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이동 (서울시 지방행정사무관)

 

일전에 중국외교부 고위관계자는 한중관계의 불가분성을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며 설명하는 것을 듣고 매우 공감이 되었다.

 

“중국인은 아침에 일어나 한국산 화장품으로 치장하고, 현대자동차 택시(북경시의 택시는 현대차로 지정됨)를 타고 출근길에 오르며, 택시 안에서는 한국산 핸드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집으로 퇴근한 후에는 한국산 TV를 통해 한국드라마를 시청한다고”

 

그럼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김치, 양념류 그리고 입고 다니는 옷 등 중국상품이 우리 국민의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한중 FTA가 발효되면 양국간의 불가분성은 더욱 명약관화한 사실이 될 것이다.

 

양국 간의 이러한 밀접성을 반영하듯 한국의 시도지사들께서 최근 중국을 방문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덕분에 각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도 목격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에는 중국관광객을 유치하여 양양공항의 이용률이 크게 높아졌고, 제주도는 부동산투자이민 유치를 통해 중국인 투자가 크게 늘었다. 이외에도 부산시의 관광객 유치, 인천시의 송도경제자유지역의 투자유치 등 지방외교의 결과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지자체간의 교류가 단발성이나 형식적 교류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지난 20년간의 교류가 기반구축의 시기였다면 향후 20년간은 교류의 성숙기간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저는 이 기회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중국사무소에 근무하며 느낀 바를 토대로 한중지방정부의 성숙한 교류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대중국 교류를 단순한 교류관계를 넘어 지방외교로 격상시켜야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자매/우호결연을 맺은후 상호교류가 없이 교류협정서가 사문화되어 오히려 상호간 불신을 초래하는 현상을 종종 볼 수 있다. 인문, 경제, 문화 등 분야의 다양화와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 상호교류를 통해 양 정부간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외교의 격상을 위해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한중지방정부교류회의』, 『K2H국제교류공무원 초청사업』, 『K2H국제교류공무원 세미나』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중 『한중지방정부교류회의』는 한중 지방외교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이 회의에 중국측에서 중국외교부 관계자, 각 성정부 외사판공실 책임자들이 참여하므로 한자리에서 중국 각 성정부의 외교책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의 지자체도 이 회의를 활용하여 지방외교를 펼칠 수 있는 무대로 삼았으면 한다.

 

둘째, 지자체의 특성이 반영된 대중국 교류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한국 지자체의 대중국 교류패턴은 대부분 인적교류나 지역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단발성 행사로 끝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교류의 지속성, 효과성 제고를 위하여 각 지방정부가 특색 있게 보유한 대중국 교류자원을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각 지자체의 브랜드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일례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와 중국 등봉시(登封市)의 소림축제의 교류는 지역특성을 잘 활용한 참고 할 만한 사례로 판단된다.

 

셋째, 중국의 발전패러다임 전환에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지자체의 접근방식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띄고 있다. 각 지자체가 북경, 상해 등 경제적으로 이미 발달한 지역에만 집중하다보니 지자체간 중복이 되고 중국의 해당 지방정부는 특정지역에 집중된 한국지자체의 교류공세에 느긋한 자세로 우월적 지위에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의 지자체장이 북경시 방문시 북경시장을 면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아왔다. 이는 대도시 위주로 편중된 교류전략 때문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중국의 지역균형 발전전략에 맞추어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면 서부대개발 정책에 따라 씬장(新疆), 씨장(西藏)등 상대적으로 낙후되었으나 발전이 예상되는 지역을 선점하여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넷째, 전담부서 설치를 통한 대중국교류의 전문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교류 강화를 위하여 일부 지자체에서 중국 전담팀을 운영하며 대중교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전담팀 설치와 더불어 하나 필요한 것은 중국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한국의 지자체공무원은 순환보직에 의거 몇 년간만 근무하다 자리를 옮기므로 전문성과 영속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반면에 중국의 공무원은 한 부서에서 정년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은 전문성이 뛰어나고 상대방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 자국을 위한 실리외교에 유리한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지속적 인문교류를 통해 친한파를 양성해야 한다. “먼저 친구를 사귀고 후에 사업을 논하라”(先交朋友再做生意)라는 중국의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작년도에 박근혜대통령이 중국 방문시 인용한 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국인의 특성을 잘 표현한 말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말이다. 이 속담처럼 중국인과는 장시간 조건 없이 친구로 사귄 후에 사업을 언급해야 비로소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교환공무원을 지속적으로 파견하거나 중국공무원을 초대하는 등 우호적 인사를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위에서 간략히 한중지방교류 현황 및 몇 가지 건의사항을 언급하였지만 이제 대중교류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어가고 있는 점에 비추어 우리 지방정부도 체계적, 전략적 접근을 통해 한국지방정부의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