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 스산함이 따스함으로, 가슴이 환희로 파도치는 포항의 겨울

파도 치는 바다와 하얀 등대가 어우러진 풍광 속에서 삶의 생동감이 넘실댄다. 겨울의 한적한 풍광은 스산한 가슴에 한줄기 환희가 되어 파도 친다. 대자연이 빚어내는 자연의 넉넉한 정취와 사람 사는 냄새가 어우러진다. 포항의 대표적인 명소, 호미곶에 도착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 호미곶이다. 호미곶은 한반도 육지의 최동단에 있어 새해의 일출 명소로 손꼽힌다. 해돋이 명소답게 호미곶의 해돋이는 ‘자연이 빚어내는 최대의 쇼’라고 할 만큼 장엄하며 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해가 먼저 뜨는 곳, ‘호미곶’에서 잃어버린 열정을 찾다

 

한반도의 최동단에 있는 호미곶은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한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이곳을 여러 번 답사하고 측정한 뒤, 우리나라의 가장 동쪽임을 확인했다. 이곳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호미곶의 상징 ‘상생의 손’이다. 이 ‘상생의 손’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손가락 위에 갈매기들이 앉아 있는 풍경이다. 다섯 손가락 위에 갈매기가 모두 앉아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하는데 마침 이곳에 도착했을 때, 갈매기들이 다섯 손가락 위에 모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멀리 찾아 온 필자를 환영해 주는 세레모니처럼 느껴져 기쁘고 경이로웠다. 호미곶 해맞이를 기리는 상징물인 ‘상생의 손’은 새천년을 앞둔 1999년 12월에 설치됐다. 새천년을 맞아 국민들이 서로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만들어졌는데, 육지에 있는 왼손과 바다에 있는 오른손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 조형물에 담긴 의미처럼 호미곶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정(情)과 잃어버린 열정을 찾은 것 같아 내내 행복한 마음이었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호미곶등대’

 

호미곶과 그 옆에 있는 하얀 호미곶등대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등탑 높이 26.4m의 ‘호미곶등대’는 1907년 일본수산실업전문대학 실습선이 대보 앞바다를 항해하다가 암초에 좌초되어 승선자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1908년 12월에 건립되었다. 우뚝 솟은 하얀 등대 앞에 서 있으니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라는 ‘등대지기’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호미곶등대 뒤로는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인 국립등대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등대 유물을 보존하고 있는 이곳에는 해양수산관을 비롯하여 등대관, 기획전시관, 수상전시장, 야외전시장이 있으며 부대시설로 테마공원과 전망대 휴게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식 등대 건립 이후 100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항로표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고 다양한 등대 유물들을 접하니 새삼 신비로웠다. 또한 60~70년대 등대원의 숙소, 사무실을 재현해 놓았고 등대원이 사용했던 유물들을 보니 당시 등대원들의 고독과 희로애락이 느껴지기도 한다. 박물관 뒤쪽의 테마공원에서는 인천 팔미도등대, 제주도의 우도등대 등 등대 모형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파란 바다와 등대, 항해하는 선박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며 순간 가슴이 뜨거워진다. 마치 달콤한 꿈을 꾸는 듯, 이 겨울의 낭만과 열정에 사로잡힌다.

 

바다 풍광 감상하며 걷는 ‘낭만의 해안 산책로’

포항에 왔다면 북부해수욕장을 따라 조성된 해안 산책길을 꼭 걸어보자. 빨간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서 출발해 약 10km 정도 길게 이어진 해안 산책길을 따라가면 짭짤한 바닷바람과 이 도시가 선사하는 아늑한 운치와 낭만에 젖게 된다. 또한 바다에서 하늘 높이 솟구치는 분수의 장관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수중에 설치된 3개의 모터가 600마력의 힘으로 120m 높이까지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내는데, 다운돼 있던 기분이 일순간, 분수 높이만큼 한껏 고조된다. 북부해수욕장의 야경 또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검은 바다 위로 불빛 향연이 길게 펼쳐지는 포스코의 야경은 이곳에서 느끼는 색다른 볼거리이자 경이로움이다.

제법 차가운 겨울바람이 뺨을 스친다. 따뜻한 커피가 그리워진다. 북부해수욕장 테마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데워진 캔 커피 하나를 집어 든다. 유리창 앞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신다. 입에서 가슴으로, 커피 향이 따스하게 스며든다. 이곳만의 색다른 풍경과 감성을, 따뜻한 커피와 함께 가슴속에 담는다.

 

겨울에 꼭 맛보아야 할, 포항의 최고 별미 ‘과메기’

겨울이면 포항에서 꼭 맛봐야 할 것은 포항 최고의 별미 ‘과메기’이다. 이 맘 때 포항에 가면 여기도 과메기, 저기도 과메기이다. 구룡포 일대에서는 과메기를 말리는 소박하면서도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과메기는 매년 11월부터 2월까지 겨울철에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겨울에 포항을 찾으면 여행이 두 배로 즐거워진다. 과메기는 청적해역에서 갓 잡은 신선한 꽁치를 영하 10도의 냉동 상태로 두었다가 겨울 해풍을 쐬어 3~4일간 자연 상태로 말린 것이다. 이 맘 때 북부해수욕장 뒤쪽 식당 골목 및 죽도시장 회타운 등 포항 지역 곳곳에서 과메기를 맛볼 수 있다. 과메기 한 접시와 싱싱한 배추 잎, 상추, 마른 김, 미역줄기, 파, 양념고추장 등이 푸짐하게 한 상 차려진다. 먼저 배추 잎에 김과 미역줄기, 파를 차례로 얹고 여기에 고추장 듬뿍 찍은 과메기 한 점을 올린 후 한 입에 쏙 넣는다. 쫄깃한 과메기와 천연 야채들이 한 입에 어우러져 풍성한 바다의 맛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색다른 맛으로, 겨울에 찾은 포항에서 눈과 입이 모두 호강을 누렸다. 이밖에 포항은 환호해맞이공원, 경상북도수목원, 구룡포, 죽도시장, 덕실마을 등 겨울에 찾으면 더욱 낭만적이고 아늑한 여행지가 곳곳에 자리한다.

 

겨울에 찾아서 더 벅찬 감동과 여운을 남긴 곳. 포항에서 보낸 시간은 설렘, 감탄, 환희, 열정, 행복. 그야말로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다채로운 매력을 만끽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