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충남의 가톨릭 성지와 함께하는 탐방

현재 충남도청이 자리하고 있는 내포(內浦)지방은 예로부터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 들어와 배가 드나드는 여러 포구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빠짐에 따라 육지가 되고 바다가 되는 지리적 여건은 해상문화를 접하기가 쉬웠으며, 이는 결국 우리나라 개화기 사상가들로 하여금 발달된 서양문물과 천주교를 접하기가 쉬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내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가톨릭의 근원지로 자리 잡고 있는 솔뫼성지와 해미읍성을 찾아가 보자.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송산리에 위치하고 있는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출생한 곳으로 그의 생가와 동상, 기념관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제1의 가톨릭 성지 솔뫼성지는 전세계 가톨릭교회의 공경의 대상이며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적을 보존하고 있어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한국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4년 8월 10일~18일 내한한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방문기간 중 서산의 해미읍성과 함께 방문한 역사적인 곳으로 국가사적 제529호로 등록되어 있다.

김대건은 182년 8월 21일 솔뫼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의 이름은 재복이었다. 16세 때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중국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 1845년 24세의 나이로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그 해 10월 귀국한 그는 용인 일대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했고, 귀국한지 불과 1년이 지나기도 전인 1846년 6월에 체포되어 그 해 9월 새남터에서 순교하기에 이른다.

생가터를 지나 성지의 남쪽 끝은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와 천주교 박해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그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의 활동과 업적, 체포와 순교 4대 박해, 한국교회사 등에 관한 자료와 함께 희귀 성물도 전시되고 있어서 천주교의 생활문화도 엿볼 수 있다.

‘소나무가 우거진 산’이라는 솔뫼는 1836년 김대건 신부의 신학생 추천서에도 나올 정도로 소나무가 울창했던 것으로 보이며, 솔뫼 중심에 자리 한 배 모양의 성당은 김대건 신부가 서해바다를 건너 중국을 오가던 ‘라파엘 호’를 상징한다. 그 앞의 둥근 광장은 모래사장을 뜻하는 ‘아레나’로 불리며 아레나 둘레의 12사도의 상은 모든 이가 복음의 전파자가 되기를 염원하는 의미로 세워졌다. 지난해 교황 방문 행사 시 아시아의 청년들이 솔뫼에 모여 아시아 청년대회를 이곳에서 개최하였다.

보통 ‘해뫼’라 일컬어지는 해미읍성은 조선 초기에 병마절도사가 주둔하던 곳으로 조선 중기에는 현으로 축소 개편된 진영에 1,400~1,500명의 군사를 거느리는 무관 영장이 현감을 겸하여 지역 통치를 하던 곳이다. 1790년대부터 1880년대에 이르는 100년간, 내포지역의 천주교 신자들은 국사범으로 몰려 이곳에 끌려와 순교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이곳은 국사범을 독자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미읍의 중심부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성 자체가 순교성지로 당시의 감옥 실상이 재현되어 있고 감옥터의 호야나무는 당시 손발을 묶이고 머리채도 묶인 순교자들을 매달아 고문하는 형틀로 쓰였다. 300년 수령 호야나무가 지금도 그 흔적을 지닌 채 그 때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다.

천주교도들을 투옥하고 문초하였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터만 남아있던 옥사를 발굴 작업한 뒤 재현하여 현재에 이른다. 해미읍성에는 조선시대의 살림집 생활상과 민속을 살펴볼 수 있는 집이 재현되어 있다. 부농의 집, 말단관리의 집, 상인의 집 등이 당시의 생활상 그대로 재현되어있다.

해미성지는 다른 어떤 순교지보다도 당시 참혹했던 핍박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백 년의 박해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그 서슬이 무뎌지지 않았던 해미는 수천을 헤아리는 이름 모를 순교자들이 웅덩이와 구덩이로 내몰린 채 생매장당한 기막힌 사연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해미읍성의 서문에서 약 700m 거리)

개울가에 있던 둠벙에 순교자들을 꽁꽁 묶어 물속에 빠뜨려 죽였다 하여 죄인둠벙이라 불리었던 ‘진둠벙’이라는 곳이 있다. 해미의 순교자들이 이 못에 산채로 떠밀려 죽어갔던 역사의 현장이다. 해미순교선열현양회는 이 못 일대에 23,100㎡ 부지를 마련하여 성지화하고 순교기념 성전을 건립하는 한편, 순교탑과 함께 묘를 조성하여 순교자의 유해를 모시고 있다. 이곳에는 ‘해미순교성지기념관이 마련되어 있어서 해미의 천주교 100년 박해 역사를 알아볼 수 있으며, 기념관 건너에 실제로 쓰였던 자리갯돌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옆 진둠벙이 성지로 되살아나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