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건축물이란 사람들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경이로운 예술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자 독일의 자랑인 쾰른 대성당은 사람들의 건축에 대한 열망과 상상의 끝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세계 최고의 건축물이다. 하지만 그 화려하고 웅장한 자태 속에 쾰른 시민들의 눈물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 없을 것이다. 모진 풍파를 견디며 60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끝에 세상의 그 위대한 모습을 드러낸 쾰른 대성당. 과연 무엇이 그리도 긴 시간 동안 대성당 건립의 족쇄가 되어 쾰른 시민의 눈물을 담아간 것일까.

대성당 건립을 위한 위대한 출발

멀리 하늘 위로 우뚝 솟은 두 개의 첨탑. 세계 3대 성당이자 고딕양식의 결정체로 불린 쾰른 대성당이 그 화려함을 자랑하듯 위엄 있는 자태를 뽐낸다. 독일 최초의 고딕양식 건축물이자 독일국민의 정신적 성지로 성페타 문트 마리아 대성당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는 쾰른 대성당. 세계 건축사의 위대한 산물인 이곳의 처음에는 작고 소박한 성당이었다. 어느 날 성당에 불이나 화마가 성당을 삼켜 버렸고, 성당을 잃은 사람들은 성당에 대한 그리움에 재건하기로 한다. 공사 준비가 한창이던 1164년. 대주교 라이날트 폰 닷셀이 밀라노에서 성삼왕(세 명의 동방박사)의 유골을 이곳에 안치하기로 하면서 이곳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게 된다. 유골 안치에 걸맞은 웅장한 성당을 바치기 위해 1248년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게르하르트를 선임했다. 게르하르트의 진두지휘하에 본격인 공사는 진행됐고, 그가 초석을 다진 설계도는 이후 312년 동안 세계 최대의 성당을 목표로 한 쾰른 대성당의 기초가 된다. 게르하르트가 죽은 뒤 그가 만든 단 한 장의 설계도는 총 세 명의 건축가에게 인계되었다. 그렇게 순조로운 건립이 예상되던 쾰른 대성당. 하지만 1794년 나폴레옹 전쟁이 발발하면서 길고 긴 수난의 역사가 시작된다.

쾰른 시민의 눈물이 담긴 위대한 성지

'치마 입은 예수상'이라 불리는 이 십자가상은 부르고스 성당에서 가장 많은 경배를 받는 상이다. 이 예수상에 대해 얽힌 이야기가 있는데, 중세의 한 부유한 상인이 플랑드로 여행을 떠나며 아구스띠노스회 수도자들에게 자신이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답으로 돌아오는 길에 좋은 선물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인은 배를 타고 귀국하면서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갑판 위에 서 있던 상인의 눈에 바다 위를 떠다니는 큰 궤가 보여 견져내 열어보니 그 안에는 사람 크기의 십자가상이 들어있었다. 상인이 십자가가 담긴 궤를 싣고 부르고스로 돌아오자 도시의 모든 종이 저절로 울리기 시작했다. 죽은 이를 18명이나 살려냈다고 전해질 정도로 이 십자가상은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는데, 이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상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프랑스군의 침략은 쾰른 대성당의 건립 의지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프랑스군은 독일의 예술품을 헐값에 팔아버리는가 하면 교회나 성당도 무참히 파괴했다. 쾰른 대성당 역시, 전쟁 중 나폴레옹군의 마구간으로 쓰이는 모욕을 당했고, 쾰른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프랑스군의 만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네 번째 건축가 미하엘은 쾰른 대성당 공사의 위협을 느끼고 게르하르트가 만든 설계도를 4등분하여 주변인들에게 나눠주고 추후의 재건을 도모한다. 하지만 4조각의 설계도의 행방은 묘연해졌고 전쟁 종식 후에도 수십 년간 행방을 찾지 못해 쾰른 대성당은 첨탑 골조에 기중기가 박힌 위태로운 모습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성단의 다른 설계도를 만들어 공사를 재기하지 못했을까.

쾰른 대성당은 고딕양식을 기반으로 건립된 성당이다. 당시 고딕양식의 성당은 과학적이고 복잡해서 다른 사람이 다시 설계해 완성하기가 어려웠다. 이때 예술학자 부아세레가 쾰른 대성당의 완공을 위해 설계도 조각을 찾아 나선다. 쾰른 대성당을 볼 때면 그 침통함을 감출 수 없었던 부아세레는 유럽 각국을 돌며 설계도를 수소문했고 수년간의 노력 끝에 설계도 4조각을 모아 쾰른 대성당의 공사를 재개했다. 공사자금은 대문호 괴테의 도움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공사는 1854년 부아세레가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 한 번 위기에 봉착한다. 독일의 국왕 빌헬름 4세는 높은 공사비용에 자금지원을 중단했고 쾰른 시민들은 침통해 하며 생각 끝에 건축복권을 발행하여 경비를 조달하였다. 그리고 초석을 놓은 지 632년만인 1880년 쾰른 시민들의 힘으로 높이 157미터의 위엄을 자랑하는 대성당이 완공되었다.

압도적 위용으로 세계인의 감탄사를 자아내는 쾰른 대성당 속 가슴 아픈 기억들. 그리고 그런 쾰른 대성당을 어루만지며 함께 그 명성을 쌓아간 쾰른의 시민들. 632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공사 기간은 세기의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쾰른 시민에게는 그 기간은 눈물과 아픔으로 이겨낸 위대한 영광의 시간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