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야기 > 하늘 아래 저물어간 불교왕국의 추억, 포탈라궁

하늘아래 지어진 사랑의 산물
티베트의 심장 ‘포탈라궁’의 역사는 7세기 초 티베트 왕조에서 시작된다. 티베트 왕조 33대 왕 송첸캄포는 티베트 지역을 통일하고 토번국을 새운다. 이에 당 태종은 조카이자 수양딸인 문성공주를 평화사절로 시집 보낸다. 송첸캄포는 왕비로 맞이한 문성공주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왕비를 위한 선물로 홍산(紅山)언덕 위에 사원을 건립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포탈라궁이다. '포탈라'라는 이름은 ‘관음보살이 산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의 ‘포탈라카’에 유래한다. 포탈라궁이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1645년 제5대 달라이 라마를 왕으로 하는 티베트 왕조 간덴 왕국 때가 돼서다. 제5대 달라이 라마는 외세의 침략으로 황폐해진 포탈라궁을 개축하고 사원이 아닌 궁으로 탈바꿈시켜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했다.

 

하늘아래 지어진 사랑의 산물
현재 포탈라궁은 주인을 잃어버렸다. 대신 하늘과 맞닿은 가장 높은 곳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1959년 중국의 침공으로 티베트가 강제 합병되면서 일어난 티베트봉기로 무수히 많은 티베트인들이 죽어갔고, 지도자인 14대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중국정부는 포탈라궁을 강제 점거하고 그곳에 오성홍기를 걸어 중국의 지배를 확인시키고 있다. 하지만 불교왕국의 마지막 자존심인 포탈라궁에 걸려있는 오성홍기를 바라보는 뵈릭(티베트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1999년 티베트의 한 청년이 몸에 폭탄을 감은 채 포탈라궁 진입을 시도했다. 오성홍기를 내리기 위해서였다. 뵈릭 민족 최대의 유산이자 민족적 자존심을 상징하는 포탈라궁 가장 높은 자리에 티베트의 설산사자기 대신 오성홍기가 걸려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그야말로 참담했을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오성홍기를 내리려 했던 그 청년은 결국 공안에게 붙잡힌 후 사형을 당했다.

 

포탈라궁은 하늘 아래 저물어간 불교왕국의 추억이 담겨있는 마음의 고향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뵈릭 민족이 처한 상황을 목도하며 그리 멀지 않은 과거, 한민족의 아픈 수난사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