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가곡을 배운 추억을 되살리면 우리는 음악의 선율 속에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기억한다. 은근히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는 강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도나우 강(일명 다뉴브 강)은 독일 남부에서 시작하여 중부와 동부 유럽 주요 도시를 통과하는 거대한 내륙 수운 대동맥의 하나이다. 그래서 도나우 강을 따라 중세부터 국제무역이 발달하고 도나우 강변에는 유럽제국들의 수도가 되는 많은 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도나우가 본격적으로 발원하고 아인슈타인이 태어난 도시가 독일의 강소도시 울름이다. 우리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도시이고 관광차 울름을 둘러보는 분들도 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울름은 위압적인 대도시도 아니고 인간적인 도시이지만 독일의 제조업, 의학, 경제학을 이끌어 가는 기초를 지탱하고 있는 도시다. 그리고 세계에서 첨탑이 가장 높은 교회 건물이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5백 년 만에 지어진 울름교회

도나우 강은 정확하게는 독일 남서부 흑림(Black forest)지대에서 발원하지만, 울름 지점에서부터 일러 강과 블라우 강이 합류하면서 강폭이 넓어지고 수심도 깊어져서 내륙 수운이 이 울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고 나서 도나우는 독일 남부 주요 도시를 거쳐 오스트리아의 린츠, 빈,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도착한다. 이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와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도심을 가로질러 흘러간다. 다음에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국경을 만들다가 흑해로 들어간다. 강의 길이는 2,860킬로미터로서 유럽에서는 볼가 강에 이어 2번째로 긴 강이다. 유럽국가 10개국을 통과하면서 유럽연합(EU) 내에서는 가장 긴 강이기도 하다.

1992년에는 도나우가 독일 라인 강, 그리고 마인 강과는 운하로 연결됨으로써 흑해에서 내륙을 거쳐 로테르담까지 수운이 가능하게 되었다. 도나우에서는 중세시절부터 약 60여 종의 생선을 잡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강의 오염으로 어업은 많이 쇠퇴하였고 울름 상류 지역과 흑해 연안 지역에서 주로 연어가 잡히고 있다.

도나우는 자연풍광이 뛰어난 유럽 국가들을, 때로는 평원 사이로 때로는 산을 끼고 통과하면서 수많은 관광자원을 만들고 있는데 국제적인 크루즈선박의 운행도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부다페스트 지역의 강변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하였다.

시민들의 힘으로 5백 년 만에 지어진 울름교회

14세기 때만 하여도 울름의 교회들은 성곽 외부에 있었으나, 당시 시민들 사이에서 시 중심에 교회를 세우자는 결정이 있었고 이때가 1377년 무렵이었다. 종교개혁 이전이었던 탓으로 처음에는 가톨릭 성당으로 교회 건축이 시작된 후 순수하게 시민들의 힘으로 교회 건축이 진행되었다. 과거 유럽에서는 대개 이런 건축물은 왕실이나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재정을 부담하거나 지원하는 가운데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시민들이 작은 힘들을 모아 거대한 교회를 짓다 보니 난관도 많았다. 건축기간 중에 발생한 30년 전쟁, 스페인 계승전쟁 등 정치적 영향, 종교개혁과 경제적 문제 등으로 무려 500년에 걸친 공사 끝에 1890년 5월에 가서야 교회가 완공되었다.

그래서 교회가 지어지던 기간에는 많은 시민들이 교회 건축에 십시일반 기여를 했지만, 태어나서 울름 교회 공사를 평생 보고도 교회가 완공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은 다반사였다.

울름교회는 첨탑까지 높이가 167미터에 달하여 완공 당시만 하여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지금도 첨탑이 높기 때문에 첨탑만으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이다. 울름교회는 교회 꼭대기까지 사람들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678개의 계단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쉬엄쉬엄 걸어서 교회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사람 정도가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계단 길이지만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따로 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이 없이 교회 꼭대기까지 오갈 수 있다. 교회 지붕에 오르면 도나우가 본격적으로 발원하는 물줄기를 조망할 수도 있지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울름 남쪽으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산록을 볼 수 있다. 가깝게는 울름시청을 비롯한 시내 주요건물과 시원하게 트인 교회 앞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역사적 배경을 가진 강소 도시

울름은 비록 명성을 얻은 도시는 아니지만, 지정학적인 입지 때문에 중세시절부터 왕들이 여행 중에 머물거나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이탈리아로 연결되는 요충지였다. 물류산업과 함께 수공예 산업이 발달하였으며 고급 섬유제품의 수출로 도시가 번성하였다. 그 후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도시의 부흥이 쇠퇴하였으며, 정치적으로 프랑스 군대와 오스트리아 군대가 번갈아 도시를 점령하였다. 1805년경에는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가 울름 전투에서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하고 항복을 받아내기도 한다.

