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기행 >부산 도심 속의 웰빙 걷기 코스 수영강변 길 예찬

지금까지 수영강은 온천천의 명승에 가려 좀처럼 부각되지 못했지만 최근 이 길을 걷는 이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원래 수영강은 양산시 원효산(元曉山) 계곡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흐르면서 법기·회동 두 저수지를 이룬 후 해운대구와 연제구·수영구의 경계를 남류하여 수영만으로 흐른다.

 

수영강은 60~70년대 산업화로 하천은 급속히 오염되었고, 주변 환경도 나빠졌다. 부산시가 수영강을 생태화천으로 만들기 위해 상류 오염원을 제거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영강 살리기 사업을 펼쳐왔다. 특히 부산시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온천천과 석대천을 생태화천으로 만들기 위해 수영강 생태복원 202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모두 8천여 억 원을 들여 수영강 하류에 유지용수 공급을 확대하고, 수생 동식물 서식처와 인공 습지를 조성해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수영강은 완전 살아났고, 부산의 대표적인 친수공간으로 거듭났다. 최근 숭어는 물론 수달 서식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기사도 나온다. 수영강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해양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거점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걷기 코스는 해운대 쪽에서 해강고등학교를 지나 수영구 동방 오거리를 연결하는 민락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수영 2호교를 건너가면 수영강변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온다. 아직은 정비가 마무리 되진 않았지만 강변 보행자 길까지는 지척이어서 별 무리가 없다.

 

수영강변 도로 위에 만들어진 보행자 전용길은 수영3호교인 좌수영교까지 강변을 따라 쭉 연결되어 있다. 민락교 밑에 있는 강변길에 오르면 해운대 방향의 바다와 원동 방향의 수영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이다. 또한 해양과 내륙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며, 마린시티와 센텀시티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서면 초고층 최첨단 빌딩들이 좌우에 떡 버티고 서 있다. 부산의 발전상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낮에도 좋지만 밤에 걸으면 더 좋다.

 

이제 강바람을 맞으며 강변길을 걷는다. 강변길 주변에는 전망이 좋은 예쁜 커피숍과 화랑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길이 워낙 좋다보니 길 따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강변길과 함께 만든 자전거 길도 일품, 강변길에 자전거를 용품점도 들어서 있다. 강변길 곳곳에 만들어 놓은 벤치에 앉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도 자주 보인다. 그럴 때는 모른 척 하며 지나가는 것이 에티켓.

 

 

수영강의 또 다른 볼거리는 숭어다. 강변을 걷으면 숭어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을 쉽게, 그리고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마치 강변길을 걸어가면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듯이 짧게는 3번, 많게는 8번까지 계속 뛰어 오른다.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민락동 현대아파트를 연결하는 수영1호교 밑을 지나 현대아파트 앞을 지나면 최근 부산의 야경 촬영지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망대 겸 데크가 나온다. 데크에는 수영강 건너편에 있는 APEC 나루공원과 ‘영화의전당’, 수영만 방향의 야경, 원동 방향의 야경을 찍으려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늘 북적인다. 특히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영화의전당’ 야경은 일품이다. 날만 좋으면 대형 카메라가 없어도 핸드폰으로 찍어도 될 만큼 뷰가 좋다. 운동을 하거나 시원한 강바람으로 더위를 이기려는 주민들도 많이 오는 곳이다.

 

민락동 현대아파트를 지나 원동 방면으로 쭉 걸어 올라오면 수영3호교(좌수영교)가 눈에 들어온다. 좌수영교는 다리 자체가 예술적이다. 밤에 보는 다리 자체의 야경도 멋지다. 또한 수영3호교에는 둥그런 원이 다리 한가운데 걸치고 있어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리 끄트머리 가기 전에 달팽이 모양의 회전길이 바로 APEC 나루공원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친절하게도 노약자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수영3호교 다리 가운데에는 수영만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데크를 별도로 갖추고 있다.

 

 

수영3호교 밑에는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만들어진 APEC나루공원이 시작되는 곳이다. 민락동 현대아파트와 수영강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는 3만여 평의 APEC 나루공원이 강변을 따라 펼쳐져 있다. 그 앞 쪽에는 기네스북에 올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산에만 있는 영화의전당과 신세계 센텀시티 백화점이 있다.

 

또한 KNN 방송국, 문화컨텐츠콤플렉스, 센텀사이언스파크, 전시컨벤션센터인 벡스코, 부산시립미술관 등 최첨단 빌딩들이 군을 이루고 있다. APEC 나루공원 옆에 만들어진 센텀시티는 지금 서울의 테헤란로 못지않게 역동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APEC 나루공원은 삭막한 센텀시티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으며, 수영강변길을 빛내주고 있는 것이다.

 

수영강변길을 걸으면 APEC 나루공원의 숲, 수영강의 시원한 바람이 조화를 이루어 세상에 이보다 더 멋진 풍광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 공원 곳곳에는 다양한 예술품들이 즐비해 있고, 예쁜 벤치들과 잘 가꾸어 놓은 정원들도 길 걷은 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수영강 걷기 코스의 종착지는 벡스코 오디토리움 앞. 교통편이 사통팔달로 연결되어 있고, 주변에 식당들이 많아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곳이다. 수영2호교에서 수영1호교, 수영3호교, APEC 나루공원, 벡스코까지 대략 6km 정도이지만 맘먹고 걸으면 제법 땀이 날 정도의 거리이다. 도심 속의 웰빙 공간인 수영강을 100배 즐기기는 특별한 날을 잡지 않아도, 거창한 계획 없어도 된다. 그 길을 걸으면 바닷바람과 강바람을 맞을 수 있고, 멋진 야경과 펄덕이는 숭어를 만날 수 있다.

 

이제 편하고 빠른 KTX타고 부산을 방문해 수영강변을 걸어 보시라. 전 세계 어느 곳을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수영강변은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수영강변 길은 혼자 걸어도 좋고, 가족과 같이 걸어도, 연인과 같이 걸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