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울산 장생포와의 인연

고래와 우리 민족의 인연은 선사시대부터이다. 울산 반구대암각화가 바로 증거이다.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에도 꾸준히 고래가 잡혔으며, 조선 말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외국인들에 의한 고래잡이가 성행하였다. 1899년 러시아 태평양포경회사가 고래를 해체하는 장소로 장생포를 이용하면서 이곳은 포경사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1950년대 초에는 장생포를 드나드는 포경선이 약 20척에 달하였으며 1961년에는 한국포경어업수산업조합이 장생포에 설립되었다. 하지만 지나친 포획으로 해양생태계가 위협받게 되자 IWC(Internatio
nal Whaling Commission, 국제포경위원회가) 결성되고 우리나라도 1978년에는 국제포경규제조약에 가입해 IWC의 회원국이 되었으며, 1986년 IWC가 상업 포경을 전면 중지함에 따라 한국의 포경업도 중지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고래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곳, 장생포 고래박물관

과거 고래사냥으로 북적했던 역사는 사라지고 지금은 그 자취를 간직하며 조용하게 그 뒤를 이어가는 장생포. 아직도 장생포에는 울산 고래사냥의 역사와 흔적을 볼 수 있다. 바로 장생포 고래박물관이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고래 전문박물관으로 고래사냥 금지 이후 사라져 가고 있는 포경유물을 수집, 보존, 전시함으로써 고래도시 울산의 역사를 되살려 나가고, 유용한 해양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박물관은 2층 포경역사관부터 시작한다. 이곳은 대형턱뼈관, 대형골격관, 소형골격관, 포경도구관 등 관련 유물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포경 시 실제로 사용한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포경 관련 도구와 획득한 유물을 전시하여 세계 포경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대표적인 전시물은 수염고래인 브라이드고래와 이빨고래인 범고래 골격이며, 이 외에 반구대암각화관, 브라이드고래의 실제 수염, 포경선 제5진양호, 고래의 유영 모습을 보여주는 3면 영상관이 마련되어 있다.

울산 고래하면 귀신고래를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의 3층 귀신고래관에서는 귀신고래의 모든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전시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거대한 귀신고래의 모형이 눈에 띈다. 머리골격을 원형 그대로 제작하여 회전전시대를 이용하해 전면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길이 13.5m의 실물에 가까운 한국계귀신고래 모형도 전시되어 있어 귀신고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이곳에선 고래바다여행선을 이용하여 인근 바다로 나갈 수도 있다. 2~3시간 코스로 장생포항에서 출발하여 울산 연안을 탐사한다. 바다에서 고래를 만날 확률은 20% 내외지만 고래를 실제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는 고래는 밍크고래를 비롯해 참돌고래, 상괭이 등이며, 운이 좋다면 수천 마리의 돌고래 무리가 힘차가 헤엄치는 장면을 목격할 수도 있다.

고래의 자취를 이어오고 있는 울산 장생포는 2008년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하며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관광의 중심지로 발돋움 하였다. 특구로 지정한 후 관광객들의 방문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조성도 오는 3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고래와 사람으로 언제나 시끌벅적했던 장생포의 전성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