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농경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으로 프랑스는 다소 남성 우월주의 성향이 강하였고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는 것도 다른 국가에 비하여 늦은 편이었다. 북유럽, 영국, 독일에서는 벌써 1920-30년대에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줬지만,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1944년이 되어서야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줬다. 또한, 타 유럽 선진국에 비하여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늦었던 국가에 속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에서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기술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5년 이후의 일이다.

이런 국가적인 제도와 전통 때문에 여성들의 사회진출이나 공직진출이 타 유럽 국가에 비하여 현저히 늦어졌으나 2000년 6월 이후에는 정치 권에서부터 여성의 공직진출을 확대하는 제도적 개편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또한, 실제 선거에서도 여성의 선출직 공직진출을 보장하는 공천의 틀이 정해지고, 임명직 고위직에도 여성의 임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결과, 2012년에 집권한 현 사회당 정부의 내각 구성을 보면, 16개 실세장관의 성비구성이 절묘하게도 남녀 동수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지방 선출직 의원의 경우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을 도울 목적으로 선거법을 개정한 결과가 반영되어 전국적으로 지방의원 숫자는 거의 남녀 동수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프랑스 지방선거는 소선거구 방식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의원 정수가 정해진 통합 선거구(각 지자체 단위)마다 각 정당에서 후보 순위 명부를 등록하고 득표율에 따라 상위 후보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일종의 비례 대표 선출 방식이다. 그러나 여성의 참여를 고려하거나, 여성 의 사회적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 위주로 선거명부가 작성되었고, 그 결과 기초지자체(꼬뮌)의 여성의원 비율은 1970년대에는 8.3%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남녀 인구분포와는 아주 동떨어진 선거결과를 개선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작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된 결과 현재 프랑스에서의 지방의원 중 여성 비율은 48% 정도로 올라와서 성비는 거의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프랑스의 지자체는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기초지자체(꼬뮌), 그 위로 나폴레옹시대에 구획된 도 지자체(데파트망), 다시 그 위로 광역권 지자체에 해당하는 레죵이 있다. 여성의 지방 선출직 공직진출 확대를 위한 시도는 우선 기초지자체 선거를 대상으로 2000년 6월에 지방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확정된 선거법 개정에서 2007년 1월 이후 기초지자체 선거에서는 선거가 시행될 경우, 중급(인구 3,500명 이상)이상의 지자체라면, 각 정당이 의원 후보 명부를 선관위에 등록할 때에는 남녀가 반드시 동수가 되도록 의무화했다. 그 결과 프랑스 전국 기초지자체 의원 중 여성 비율이 2008년에는 34.8%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 후 이 제도는 2013년부터 인구 1,000명 이상의 작은 기초지자체에도 확대 적용되었다. 그 반면에 광역지자체는 2003년 이후부터 남녀 동수로 후보명부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한 결과 1998년까지 27%에 불과하던 광역의회 의원 중 여성의원 비율이 2014년에는 48.3%에 도달하게 되었다.

남은 과제는 소선거구제로서 선거구당 의원 1인을 선출하는 도(데파트망)의원 선거에서 여성이 진출하도록 하는 문제였다. 각 정당에 그대로 맡겨둔 현재의 공천방식으로는 선거를 해봐도 여성의원의 비율이 15.3%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원이 합리적으로 선출되도록 하는 방안으로 채택된 룰은 현재 선거구는 그대로 두되, 2개 선거구를 한 단위선거구로 묶어 2인을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때 단위선거구에서 남녀 각 1인이 짝을 이루어 입후보하도록 의무화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개정선거법에 의한 선거가 완료되면 프랑스 도 의원 여성 비율은 현재의 15.3%에서 단숨에 50%에 도달하게 된다. 개정 선거법에 의한 최초의 도의원 선거는 오는 3월 말로 예정되어 있다.

1. 후보자 명부 남녀 동수 강제배분
이 방식은 주민들이 후보자 명부 리스트를 보고 투표하는 기초지자체(꼬뮌) 선거와 광역지자체(레죵)의원 선거에 적용한다. 각 지자체 단위 선거구별로 의원 정수가 정해지면 각 정당에서는 득표에 비례하여 상위부터 당선시킬 수 있도록 순위가 적힌 후보자 명부를 제출한다. 이때 각 정당은 반드시 남녀 같은 수의 의원이 들어간 명부를 선관위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순위별로 6명 구간 내에서는 각 정당에서 남녀순위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후보자 명부가 남녀 균형을 이루도록 배분할 경우, 이상적으로는 남성 50%, 여성 50%의 지방의원이 당선되어야 하지만, 6명 후보 구간에는 순위를 정함에 있어 각 정당에 자율성이 주어져 있으므로 여성 의원의 50% 당선을 정확하게 보장받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프랑스의 남성우월주의 단면이 반영되어 당선 가능권에 남자 후보를 우선 배치하더라도 여성의원 비율이 48%까지는 상승하고 있다.

2. 소선거구 2개를 묶고 후보자는 반드시 남녀 짝을 지어 등록
프랑스의 중간 지자체(데파트망)은 원래 소선거구제로 운영하였으며, 그로 인해 성별 할당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또한, 선거구 재조정, 의원 정수의 증감 등이 동반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지고 여성의원의 진출확대를 위한 목적이더라도 선거법의 특성상 개정이 아주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선거구를 크게 손보지 않고, 또한 의원정수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성진출을 확대하는 방안에 찾기 위하여, 전국의 기존 선거구를 대상으로 각각 2개 선거구를 한 개의 단위 선거구로 묶는 방식을 택하였다. 그리고 각 단위선거구마다 정당에서는 남녀 1인씩 짝을 지어 출마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와 같은 선거제도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2015년 3월 이후 정착되면 프랑스 데파트망 의회에서는 자동으로 의원석의 50%를 여성이 차지하게 된다.

여성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의 2014년 지방선거에서 수도 파리시장에 여성후보 안 이달고(Anne IDALGO) 시장이 당선되었고, 릴, 엑상프로방스서도 여성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프랑스 10대 도시 중 3개 도시를 여성시장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들어가면 여성의 파워는 아직 미약하다. 전국의 지방의회에는 과반수 정도의 의석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시의원 중에서 시장을 선출하게 되어 있지만, 프랑스 지자체의 여성시장은 아직 16% 정도에 불과하다. 즉, 지자체를 이끄는 대표자 자리를 여성이 맡게 되기까지는 프랑스도 갈 길이 아직 멀다 하겠다.

지방자치단체 의회 내에서의 여성의원 당선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와는 달리 중앙정치에서는 여성의 진출확대를 위한 별도의 선거법 개정이 도입되지 않고 있으나, 각 정당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능한 범위내에서는 상하의원 선거에서도 여성후보 공천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에서의 여성의원 비율은 2007년까지만 하여도 18.9%에 불과하여 유럽국가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비록 2012년 선거 이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27% 정도까지 올라오긴 하였으나 타 북유럽 국가나, 인접 독일에 비하여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서유럽 국가 중 프랑스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고위공직에 대한 여성진출 약세현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은 정치권에서도 오래전부터 계속되긴 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81년 집권한 사회당 정부의 미테랑 대통령이 1991년, 당시 에디트 크레송 대외무역장관을 프랑스 최초의 여성 총리로 발탁한 사례이다. 그리고 역시 프랑스 사회당은 2008년 대선에서 세골렌 르와얄(현 환경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한 사회당 정부에서 발스 총리 내각을 구성하면서 주요장관 16명 중 8명을 여성으로 기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