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대표작 백설공주의 성의 모티브이자 스페인 왕가가 가장 사랑했던 성 ‘세고비아 알카사르’. 천 년의 시간을 거스르는 그 아름다움은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황홀경을 선사한다.

천 년의 시간을 간직한 아름다운 성의 탄생

과거의 멋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음악의 도시 세고비아. 이곳은 과거 로마문화와 현재의 스페인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시이다. 그래서일까, 세고비아는 1년 365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세고비아 3대 명소인 세고비아 수도교, 세고비아 대성당, 마지막으로 세고비아 알카사르를 꼭 둘러보고 간다.

이중 세고비아 알카사르는 석양이 지는 하늘 아래 황금빛 자태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성으로 유명하다. 월트 디즈니는 세고비아 알카사르를 보고 감명을 받아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성을 세고비아 알카사르와 동일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세고비아 알카사르는 백설공주의 성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고비아 알카사르는 그 옛날 로마가 지은 요새 위에 지어진 성이다. 과거 세고비아 지역은 로마의 지배를 받았는데 지금까지도 그때의 유적이 세고비아의 명물로 남아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고비아 수도교로 1세기 후반에 건설되어 그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어 로마 시대의 토목 공학 기술을 보여 주는 가장 뛰어난 유적 중 하나이다. 로마 이후 이베리아 반도가 이슬람에 지배를 받으며 성은 요새화되었고 스페인 분열시대였던 15세기까지 세고비아 알카사르는 전략적 요새로 활용되었다. 카스티야 왕국에 의해 스페인이 통일되자 이사벨라 여왕은 이곳을 성으로 탈바꿈시켰다.

스페인의 정점이 가장 사랑한 성

세고비아 알카사르는 중세시대를 통틀어 카스티야 왕가가 가장 좋아하는 궁성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1474년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즉위식이 이곳에서 열렸고, 스페인제국의 황금기를 이끈 펠리페 2세의 결혼식도 이곳에서 거행됐다. 카스티야 왕가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세고비아 알카사르는 19세기까지 개축을 거듭하며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갖게 되었다.

성의 겉모습은 카스티야 왕가의 사랑을 받아온 모습과는 다르게 웅장하고 화려하다기보다는 작고 아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고비아 알카사르 내부는 외부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슬람의 알함브라 스타일의 화려함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양한 방에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성답게 역대 왕들의 초상화와 왕관들이 한편을 장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으로는 수많은 예술품으로 장식된 아히메세스의 방과 옥좌의 방, 그리고 스페인의 왕과 여왕들의 모습을 묘사한 프리즈(장식띠)가 있는 왕의 방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불리며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세고비아 알카사르. 하지만 이곳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진짜 이유는 스페인의 시작과 함께하며 무수한 영광과 아픔을 나누어온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오늘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백설공주의 성이 아닌 천 년의 이야기를 품은 아름다운 성, 세고비아 알카사르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