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수직 곡선으로 하늘 높이 솟아 오른 탑을 보기 위해 파리를 방문한다.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아 끌며 파리시 관광수입에 효자 노릇 제대로 하고 있지만 에펠탑이 탄생하기 까지 적지 않은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1886년 5월, 프랑스 정부는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 만국박람회의 볼거리로 300미터 철탑 설계안을 공모했다. 백 개가 넘는 지원서가 접수된 가운데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 바로 구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 1832.12.15~1923.12.28)의 에펠탑이었다. 그는 이미 ‘자유의 여신상’ 철골구조를 제작한 경험과 수많은 철교를 건설하여 능력과 재능을 인정받은 토목기사였고, 이번 공모를 통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수직구조의 철탑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선택이 됐지만 에펠에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공사지원금이었다. 조직위원회가 지원할 수 있는 공사비는 150만 프랑 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반면 에펠이 계산한 예상공사비는 650만 프랑. 에펠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신이 있었던 것인지 모험을 강행하기로 한다. 그는 공사비를 스스로 부담하기로 하고, 향후 20년 동안 입장료나 임대료 등 탑을 이용한 모든 수익금은 자신의 회사에서 받는 것으로 계약한다.

그는 미식 축구장(길이 100미터) 크기만한 기단 바닥에 4개의 철제 기둥을 세운 다음 콘크리트로 봉하고는 그 위에 탑의 본체를 얹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연철 7,000여 톤, 들보와 철판 13,000여 개, 리벳(철판과 철판을 잇는 일종의 볼트와 같은 것) 105만 개를 사용했다. 에펠은 이 탑을 건설하면서 각각의 부재를 삼각형으로 서로 이어서 트러스를 만들어나가는 트러스 공법을 채택했다.

에펠의 노력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1,700여 장의 설계도면을 그리고 3,700여 장에 이르는 부분 도면을 그렸다. 그 덕분에 에펠탑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단단한 철제 구조물로 세워질 수 있었다.

에펠탑을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어떻게 그 무거운 철들을 올려 쌓을 수 있었을까’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1853년 엘리샤 오티스(Otis)가 발명한 수압식 승용 엘리베이터다. 이것이 없었더라면 그 높은 곳까지 작업자들과 절재를 옮길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또한 관광객 역시 전망대에 올라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파리 시내를 보는 호사는 결코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는 에펠탑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현재와 같은 에펠탑에 대한 찬사가 아니었다. 온갖 비난이 프랑스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예술가들은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탑에 대한 비난을 쏟아 부었다. 소설가 레롱 블루아는 에펠탑을 ‘진실로 비극적인 가로등’이라 불렀고, 시인 프랑수아 코페는 ‘불완전하고 혼란스러우며 일그러진 체육관 장비 같은 철기둥’이라고 비꼬았으며, 기 드 모파상은 ‘높고 깡마른 철사다리로 된 피라미드’라고 조롱하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거센 비난과 반대를 무릅쓰고 에펠탑은 무사히 건립됐고, 준공 후 한 달 보름 뒤 예정대로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가 개막됐다. 모든 비평가들의 예상을 깨고 박람회의 꽃은 에펠탑이었다. 박람회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은 곳이 되었고 감탄과 찬사가 쏟아졌다. 에팔탑 자체만으로 하루에 1만2천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방문하였고 650만 프랑의 수익금을 거둬드리면서 에펠은 자신이 부담한 모든 비용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구스타브 에펠의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시로썬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건축물을 만든 에펠은 학창시절 열등생에 가까웠다. 학교는 에펠에게 알 수 없는 것을 말해주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랬던 그에게 삼촌 장 바티스트 모렐라 에펠과 삼촌의 친구 미셸 페레는 학교 밖 또 다른 스승이었다. 모렐라는 화학에 뛰어났고, 식초와 증류 과정을 개발해 큰 공장을 세웠다. 에펠은 삼촌을 따라다니며 화학과 수학의 실용적 가치를 배웠다.

에펠은 중앙공예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이곳은 이른바 ‘공장과 방앗 간의 박사’를 키우는 곳이어서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안성 맞춤의 학교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에펠은 여전히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다. 특히 기술 도안 부분에 서툴렀고, 이로 인해 2학년에 되어 야금술, 기계학, 토목공학, 화학 중에서 화학을 전공분야로 선택했다. ‘철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그의 전공분야가 야금술이나 기계학, 토목공학이 아니었다는 점도 놀라울 따름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22살의 에펠은 1885년 파리의 만국박람회에서 알렉 상드르 바로가 철로 만든 ‘산업의 궁전’을 보고 철에 대한 매력에 빠지고 주철 공장을 경영하는 처남 조세프의 도제가 된다. 이 시기가 에펠이 철과 함께 하는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를 ‘철의 마법사’로 이끈 스승 샤를누보를 만났다. 그는 누보와 함께 도르도 근교의 갈론 강을 가로지르는 500미터 길이의 철교를 계획했고, 나중에는 혼자서 책임지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에펠은 학교 공부에선 열등생이었지만 뛰어난 상상력과 기발한 발상으로 새로운 방법론을 정립했다. 절대 어림잡아 일하지 않고 철저한 계산으로 확실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 에펠의 등장은 프랑스의 철교 건설 기술이 영국을 능가하게 되는 발판이 되었다.

에펠탑에 대해 또 한가지 일화를 덧붙이자면 에펠탑은 박람회 기념으로 세운 것이여서 20년 간 세울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1909년에 소유권이 파리시로 넘어가 철거 해야 했다. 그때 이 에펠탑을 구한 것이 무선통신이었다. 당시 무선통신이 실용화 되면서 탑의 꼭대기에는 무선통신용 안테나가 설치되었는데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해야 하다 보니 에펠탑이 적격이었다. 이후에도 1918년에 라디오 송신탑이, 1957년 TV 송신탑까지 설치되어 에펠탑의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됐다.

존폐에 대한 논란을 거치며 예술작품이자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건축물로 자리잡은 에펠탑. 파리의 상징이자 자부심이고 우리는 더 이상 에펠탑 없는 파리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