1850년 철도가 들어오면서 울름은 근대산업의 중심지가 된다. 이때 시작된 산업이 기계류, 운송기기, 전자, 의약 등으로 지금도 울름은 이 분야에서는 강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1967년 설립된 울름대학은 생체의학 분야에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1980년대 산업개편이후 등장한 울름지역 첨단산업의 연구개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 울름의 주요 강소기업들은 주로 의약품, 테스트 기계, 총포류, 인쇄 장비, 기계, 철도차량, 항공, 전자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독일 자동차 제작사인 다임러, BMW, AUDI 등이 제각기 자동차 IT에 특화된 공장을 울름에서 가동하고 있다.

역사적 배경을 가진 강소 도시

울름은 비록 명성을 얻은 도시는 아니지만, 지정학적인 입지 때문에 중세시절부터 왕들이 여행 중에 머물거나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이탈리아로 연결되는 요충지였다. 물류산업과 함께 수공예 산업이 발달하였으며 고급 섬유제품의 수출로 도시가 번성하였다. 그 후 신대륙이 발견되면서 도시의 부흥이 쇠퇴하였으며, 정치적으로 프랑스 군대와 오스트리아 군대가 번갈아 도시를 점령하였다. 1805년경에는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가 울름 전투에서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하고 항복을 받아내기도 한다.

1850년 철도가 들어오면서 울름은 근대산업의 중심지가 된다. 이때 시작된 산업이 기계류, 운송기기, 전자, 의약 등으로 지금도 울름은 이 분야에서는 강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1967년 설립된 울름대학은 생체의학 분야에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1980년대 산업개편이후 등장한 울름지역 첨단산업의 연구개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 울름의 주요 강소기업들은 주로 의약품, 테스트 기계, 총포류, 인쇄 장비, 기계, 철도차량, 항공, 전자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독일 자동차 제작사인 다임러, BMW, AUDI 등이 제각기 자동차 IT에 특화된 공장을 울름에서 가동하고 있다.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된 연합군 공습

이처럼 독일 남부권 제조업 중심도시로 발전하고 보니 2차 세계대전 중에 울름은 자연히 나치 군용트럭 제작 시설 및 군수기지가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치독일과 연합군 간의 전투가 절정에 달한 1944년 말 울름은 연합군 공군의 맹폭을 받게 된다. 1944년 12월 17일 약 330대의 연합군 폭격기들이 약 1,450톤의 폭탄을 울름에 투하한다. 그 결과 도시 전체의 약 81%가 잿더미로 변하게 된다. 동시에 시민 700여 명이 사망하고 600여 명이 부상을 입게 된다. 25,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을 뿐 아니라 도시 전체 12,756개 건물 중 겨우 1,700호 정도가 폭격을 피해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울름 시민들의 힘으로 건립된 울름교회(Munster)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폭격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매년 12월 17일이 되면 울름교회에서는 그 때의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공습이 시작된 오후 5시가 되면 15분 동안 교회 종을 타종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태어난 과학의 도시

이처럼 도시 전체가 전쟁으로 내려앉은 상황에서도, 과학과 산업의 기본토양이 갖추어진 울름답게 1967년 설립된 울름대학과 과학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회복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다임러, 지멘스, 노키아 등에서 울름에 R&D센터를 설치하고 독일 유수의 유명 연구소들이 울름 대학 주변에 연구소를 설치한다. 그 결과 울름은 독일 남부권 슈투트가르트와 뮌헨을 연결하는 중심축에 자리 잡은 강소도시 로 다시 부상하게 된다.

역사적으로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태어난 도시 울름 이기도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울름에서는 1811년 베블링거(Berblinger) 가 글라이더를 타고 도나우 강변에서 비행시험을 한 사실이 있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날리기 100여 년 전의 일이다.

미래를 위한 준비, 생태도시

울름 시는 2007년 유럽 에너지 대상을 받았다. 지역 에너지 관리와 기후변화에 대비한 환경보전 활동에 대한 보상이었다. 대표적 모범사례로서 2008년 1월부터 시민교회의 상징인 울름 교회가 모든 에너지를 재활용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이미 시 과학단지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주택(Passive House)이 있고, 독일에서 2번째로 큰 태양별 발전소도 가동하고 있다. 또한, 여름에는 태양열 발전에 의존하는 페리보트가 도나우 강을 횡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울름 도시권의 모든 에너지원을 재활용 에너지로 대체해 보고자 지역 역량을 총동원하는 일명 “100% 재활용 에너지 동맹(Alliance 100% renewable)”이 설립되어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