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보다는 조금 더 멋지게 보이기 위해, 조금 더 돋보 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한다. 사소하게는 눈을 크게 뜨고 힘을 주는 것부터 심하게는 메이크업에 옷까지 쫙 빼 입는다. 설사 사진이 조금 못 나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포토샵이 있으니까.

이런 보통의 우리처럼, 아니 우리보다 더 심하게 최대한 자신의 모습을 미화시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알프스를 넘어갈 생각을 할 정도로 배포가 큰 사람이라서 그런가? 우리의 포토샵 수정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미화를 넘어 ‘조작’의 수준으로 바꿨다. 그 사람은 바로 나폴레옹.

“내가 초상화와 닮고 안 닮고는 중요하지 않소.”

자크루이다비드의 대표작 <생 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나폴레옹> 을 보자. 사납게 몰아치는 바람에 거칠게 나부끼는 붉은 망토와 말의 갈기, 앞발을 든 하얀 말과 그 위에서 늠름한 표정으로 힘차게 팔을 치켜든 나폴레옹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웅장해 보인다. 하지만 이게 다 조작된 그림이라면?

나폴레옹은 알프스 산을 넘어 이탈리아를 공격함으로써 대제국을 건설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비드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했다. 나폴레옹을 찬양했던 다비드였기에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모델로서 줄 것을 요구했지만 나폴레옹은 “내가 초상화와 닮고 안 닮고는 중요하지 않소. 다만 위대한 천재가 생명력만 불어 넣어 주면 된다고 생각하오.”라고 말하며 거절했다. 그리곤 “앞 발을 든 말 위에 앉아서 평안한 모습을 한 상태를 그려 주시오.”라며 명한다.모델 거절로 다비드는 자신의 아들 (제자라는 설도 있다)을 사다리 꼭대기에 앉혀야만 했고, 이로 인해 나폴레옹이 요구한 대로 거친 말 위에서도 평온한 얼굴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나폴레옹이 알프스산을 넘어 갈 때 말을 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말은 그리 좋은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대신 근력과 지구력이 좋은 당나귀를 타고 알프스를 넘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림에서처럼 거친 기상조건이 아닌 화창한 날에 진군했다 하니 당시 나폴레옹이 얼마나 명성과 보이는 것을 중요시 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