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조직권 자율화의 범위설정과 추진방안

이시원(경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자치조직권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자치조직권에 관련한 문제는 중앙정부의 개입논리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화 요구가 대립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중앙정부는 자치조직권을 지방자치단체에게 완전히 자율로 맡길 경우, 기구의 남설과 인력운영의 방만함을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간주하여 개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반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자치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행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인 기구설치권과 정원관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과 주장의 차이로 계속적인 쟁점 상태에 있는 것이 현재의 자치조직권 문제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러한 자치조직권이 자치행정의 본질적인 부분임을 적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의 일부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단체는 그 조직을 구성할 권한, 즉 조직고권(자치조직권)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이 조직고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조직을 자주적으로 정하는 권능으로서 자치행정을 실시하기 위한 행정조직을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는 권한을 말하고, 이러한 조직고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은 그 실현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헌재 2005 헌라7).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 자치조직권이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권한임을 적시하고 있음에도 지방자치법의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의해 그 고유한 권한의 행사가 제약을 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있다. 행정기구의 설치와 관련하여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는 광역자치 단체의 의회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기초자치단체의 의회가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행정기구 설치의 상한선과 직급이 이 규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해당지역의 여건이나 특수성을 고려한 탄력적 기구설치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없어 자치조직권의 자율화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역주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고 지역의 활력을 도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수단을 갖출 수 있도록 자치조직권의 자율화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자치조직권 자율화의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 이하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자치조직권 자율화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또 그 추진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탐색해보고자 한다.

자치조직권 자율화의 범위설정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대해 그리고 국회에 대해 보다 획기적인 자치조직권의 자율화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해 내기 위해서는 자치조직권 자율화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부닥친다. 여기서 자치조직권 자율화의 범위를 두 단계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제1단계는 부단체장을 포함한 기구설치와 정원관리의 자율화이다. 기준인건비제의 가이드라인을 전제로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게 기구설치와 정원책정을 자율적으로 설정할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정원관리는 기준인건비 범위내에서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기구설치의 경우를 보면, 시·도는 실과 국의 상한선을, 시·군·구는 실과 국 및 과의 상한선을 설정하여 지방자치단체에게 제약을 가하고 있다. 또한 부단체장의 수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법을 통해 엄격히 제한하여 지방자치단체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여러 명의 부단체장을 두고 각 분야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케 하고 또 대외적인 교섭과정에서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기준인건비의 내에서 부단체장을 복잡 다양해지고 있는 지방행정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고 지역의 여건에 맞는 지역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중앙정부와 국회에 표명하여 이를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 요컨대 1단계는 현행의 기준인건비제를 수용하면서 기준인건비의 범위 내에서 기구설치권(부단체장 포함)과 정원관리권을 자율화시키는 조치이다. 1단계의 자율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는 지방자치법에 규정되어 있는 부단체장의 정수(제110조)를 늘려 지방자치단체가 부단체장을 탄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준인건비제의 도입근거를 지방자치법에서 규정(제112조 ③항에 추가)하고 기구설치의 요건, 기구설치의 상한, 직급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여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2단계는 제1단계의 범위에다가 보수의 자율화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전적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는 기준인건비제도 폐지하고 명실상부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조직권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3년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기구설치에 관한 중앙정부의 사전 개입을 폐지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인건비(보수)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여 자율화하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있는 자치조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 공무원의 인건비도 자율적으로 책정하여 운영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 자치조직권의 본질에 부합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종국적으로는 보수의 자율화를 지방자차단체 자치조직권 자율화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수의 자율화에 대해서는 지방공무원들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 상당한 시간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지방공무원들의 저항에 부닥쳐 지방자치단체 자치조직권 자율화의 전반적인 기조가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자치조직권 자율화의 추진방안

자치조직권의 자율화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대해 요구하고 요구를 토대로 의제화되고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제1단계의 내용을 담은 자율화의 전면실시를 요구하고 이의 관철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시범사업을 통한 점진적 접근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추진방안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협의체인 시도지사협의회와 시군구청장협의회는 1차적으로 중앙정부와 국회에 대해 앞에서 기술한 자지조직권 제1단계 자율화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논거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험을 적절히 활용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시·도지사협의희와 시·군·구청장협의회는 자치조직권과 관련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연찬회나 세미나를 개최하여 그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과 관련한 그동안의 연구결과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경험을 근거로 중앙정부와 국회에 대해 설득하고 요구하는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답답한 사람이 샘을 판다는 속담이나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속담이 있듯이 문제를 안고 있는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치조직권의 자율성 확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 왔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전면적인 추진에 대한 논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의 추진방안으로 점진적인 방식을 제시하여 절충을 시도하는 것이다. 점진적인 추진방식은 몇 몇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먼저 실시한 후, 그 과정과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검토하여 전면 실시여부를 가늠하는 시범사업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시범사업의 방식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주요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주 사용해 온 방식이다. 대표적으로는 1977년 의료보험정책을 도입하면서 지역의 경우, 6개의 시범 지역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실시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확대실시의 속도를 조절한 바 있다. 자치조직권과 관련한 직접적인 경우는 총액인건비제 도입을 시범사업방식으로 추진했던 것을 들 수 있다. 2005년 2006년 2차례에 걸친 시범사업을 토대로 2007년부터 전면적으로 총액인건비제를 도입하였던 것이다. 자치조직권 자율화 시범사업 지역은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는 3곳 정도를, 기초자치단체는 10곳 정도를 선정하여 대상으로 삼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어떤 자치단체가 먼저 시범사업의 대상이 될지에 대해서는 자치단체들 간의 공감대 형성이 요구된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서울시, 광역시 가운데 1곳, 도 가운데 1곳을 선정하고,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는 시 4곳, 군 4곳, 자치구 2곳으로 배분해서 실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시범대상지역의 선정은 인구규모, 재정력 등의 주요 요인들이 감안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범사업기간은 3년 내지 5년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시범사업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조사 분석이 수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조사분석의 결과가 공개되고 공론의 장을 통해 전면적인 확대실시 여부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담당부처인 행정자치부와 자치단체연합회(시·도지사협의회, 시·군·구청장협의회), 학계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