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수연(협의회 책임연구위원)

1.「지방자치법」의 출발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제헌헌법은 지방자치에 관해 제96조와 제97조, 두 개의조문으로 규정하였고, 이것은 현행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와 비교해 볼 때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법정 원칙과 의회사항을 추가한 것 외에는 대동소이 하다. 1)

그리고 헌법이 제정된지 1년 후인 1949년 7월 4일 「지방자치법」이 제정·공포되었다. 이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한 법률로서의 출발이었다.

이후 「지방자치법」은 일부개정, 타법개정, 전부개정 등을 모두 포함하여 53차례 개정되었다. 그중 전부개정은 제9차 개헌(현행헌법)의 결과 1988년 4월 6일 전부개정되었고, 2007년 5월 11일 “법적 간결성·함축성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법 문장의 표기를 한글화하고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며 복잡한 문장은 체계를 정리하여 쉽고 간결하게 다듬어 일반 국민이 쉽게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언어생활에도 맞는 법률이 되도록 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전부개정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현행 「지방자치법」의 틀은 1988년 법체계라 할 수 있고, 실질적인 전부개정은 그 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겠다.

 

1) 제헌 헌법과 현행 헌법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제헌 헌법 현행 헌법 제96조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내에서 그 자치에 관한 행정사무와 국가가 위임한 행정사무를 처리하며 재산을 관리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내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제117조 ①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②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제97조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 로써 정한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각각 의회를 둔다. 지방의회의 조직, 권한과 의원의 선거는 법률로써 정한다. 제118조 ①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②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 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2.「지방자치법」의 목적

「지방자치법」 제1조는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내용을 분석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하는 것은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는데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법」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가 현 지방행정과 맞지 않거나 과거의 중앙중심적 사고에 기인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면 「지방자치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를 구체화시키고 헌법의 규범적 의미를 보다 잘 구현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지방자치법」의 사명이다.

 

3.「지방자치법」의 문제점

현행 「지방자치법」은 중앙중심적 틀 속에 지방자치를 설정하고,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감독과 통제 장치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설사 1988년 당시에는 갓 시작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불안에서 출발하여 일부 설득력있는 구조였다고 하더라도 지난 25여년의 세월동안 성숙해 온 지방자치의 모습과 앞으로 완성시켜야 할 지방자치의 모습은, 중앙과 지방의 관계 설정이 중앙중심적으로 편파·왜곡되어 있는 구조에서는 더 이상 발전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에서 전부 개정의 작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중앙정부와 지방의 관계에서 중요한 원칙들은 생략되어 있고, 중요한 지방분권과제들은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상당부분 누락되어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기본법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세부 지방분권과제들에 대한 총괄적·기본적 방향 및 원칙들을 「지방자치법」에 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다시 세우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4.「지방자치법」전부 개정의 주요 내용

개정이 필요한 주요 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국가와 지방간 사무구분 및 배분 기준 재설정 및 권한과 책임 명문화
현재 사무구분 및 배분의 기준이 미흡하여 한계가 존재한다. 국가의 지방에 대한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하고, 이른바 ‘법정수임사무’를 도입하여 지방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수행하는 사무에 대해서는 위임기관인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고, 지방의회의 관여가 가능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자치법」제22조 단서에서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지방의 입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학계에서 위헌논란까지 있으므로 이를 삭제하여야 한다.

○ 자치조직권 강화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조직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강화하여 현행과 같이 대통령령에서 상세히 규정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 조례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자주재정권 확립 및 국가재정과의 분담관계 명문화
지방의 재정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명문화하고, 국가와 재정분담의 원칙 규정 마련하는 등 지방의 자치재정권을 명시하여야 한다.

○ 국가의 지도·감독의 한계 설정 및 제도 개선
국회 및 중앙정부, 감사원 등의 지방에 대한 감사·감독이 한계가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국가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는 합법성 통제의 영역에서만 기능, 합목적성 통제는 자율적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 중앙과 지방의 협력체계 원칙 등 명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기적으로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하여 협의하고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