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시는 2015년 7월 1일부로 2001년 이전 등록한 버스와 대형화물차의 도심 진입을 금지한 바 있다.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공해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어 온 낡은 버스와 트럭을 우선 제한한 셈이다. 이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7월에는 일반 승용차와 경량 화물차, 오토바이로까지 금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6년 7월 1일부터 승용차 및 소형 화물차는 '1997년 이전 등록한 모든 차량'이, 오토바이 등 2륜 자동차는 '2001년 6월 이전에 등록한 차량'이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시내 진입금지 대상에 속한다. 파리시의 계획대로라면 금지대상은 더 확대될 예정이어서, 2020년이 되면 10년 이상 운행한 모든 차량은 주간 동안 파리 시내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작년 7월 버스와 화물차 진입금지 조치를 시행할 때도 반발이 거셌지만, 금지대상이 승용차와 오토바이까지 더 확대되는 올해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신규차량으로 교체하고 싶어도 경제사정상 쉽지 않은 주민들은 '사회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은 불평등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는 파리 시내 진입금지 조치로 인해 중고차 매매가가 기존 시세보다 턱없이 하락하게 되었다며 파리시에 손해배상을 요구하자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COP21(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자회의) 행사를 개최하면서 파리시 당국과 안 이달고 Anne Hidalogo 시장의 대기질 개선 의지는 더 확고해져서 운행제한 조치 시행일정을 모두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파리 도심의 경우 미세먼지가 늘어나고 대기질이 악화되어 오염경보를 발령하는 날짜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배기가스 절감 노력이 절박하다. 게다가 운행제한 대상 차량은 파리시 등록 차량 가운데 정작 3%(2015년 조치)와 10%(2016년 조치)에 해당하고 있어서 시민 전반적으로는 주간 제한 조치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2014년 파리시장 선거에서 이달고 현 시장(좌파)과 2차투표까지 진행하면서 접전을 벌였던 우파시장 후보 나탈리 코시외스코-모리제 Nathalie Kosciusko-Morizet 의원 역시 제한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홍보활동과 병행하여 파리시는 운행제한이 초래할 수 있는 잠정적인 피해 대상을 줄이기 위해 대안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시민에게 설득력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행제한 조치를 도식화하고 이와 연계된 파리시 교통정책을 살펴봄으로써 21세기 대도시가 지향하고 있는 교통정책의 국제적 트렌드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

1. 노후차량 도심 운행제한 시행 일정

시행시점	개인 승용차, 소형화물	2륜 자동차	대형 화물 및 버스
2015년 7월 1일	-	-	2001년 10월 이전 등록 차량 (08:00-20:00 도심 운행금지, 주말포함)
2016년 7월 1일	1997년 이전 등록 차량 (08:00-20:00 도심 운행금지, 주말제외)	2000년 6월 이전 등록 차량 (08:00-20:00 도심 운행금지, 주말제외)	주야 상시 운행금지
2020년	2011년 이전 등록 차량 도심 운행금지	2004년 7월 이전 등록 차량 도심 운행금지	2009년 10월 이전 등록 차량 도심 운행금지

적발 시 범칙금

35€(2016년 7월 1일부터)

68€(2017년 1월 1일부터)

운행제한 대상 승용차:2016년 51만 대, 2020년 2백만 대

파리시에 등록된 승용차는 약 55만 대. 이 가운데 1997년 이전 등록한 노후차량은 90,000대 미만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7대 중 1대꼴로 약 15%의 승용차가 주간 도심운행이 불가능해졌다. 인접 위성도시에서 정기적으로 파리를 출입하는 차량까지 감안한다면 운행이 불가능해지는 승용차는 약 513,0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운행제한 대상을 2011년 이전 등록차량까지 확대할 경우 대상차량은 약 2백만 대로 늘어나고, 현재 차량 보유현황을 기준으로 본다면 전체 승용차의 85%에 달한다.

2016년 제한 대상:경량 화물차 5~6%, 2륜 자동차 6~7%

파리시 등록 경량화물차는 현재 11만 대. 그 중 2016년 운행제한 대상은 7천 대로, 17대 중 1대인 셈이다. 위성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까지 확대한다면 등록 차량 전체 76만 대 중 약 5~6% 정도가 1997년 이전 등록차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2륜 자동차의 경우도 상황이 비슷하여 수도권 전체 등록 차량 약 63만 대 가운데 약 6~7%가 올해 7월부터 운행제한 대상에 해당할 것으로 집계된다.

