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스토리 >길고 길었던 여정, 바티칸의 심장 산피에트로대성당

시작은 도나토 브라만테
현재 바티칸에 위치한 산피에트로성당은 최초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지금의 모습이 있기 전 이미 성당은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벽은 몹시 기울어져 있고 프레스코는 먼지로 뒤덮여 있어 오래된 만큼 더욱 성스럽기보다는 그저 낡고 허름했다. 이에 교황 니콜라우스는 1452년 베르나르도 로셀리노어에게 구 산피에트로대성당 서쪽에 새로운 앱스[後陣] 를 지으라고 명령했지만 니콜라우스가 죽자 공사는 중단되고 만다.

 

구 성당 개수계획이 본격적으로 재기된 것은 1506년 교황 율리우스 2세 때다. 그는 당시 르네상스 건축의 정석을 보여주는 건축가 도나토 브라만테에게 명하여 공사에 착수하게 했다. 브라만테는 벽을 조각적으로 처리하는 데 있어서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 축조방법을 활용했다. 이것으로 건축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다.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 중세의 조적조 축조방법을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더 디자인이 융통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스 십자식플랜의 중심에 대원개를 엊고, 네 구석에 한 개씩의 작은 원개를 얹는 구상을 세웠다. 대원개를 떠받칠 4개의 큰 지주와 그것을 잇는 4쌍의 아치를 완성하게 된다. 이렇게 산피에트로대성당의 재건을 위해 큰 틀을 잡아가며 나아가던 중 재건의 반도 못 마치고 사망하게 된다.

 

생애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 미켈란젤로
브라만테에 이어 교황 율리우스 2세도 죽자 그의 후계자인 레오는 라파엘로를 새 건축담당자로 임명했다. 라파엘로는 브라만테의 설계를 대폭 수정했으나, 6년 후 그가 죽을 때가지 한 것은 기둥 한 두 개를 세우고 브라만테의 결함을 수정한 것뿐 이었다. 그 이후에도 로마에서 주로 활동하던 건축가 발다사레 페루찌에 이어 안토니오 다 상갈로를 거쳐 미켈란젤로가 건축을 맡게 된다. 이때 나이가 72세였으며,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를 완성한 후 이미 오랜 세울이 지난 후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산피에트로대성당 재건계획이 나오면서 미켈란젤로는 건축담당을 하고 싶었으나 라이벌인 브라만테가 율리우스 2세에게 ‘아부’를 떠는 바람에 밀려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 십자식 플랜을 채용하면서 브라만테의 원래 안으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브라만테의 것과는 달리 네 구석의 작은 돔을 없애고 건물 전체의 긴밀한 조형성과 다이내믹한 공간을 큰 돔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통일한다는 탁월한 구상을 생각해냈다. 일체의 보수를 사양하고 오직 신에 대한 사랑과 사도 베드로에 대한 존경에서 이 조영사업에 몸바친 그는 1564년 그의 생애를 마칠 때까지 돔의 기초가 되는 탕부르 공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교황 식스투스 5세, 다시 한 번 재건에 박차를 올리다

미켈란젤로가 세상을 뜬 이후에도 많은 교황과 건축가가 바뀌었지만 공사가 크게 진척되진 않았다. 그러다가 식스투스 5세가 교황이 되면서 성당건립계획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전임의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했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은 거의 대부분이 이때 완성되었다. 시스티나홀과 바티칸도서관의 건설을 명한 것도 그였다.

 

그러나 그도 성당의 완성을 거두지는 못했다. 1597년 첫 미사가 진행되었지만 그 후 다시 아무 진척이 없다 교황 우르반 8세가 건축가 베르니니를 끌어들이면서 교황의 제단을 덮는 천개를 만들고 종루를 세워 본당을 장식했다.

 

길고 길었던 여정의 끝

길고 긴 산피에트로대성당의 공사 여정은 마지막으로 성구 안치소가 세워지면서 마침내 완공된다. 식스투스가 돔을 만든 지 약 200년, 미켈란젤로가 그것을 떠받드는 큰 돌받침대를 만든 지 238년, 그리고 니콜라우스 5세가 콘스탄티누스성당을 다시 짓기 시작한 때부터는 실로 338년이나 지나서였다.

 

산피에트로대성당은 거대한 스케일과 세심한 디테일, 당대 천재 건축가들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만큼 역사적으로 위대한 건축물이다. 복잡하고 긴 설계과정과 여러 건축가가 참여하면서 건축적 통일성이 많이 상실되었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모방하는 복원이 아니라 그 시대에 맞는 사고와 건축관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키는 것에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르네상스시대와 바로크시대 간 공존과 소통 측면에서는 오히려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며 그 과도기를 거쳐 온 대표적인 건축물로 현대에 와서도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