 던지며 엄청난 스캔들을 일으킨 그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아 오라나 마리아>다.

붉은색 파레우를 입은 여자는 누구?

눈을 씻고 보아도 타히티 섬의 여자들 모습만이 담겨있는 이 그림의 무엇이 기독교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킨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그림의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아 오라나 마리아’는 ‘마리아여, 우리는 당신에게 예배를 드립니다’를 의미한다. 이 말은 곧 붉은색 파레우를 입은 여자는 마리아이고, 그녀 어깨에 있는 아이는 예수를 뜻한다. 검은 피부의 마리아와 예수, 그리고 가슴을 드러낸 채 마리아에게 경배를 하고 있는 두 여인의 모습은 당시 기독교 입장에선 신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림 뒤 꼭꼭 숨은 천사장 가브리엘
이와 함께 문제가 됐던 것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하기 위해 온 천사장 가브리엘의 모습이다. 고갱의 그림을 보면 마리아와 예수,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두 여인 외에 누가 또 있나 싶다. 하지만 맨 왼쪽에 있는 여인 옆에 날개를 단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에 그려진 그림들 ? 예를 들면 보티첼리의 <수태고지>,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 속에 있는 가브리엘은 화려하고 우아하며 신의 소식을 전하는 매개체로서 마리아보다 더 부각이 되어 있다. 이에 반해 고갱이 표현한 가브리엘은 열대의 풀숲에 잘 보이지 않는다. 소식을 전하러 온 천사의 모습은 상당히 축소되고 변조되어 있다.

고갱은 스스로 이 그림을 타히티에서 그린 그림 중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자신했다. 그림 속 원주민 여인은 자연과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내고, 이런 순수함이 인간과 영혼의 아름다움을 제시하며 그 어떠한 성상화보다 순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성서의 내용을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재해석 한 것으로 고갱은 라파엘로의 <성모자상>보다 아름답다고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