2. 정책시행과 주민지원 대책

파리시는 오는 7월 노후차량 도심운행제도 시행을 계기로 1997년 이전 등록차량을 보유한 시민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무공해 대체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여러 보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① 1997년 이전 등록차량 소유주: 400€지원
  ㆍ조건 : 노후차량 폐기 및 향후 5년간 화석연료 차량 비구매
  ㆍ지원
    ㉠ 차량 폐기에 따른 지원금 400€ (대중교통카드 연회비의 약 50%)
    ㉡ 자 전거 구매 시 400€ 이내에서 자전거 가격 또는 부대장비 가격 환불
    ㉢ 전 기 자전거 구매 시 자전거 구매 비용 400€+추가 지원금 400€ 지급
    ㉣ 추 가 지원 : Autolib(전기차 공유 임대) 연회비(120€)의 50% 할인+50€ 보너스 적립

② 면허 신규취득 청년층:Autolib 연회비 50% 감면 + 50€ 보너스 적립
  ㆍ조건 :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 미만인 만 30대 미만 청년층
  ㆍ지원 : Autolib(전기차 공유 임대) 연회비(120€)의 50% 할인+50€ 보너스 적립

③ 자전거 공동보관 설비시설 공사 희망 주택조합:2,000€ 범위에서 공사비 총액의 50% 지원
  ㆍ조건 : 입주자 공동사용을 위한 자전거 보관소 시설 신규 공사 진행
  ㆍ지원 : 공사비 총액의 50% 지원(최대 2,000€까지)

④ 전기차 공동 충전시설 설비 희망 주택조합:2,000€ 범위에서 공사비 총액의 50% 지원
  ㆍ조건 : 건물 내에 전기차 충전설비 신규 공사 진행
  ㆍ지원 : 공사비 총액의 50% 지원 (최대 4개 충전 스팟, 충전 스팟마다 500€까지)

⑤ 노후 화물차 보유 사업자 전기 및 천연가스로 대체:3,000€~9,000€ 지원금 지급
  ㆍ조 건 : 파리 및 인접 위성도시 소재 사업자가 노후한 승합차나 화물차를 전기차량 또는 천연가스차량으로 대체할 경우
  ㆍ대상 차량 : 2006년 이전 등록한 디젤엔진 화물차 및 1997년 이전 등록한 휘발유 엔진 화물차
  ㆍ지원
    ㉠ 2.5t 미만 경화물차: 구매가의 15% 지원 (최대 3,000€)
    ㉡ 2.5t~3.5tvan 차량: 구매가의 15% 지원 (최대 6,000€)
    ㉢ 3.5t 이상 중화물차: 구매가의 15% 지원 (최대 9,000€)

⑥ 정부 보조금: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시 친환경 보너스 지급
  ㆍ전기차 구매: 구매가의 27%(최대 6,300€) 구매자 개인지급 또는매매 시 사전 감면
  ㆍ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지원
    ㉠ 1km 당 Co₂ 배출량이 21~60g 차량: 1,000€     
    ㉡ 1km 당 Co₂ 배출량이 61~110g 차량: 750€

3. 파리시 교통정책의 기본 방향

이번에 도입한 '노후차량 진입 금지'라는 강경조치는 그동안 파리시가 추진해 온 전반적인 교통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파리시는 2000년 이후 도심 내 교통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진행해 왔는데, 크게 두 가지 기본 방향에 입각하여 이를 정리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으로 개인 승용차 운행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흡수하기 위한 여러 장치와 제도를 꼽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교통수단 공유제도 도입으로 공해배출이 많은 자동차 대신에 무공해, 저공해 교통수단을 공유물로 제공하여 필요 없는 교통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제도가 해당한다.

도심 교통 대안 1: 대중교통으로 교통수요 흡수

대중교통 우선 인프라
2001년 8월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파리시는 시내 주요도로의 버스전용차선마다 폭 70cm 높이 10cm의 콘크리트 보호턱을 설치하여 대중교통수단을 제외한 일반 개인 차량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바 있다. 초창기에는 혼란도 있었지만 보호턱은 오래 지나지 않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일반 차선에 정체가 심한 시간에도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과 자전거는 버스 전용차선을 통해 큰 정체 없이 여유롭게 통행하고 있다. 왕복 8차선 남부 외곽순환도로를 4차선으로 축소하고 그 자리에 노면트램을 설치한 사례 역시 중요 사례다. 파리시는 노면트램 설치로 인한 차선 수의 축소, 긴 공사기간, 막대한 투자비용이라는 불편을 예상하고도 공사를 감행했고, 2006년 최초 7.9km 구간을 개통한 이래 동부와 북부 순환도로까지 연장했다. 그 결과, 2016년 현재 22.3km 구간을 운행하고 있으며 설치 구간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주차요금 차등화로 도심통행 불편요소 가중
파리시는 주차요금 차등 인상으로 개인차량의 시내통행 불편요소를 가중시켰다. 연속주차 가능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고, 외곽지역은 주차요금은 저렴하게 유지하는 대신 최도심 지역은 기존보다 2~4배 가량 가격을 인상하여 개인차량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였다.

