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다. 정쟁에 치중한 나머지 법률을 통해 정책을 입안하는 국회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발전 및 지방분권을 위한 입법사항에 대해서도 이러한 세간의 평가와 크게 다르다 할 수 없다. 제19대 국회가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시스템을 지방분권형으로 개선하는 입법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반면 지방재정법 등 중앙정부의 지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정부발의 법률에 대해서는 거수기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의 재원과 규율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제도 개선, 지방재정 확충, 중앙-지방 관계 재정립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입법을 통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자치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법령의 범위 안으로 제한하고 있는 조례의 제정범위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피상적 조치만으로는 조례의 제정범위가 확대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법률체계에서는 법률에서 시행령에 지나치게 많은 사항을 위임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하고 있어 조례를 통한 입법여지가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이다. 즉 중앙정부가 일정수준까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지역적 특성에 따라 집행하기 위한 세부적 사항은 조례의 영역에 맡겨 두어야 하나, 지방정부의 재량이 보장되는 입법의 공백을 남겨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례제정권의 범위 확대는 국가-자치 사무의 구분 기준 이 마련되어야 하며, 국회 및 정부의 입법과정에서 이것이 지켜져야만 가능하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치안과 교육에 대한 지방이양이 필요하다. 즉 자치경찰제의 도입 및 일반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간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제도적으로 자치권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재원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치권 보장은 무의미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책은 크게 규제정책, 분배정책, 재분배정책, 구성정책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중 규제정책은 주민의 권리제한 및 의무부여와 관련되어 있기에 국회 입법사항이라 할 것이다. 또한 구성정책은 행정조직의 운영관리권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방정부의 정책은 분배정책과 재분배정책이다. 분배정책은 재원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서 개발정책이 대강을 이루며, 재분배정책은 사회복지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분배 또는 재분배정책을 입안하여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자치권의 보장이라 함은 제도적ㆍ형식적 자치권뿐만 아니라 내용적 자치권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 자율재원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세목의 신설도 주장될 수 있겠지만, 국민의 조세부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민의 총조세 부담률이 변하지 않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낭비적이고 중층적인 '중앙집권적 행정체제'를 효율적이고 책임과 권한의 일치가 가능한 지방분권적 행정체 제로의 변화가 시도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고보조사업 구조조정이다. 국고보조사업은 중앙정부가 각종 정책을 직접 입안하고 시행하면서 지방비 분담을 요구하는 방식의 재정운용체계이다. 이러한 체계에서는 중앙정부의 조직확대 및 비효율, 낭비,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중앙정부의 재원인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여 중앙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입안할 수 있는 재정적 수단을 차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앙-지방 간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행정행태를 살펴보면,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구분하고, 국가재정과 지방재정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국가의 일부분이기에 이러한 개념 구분은 매우 부적절 하나, 우리에게 뿌리 깊은 중앙집권적 인식은 이처럼 부적절하고도 비정상적인 것을 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지방 간 관계 재정립은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므로 대통령과 시ㆍ도지사가 지방관련 현안에 대해 동등한 입장에서 논의하는 대통령-시도지사 회의가 법률을 통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중앙-지방은 상-하부가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동반자적 관계이므로 중앙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각 지방 정부의 대표인 시ㆍ도지사가 동등한 조건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협력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는 정당 간 상호 견제를 통해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한 생산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지방자치란 국가발전의 동력을 극대화하고 중앙-지방 간 서비스 경쟁을 통해 생산적 국가운영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국민적 요구의 연장선에 있다 하겠다. 따라서 제20대 국회에서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실질적 지방분권과제의 입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