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마치 영화 속에서 봤던 장면들을 체험하는 것 같은 경험들이나 그림을 보고 행복함을 느낀다든지 하는 평범한 감정적 변화들은 일반적으로 많이들 겪는 일이다. 경험의 폭을 넓이기 위해, 혹은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 경험거리들을 찾아다닌다.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고, 박물관을 찾아가고, 특강을 듣고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는 곳.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한 사회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 곳. 그런 특별함을 담고 지난해 5월 치악산 자락에 야심차게 문을 열은 ‘한솔 뮤지엄’이 ‘Museum SAN’으로 이름을 바꿔달고 개관전 Part 2 “진실의 순간: 한국화와 판화”展을 3월28일 오픈했다.

Museum SAN. Space Art Nature or Slow Art and Nature.
말 그대로 옮기면 공간, 예술, 자연이다.
원주시 지정면 산상(山上).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을 표현한 공간이라고 했다. “Space는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 건축과 제임스 터렐관을, Art는 예술 작품, Nature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가든을 보다 직관적으로 표현한 이름”이라며 “슬로우 뮤지엄이면서 자연의 품에서 사색할 수 있는 Slow Art and Nature의 특성 부각”라는 게 홍보팀의 설명이다.

‘뮤지엄 SAN(관장: 오광수)’은 2005년부터 8년에 걸쳐 600억원이 넘게 들여 완공됐다. 7만1172㎡(약 2만1500평) 부지에 전시 공간만 5445㎡(약 1600평)으로 안도 타다오가 뮤지엄 부지를 돌아보고 느꼈던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이 설계로 고스란히 담겨 전원형 뮤지엄으로 건축됐다.

오솔길을 따라 마주하는 초승달을 닮은 웰컴 센터, 페이퍼 갤러리와 청조 갤러리가 있는 본관, 세 개의 가든으로 구성됐다. 패랭이꽃이 만발한 플라워 가든과 자작나무 숲길을 지나 반짝이는 수면이 눈부신 워터 가든, 한반도의 각 도를 상징하는 9개의 스톤마운드가 있는 가든,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지는 길이 700m에는 ‘Box in Box’ 콘셉트가 곳곳에 드러나 있다.

본관의 갤러리들은 각각 네 개의 윙(WING)이 구조물을 이루고 있어 그 섹션들은 사각, 삼각, 원형 모양의 외부와 연결된 공간이다. 휴식과 자유 속으로 자연스럽게 우리들을 이끈다.

종이 박물관인 ‘페이퍼 갤러리’와 미술관인 ‘청조갤러리’로 이루어진 종합 뮤지엄
뮤지엄 SAN의 종이 박물관은 산업적 가치가 아닌 ‘종이, 특히 한국종이의 문화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었다. 종이의 탄생부터 현재를 아울러 디지털 시대에 종이가 어떻게 융화되는 지를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류문화를 발달시킨 활자를 기록하는 시원이 되는 식물 ‘파피루스’를 옮겨 심었다. 고려 ‘초조대장경’의 하나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大方廣佛華嚴經周本) 권36’(국보 제277호)의 유물전시, 인쇄기기를 시대별로 전시해 인쇄문화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도 있다.

미술관 ‘청조 갤러리’는 광복 이후 한국 근현대 미술 초기 시점부터 시대별 대표 작품들을 고루 갖추고 있는데 20세기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장하고 있다.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 다년간 모아온 개인 컬렉션에서 출발한 갤러리는 개관전 Part 1 “진실의 순간 A Moment of Truth: 한국 근·현대 서양화”展을 끝내고 개관전 Part 2 ‘진실의 순간 A Moment of Truth: 한국화와 판화’展을 오는 9월14일까지 선보인다.

최초로 변관식의 4미터 폭의 ‘무창춘색 武昌春色’이 공개되고 이응로의 추상시기 대표 작품도 선을 보인다. 한국의 전통 수묵을 독자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이상범, 장우성, 천경자, 서세옥 작가들과 전통 판법의 조형성을 살린 정규, 최영림, 오윤 으로부터, ‘新미술’로서의 판화의 부흥을 이끈 김봉태, 황규백, 박래현의 작품을 한자리 모았다.
판화 작품으로는 황규백의 섬세한 메조틴트 판화 전 작품이 특별 코너로 마련되어 있으며, 미쉘 뷔토르의 詩와 이성자의 畵가 만난 20세기의 詩書畵一致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총 40여명의 작가의 150여 점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지평선(Horizon)’을 만나게 된다. 아시아에서는 최대 규모이기도 한 제임스 터렐관이 5개월간의 준비 끝에 작품을 대폭 업그레이드하여 3월29일부터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빛의 마술사’로 불리며 지난해 6월21일부터 3개월간 뉴욕 구겐하임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던 제임스 터렐의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로 들어서면 돔형 건물의 둥근 천창(天窓)으로 하늘이 보였다. 간츠펠트와 웨지워크 작품을 업그레이드하여 4월부터 신규 프로그램인 ‘일몰’을 선보인다.
또 6월에는 스페이스 디비전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