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 평가와 과제 - 지방재정분야

이재은 (경기대학교 명예교수)

1. 그런데 단체장 직선 20년이 지난 지금 지방재정을 살펴보면 자율성은 크게 제약되어 있으면서 지방의 책임성 부재에 대한 비난은 그치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왜 지방재정의 책임성이 구현되지 않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개선도 없이 중앙정부의 통제기제를 강화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성년이 된 지방재정이 갈수록 더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림을 꾸려나갈 수 없게 만드는 현재의 중앙-지방정부 간 재정관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지 않고는 아무리 통제기제를 강화해도 지방재정의 효율성과 책임성이 구현되기는 쉽지 않다. 현재 한국의 정부 간 재정관계는 결정권은 중앙정부가 장악하고(집권) 지방은 그저 집행권만 갖는(분산) 중앙집권적 분산체제이다. 분권체제로 전환하여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것, 바꾸어 말하면 세출의 자치와 세입의 자치가 구현되는 자치재정을 확립하는 것 이것이 현재 성년이 된 한국 지방재정의 핵심과제이다. 이하에서는 지난 20년 지방재정의 변모를 살펴보고 그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간략히 요약하고자 한다.

2. 1995년 민선단체장 1기가 시작되던 해의 지방재정규모가 36.7조 원 이었는데 2014년도 예산규모는 163.5조 원 으로 약 4.5배 커졌다. 같은 기간 중앙재정은 72.9조 원에서 274.5조 원으로 3.8배 증가했다. 이렇게 중앙재정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 지방재정이지만 자율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크게 후퇴하고 있다. 즉 같은 기간 지방정부의 일반·특별회계(순계)의 세입구조를 살펴보면 1995년도에는 지방세가 41.8%, 세외수입이 24.6%, 지방교부세가 15.5%, 지방양여금 5.1%, 보조금이 8.8%이고 지방채가 4.2%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4년도에는 지방세가 33.3%, 세외수입 12.6%, 지방교부세가 19.3%, 국고보조금이 23.0%, 지방채가 2.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다소 굴곡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자체재원(지방세+세외수입)의 비중이 66.4%에서 45.9%로 20.5% 포인트나 낮아졌다. 그 이면에서 보조금의 비중은 14.2% 포인트나 높아졌다.

간단한 통계수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가 부활되고 단체장이 직선되어 지역의 문제를 지역주민과 단체장 의원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온 지난 20년, 지방의 재정여건은 점점 더 중앙정부 의존적 구조가 심화되어 온 것이다. 많이 인용되는 지표가 재정자립도이다. 1995년도에 63.5%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져 2013년도에 51.1%까지 낮아졌고 산정방식이 바뀐 2014년도엔 44.8%까지 낮아졌다. 2014년도에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단체가 244개 단체 중 불과 12개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크고 작은 권한이 지방에 이양되거나 또는 위임(기관위임사무)되어왔지만 그 재원은 지방세가 아닌 이전재원, 그것도 약간의 자율성이 있는 지방교부세보다 중앙이 통제하는 보조금의 형태로 보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총조세에서 지방세의 비중은 2010년에 지방소비세가 도입되었어도 지난 20년간 20% 내외에서 거의 정체되어 있다. 지방교부세 법정율은 조금 인상되기도 했지만 분권교부금처럼 기능이 양된 세출규모를 보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보조금에 대한 지방비부담의 비율이 증감을 오르내렸지만 2006년도에 29.9%까지 낮아졌으나 2013년도엔 40.0%로 크게 상승하였다. 이로 인해 적은 자체재원마저 국가사무·사업에 충당하여 지방재정의 경직성이 심화되고 자체사업은 축소되어 왔다.

요약하면 세출 면에서 기관위임사무, 각종 의무강제(보육, 노령연금 등), 보조금에 의한 유도 등 세출의 자치가 현저하게 위축되어 있다. 세입 면에서도 과세자주권이 크게 제약되어 있으며, 세입확충노력을 하면 오히려 교부금이 줄어드는 등 제도적 허점이 그동안 재정책임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

3. 이상에서 개관해보았듯이 단체장직선 20년간 지방재정은 자치재정보다는 중앙관치재정의 성격이 컸으며, 그것이 최근의 ‘증세 없는 복지’ 논란과 함께 지방재정의 위기 가능성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자치재정의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려면 몇 가지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세출의 자치를 확보해야 한다.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하고 사무를 재배분하여 국가사무에 대한 위탁비용은 전액 중앙정부의 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될 경우 최소한의 지방비부담을 요구해야 한다. 사무·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할 경우 반드시 그 재원의 상당부분을 지방세로 이양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정책으로 결정된 사항을 지방에 의무강제 할 경우 반드시 그 재원을 보전해야 하며 지방비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세입의 자치를 확보해야 한다. 우선 현재 총조세의 형식적 배분을 보면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0:20인데 재원이전을 고려한 실질적 사용액을 보면 국가와 지방(교육자치포함)이 40:60이다. 세원배분과 세출권한배분의 기형적 구조가 세출의 낭비와 재정책임성 상실을 초래하는 근본원인이므로 세출권한에 맞게 세원을 지방으로 이양하되 지역 간 재정력격차를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즉 현행 세제 안에 지역 간 세수격차를 확대시키는 누진구조의 지방소득세를 비례세율구조로 전환하고 세율은 현행 국세소득세와 지방소득세의 최세세율을 합한 6.6%로 인상하는 방식의 세원이양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방소비세의 세율인상이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이 지역적 소비지출과의 비례성이 발휘되지 않는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 즉 지방소비세율을 20%로 인상하되 10%는 지역의 소비지출에 비례하여 배분하고 나머지 10%는 지역 간 세수격차를 완화하는 재정조정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지역의 소비지출증가가 지방세수 증가로 연결되는 기제를 만들어야 주민들의 납세의식도 제고할 수 있다.

셋째, 세출의 자치와 세입의 자치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하나는 중앙정부의 정책결정이 지방에 재정부담을 초래할 경우 반드시 지방4단체협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지방의 예산결정과정에 주민의 실질적 참여기제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 도입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형식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세출의 효율성이나 주민의 재정책임성 제고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넷째, 이상에 언급한 자치재정의 개선방안은 최소한의 조건이다. 중앙집권적 분산체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은 지방자치와 자치재정에 관한 형식적 규정에 그치고 있는 헌법규정을 고쳐야 한다. 중앙정부가 수시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나 권한 그리고 재원조달수단 등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풀뿌리민주주의의 바탕인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헌법 前文에 지방분권을 명시하고 자치단체의 종류, 권한의 범위, 지방입법권, 지방세와 재정조정제도의 기준, 중앙-지방정부 간 분쟁조정 등을 헌법조항으로 명시하여 지역주권에 바탕을 둔 진정한 지방자치를 보장해야 한다. 단체장직선 20년을 넘어 청·장년기로 접어드는 지방자치가 진정 어른답게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