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도시들은 거리예술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도심의 벽면이 캔버스가 되고 거리나 광장이 바로 화실이고 무대이다. 고대유적의 역사가 찬란한 로마도 예외가 아니다. 바닥에 명화를 재현하는 자, 아코디언이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자, 스스로 살아 있는 조각을 연출하는 행위예술가 등 로마의 휴일을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온통 현대미술관처럼 보인다.

예전부터 이탈리아는 지저분한 낙서(Graffiti-그라피티)로도 많이 알려져 있었다. 신문이나 TV에는 어느 기차역 고가도로 밑의 낙서를 지우는데 시에서 얼마의 예산이 들었고, 그라피티는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반달리즘(Vandalism) 행위라는 등의 기사가 자주 눈에 띄었었는데 언제부터 이 낙서가 현대 거리예술로 탈바꿈되어 로마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로마의 상점들이 하나 둘 셔터문을 그라피티로 주문장식하기 시작하여 ‘셔터주문낙서가’라는 새로운 명칭도 생기고, 로마시와 ATAC(로마시 교통공사) 협찬으로 서민 임대주택지, 지하철, 지하도, ATAC 본사 건물 등 로마 시 곳곳에 예술성이 뛰어나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눈을 끄는 거리예술작품들이 그려졌다.

작년에는 로마현대미술관(MACRO)와 ATAC협찬으로 국제 거리예술 페스티벌과 컨퍼런스 등도 로마에서 개최되었다. 그 동안 현대예술의 비중이 약하다 할 수 있었던 로마시 자체가 이제 야외 현대미술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로마 시내 한 중심지인 플라미니오 지하철 역에 가면 한국 조형미술의 대가인 이두식 교수(1947-2013)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로마시와 ATAC 로마 교통공사는 예술가들의 의견을 받아 1994년 무렵 2000년을 대비하여 15개의 지하철 역에 이탈리아와 세계의 저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도안으로 하여 총 42개의 모자이크 작품을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로마 지하철 예술’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두식 교수의 작품 ‘페스티벌’은 한국 잔칫날의 흥겨움을 연상시키는 전통축제 장면을 묘사한 추상화이다. 한국 농악을 보는 듯한 유희적인 선과 적, 청, 황, 백, 흑을 기본으로 한 강렬한 색으로 역동적인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영원의 도시 로마 한 중심지에서 우리 한국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럽고 플라미니오 역을 지날 때마다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 지하철 역을 나오면 바로 Piazza del Popolo(국민광장)이 있는데 이곳은 3만 여 명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모여 싸이의 강남스타일 댄스를 춘 곳이기도 해서 우리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더 새롭다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로마 지하철의 거리예술작품 중에는 소외 받는 사람과 늘 가까이 하려는 소박하고 따뜻한 현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로마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다.

그라피티 (graffiti)는 이탈리아어로 ‘긁다(graffiare)’라는 뜻이다. 어원은 그리스어의 쓰다(to write)라고 한다. 현재는 단순한 낙서의 그라피티에서 스프레이 스텐실 등의 기법으로 예술화된 거리예술로서의 그라피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인간의 긁고 쓰는 행위는 원시시대 동굴벽화나 고대 로마, 폼페이, 카타콤바 등의 유적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유래가 매우 근원적이고 오래되었다. 현대적인 그라피티의 시작은 뉴욕 브론즈(Bronze) 슬럼가의 지하철과 힙합문화와 연관이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거리예술로서의 그라피티를 대표하는 인물은 신화적인 영국인 ‘뱅크시(Banksy)’라 할 수 있다. 뉴스에서 들은 아래와 같은 뱅크시의 한 작품에 관한 에피소드는 현대의 거리예술에 관한 변화 추세를 잘 말해준다 할 수 있다.

“집에 그려진 낙서를 헐값에 판 팔레스타인의 주민이 뒤늦게 이 낙서가 10억 원이 넘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데요. 모두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그라피티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경매에서 12억 원이 넘는 고가를 기록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집주인은 단돈 20만원에 대문을 팔고 말았습니다.”

라비아(집주인): 저는 예술품이 아니라 대문을 팔았어요. 뱅크시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으니까요.
(출처: MBC뉴스 월드 리포트)

로마시는 로마 외곽지역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지하철 B선 레비비아 지역, 바실리오 지역, 오스티엔세 지역 외에도 앞으로 거리 예술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 한다. 아울러 ‘자비의 특별 희년(2015년 12월 8일~2016년 11월 20일)’에 대비하여 현재 거리예술 순회 관광버스 운행도 준비 중에 있다.

한편, 로마의 관광안내소에 가면 로마 거리예술 안내지도가 배치되어 있다. 이 지도에는 로마 13개 구청지역에 있는 150개 거리 예술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세계 120명의 거리예술가가 참여하여 만들어진 330개의 작품이 표시되어 있다. 이 지도는 로마시 관광 안내사이트에서도 직접 다운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빌바오가 당장 풀어야 하는 숙제는 수도 마드리드에서 멀다는 단점인데, 거리가 멀다고 하기 보다 기차로는 4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그래도 오는 2020년이 되면 마드리드와 빌바오간에도 초고속 열차가 달리게 된다.

참고사이트
http://www.turismoroma.it/wp-content/uploads/2015/04/leaflet_streetart.pdf
https://streetart.withgoogle.com/it/
https://www.google.com/culturalinstitute/collection/street-art-rome
http://imnews.imbc.com/weeklyfull/weekly04/3680902_123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