대중교통의 거리 관계없는 단일 요금체계 도입
2015년 9월에 시행한 대중교통 요금 단일화 정책은 개인차량으로 파리 외곽 위성도시에서 시내로 이동하던 사용자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중교통수단 쪽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파리를 기점으로 거리에 따라 5단계의 구역을 정하고, 거리가 먼 5존은 시내인 1존보다 2배 가량 비싸던 요금체계를 전부 가장 저렴한 1존의 금액으로 하향 적용하였다. 파리 시내 운행차량 중에는 외곽 위성도시로부터 유입된 차량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 외부 유입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실시한 단일요금제도는 위성도시 주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내까지 차량을 몰고 들어오던 사람들도 외곽의 역 근처에 주차하고 시내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파리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비싼 교통요금을 부담하게 되었지만 기존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한 데다가 별도로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추가로 표를 사야만 했던 Roissy 국제공항이나 베르사유 궁전이나 퐁텐블로 성과 같은 외곽 관광지까지 별도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요금제를 환영하고 있다.

<교통카드 월회비>

	2015년 9월 이전	2015년 9월 이후
1~2존	70.00€	70.00€
1~3존	89.20€
1~4존	107.80€
1~5존	116.50€

도심 교통 대안 2: 무공해, 저공해 교통수단 공유제도

Velib 파리시 공유임대 자전거
2007년 여름 7,500대의 자전거로 시작한 파리시 자전거 공유임대제도 Velib는 '자전거혁명 Velorution' 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파리와 인접도시에 1,230여 개 자전거 주차장을 갖추고 약 17,000대 24시간 임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1일 평균 임대 수가 85,811회에 달할 정도로 근거리 이동 핵심 교통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Autolib 공유임대 전기자동차
Velib의 성공을 바탕으로 파리시는 더 활용도가 높은 교통수단인 자동차로까지 공유대상을 확대하였다. 2011년 12월 시작한 전기자동차 공유서비스는 파리를 포함한 인접 지자체 91개 지역에 분포한 1,064개 주차장에 평균 3,827대의 전기차를 임대하고 있는데, 2016년 2월 기준 1일평균 17,051회 임대가 이루어질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Velib와 마찬가지로 Autolib 역시 회원가입이 필요한데 월 10€ 회비와 1분 임대료 0.3€를 지불하면 거주지 근처에서 차를 빌려 목적지 인근 충 전 주차장에 사전 예약하고 반납하기 때문에 사용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은 물론, 주차장 걱정이 필요 없다는 이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Cityscoot 공유임대 전기스쿠터
파리시는 2016년 하반기에 전기충전식 소형 스쿠터 공유임대 서비스 Cityscoot를 시행할 예정이다. Velib, Autolib와는 달리 회원가입이 무료고, 별도 주차장이 없이 예약 시 설정한 주차예정 구역 내 자율 반납하면 된다. 오차 범위 2m 미만의 고성능 GPS를 내장하고 있어서 임대부터 반납까지 자동추적이 가능하다. 반납이 이루어진 경우 Cityscoot 회사 직원이 근처 Autolib 충전소나 자체 충전소에 이동시켜 충전을 진행하게 된다. 스쿠터의 엔진은 50㎤급 전기모터로 최대시속 45km/h로 조정되어 있다. 사용료는 여러 이용자의 원활한 공유 사용을 위해 10분~15분 단위로 분할하여 적용할 예정인데 15분 이용에 3€(약 4천원)로 적용될 예정이다.

유럽국가 전반적인 경향
배기가스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공해 심한 노후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사례는 파리만의 예외조치가 아니다. 200개가 넘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 도심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1996년 스웨덴 스톡홀름과 말뫼가 먼저 차령 6년 이상의 대형 화물차 도심 진입을 금지한 데 이어, 이탈리아는 2006년 이전 제작된 디젤차량과 1993년 이전 제작한 휘발유 차량, 1999년 이전 오토바이까지 도심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외국 차량을 포함하여 국내에 운행하는 모든 차량에 녹색, 황색, 적색으로 3단계 공해 등급을 부여하고 도시마다 제한범위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제도화하였는데, 베를린의 경우에는 2006년 제작된 디젤차량과 1993년 이전 제작된 휘발유 차량에 대해 최도심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도심교통 패러다임 변화
도시에 기반을 두고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도심 내교통이동은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초래하는 대기오염이라는부작용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일 만큼 심각해, 미세먼지와 탄소배출량 감소정책은 전 세계적 고민의 대상이다. 파리시는 대기오염도가 심한 차량진입을 금하는 동시에 대체 가능한 교통수단 제공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되도록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동수요를 흡수하고, 산업 활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은 무공해ㆍ저공해 수단으로의 교체를 지향하고 있다.

자동차에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자동차 통행을 억제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단기간의 경제적인 산출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부작용까지 가늠하여 교통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