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지방정부의 이해를 중앙정부에 반영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 지방자치단체가 구성원이 되는 지방정부 협의체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방정부 협의체로서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 협의체와 지방의회 의장협의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선진국에 비하여 제도적·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미약하며 중앙정부에 대하여 정책건의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선진 주요 국가의 광역지방정부 협의체 사례들을 간단히 살펴보고, 우리나라 지방정부 협의체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법적 근거 및 조직·인력 차원의 시사점을 도출하기로 한다.

해외 광역지방정부 협의체 사례

우선 살펴볼 나라들은 연방국가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 등과 단방제 국가인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다.

1) 협의체의 법적 근거

각 나라 광역지방정부 협의체의 법적 근거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연방제 국가들의 경우 협의체의 법적 근거는 대체로 없는 편이나 단방제 국가들의 경우는 있는 편이어서, 두 국가군에는 법적 근거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를 떠나 오히려 자발적으로 구성된 협의체의 활동이 지자체의 이해를 더욱 증진시키는 경우들이 있다.
연방제 국가들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은 법적 근거가 없어도, 광역지방정부 협의체가 지자체 대표들로 하여금 국회 및 중앙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지방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광역지방정부 협의체가 오랜 노력을 통하여 축적해 나가야 할 제도적 관행이라고 볼 수 있다.
단방제 국가들을 보면,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법에 지방자치단체의 협의체 설립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협의체에 회비를 납부할 수 있는 규정은 마련되어 있다. 프랑스의 데파르트망연합체와 레지옹연합체는 운영상의 자율성을 가지며, 위원회장과 위원들은 상원이나 국회에서도 겸직이 허용되기 때문에 국가의 지방 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은 지방자치법 상으로 협의체가 국가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범위가 지방자치 전반이 그 대상이 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법률에 한정되어 있다. 또한, 일본은 정책형성 과정에 지방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일본 지방자치법 제263조의3 제5항에서는 새로운 사무나 부담을 지우는 정책을 입안하려고 할 때, 정부는 사전에 연합조직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정부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려고 할때, 이에 관한 관련 정보를 알려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합조직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동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2) 협의체의 조직·인력

각 나라의 협의체는 연방과 단방제에 따라 구성형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나라마다 조직과 인력구성의 형태가 차이가 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별도의 조직이나 예산이 없는 반면, 스위스는 상설사무국을 ch재단(연방협력재단)에 두고 있으며, 사무국의 사무원들이 ch재단 이외에도 칸톤청사, 연방정부, 유럽연합 등에서도 근무하고 있어 지방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반영 가능토록 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잘 정비된 조직과 인력을 가지고 있는데, NGA(전국주지사협의회)는 핵심조직으로서 상임위원회와 연방관계국, 그리고 정책연구·개발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NGA가 다루어야 하는 공공분야는 노동, 교육, 보건, 환경, 에너지, 교통, 안보, 안전, 경제, 복지 분야 등이며, 결정된 NGA 정책의 현실화를 위하여 조직 내 로비전담부서로서 연방관계국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수행하여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연구·개발능력 및 로비스트 자격을 갖춘 전문 전담인력을 자체적으로 채용하여 관련 기능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데파르트망연합체와 레지옹연합체에는 다양한 주제 하에 분과위원회가 활성화되어 지역의 관심사에 대하여 회원들 간에 충분한 논의 및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홍보처와 사무처에서 일하는 직원을 제외하고도 연합체회원인 각 지자체의 지방위원이나 전문가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의 CCN(카운티의회네트워크)은 사무조직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산하 위원회 등 협의체적 조직구조에 의해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CCN 운영위원회에서 전략적 방향과 업무계획 및 예산을 수립하는 등 CCN 업무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각 분야별 대변인들은 운영위원장과 운영위원회의 업무를 지원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운영위원회와 대변인들은 회원단체에서 추천하는 지방의원들로 구성되어 있어, 실상 회원단체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구조화되어 있다.
실무적으로는 5~6명의 사무국의 인력만이 운영위원회와 대변인들을 지원하지만, 직원들은 지방정부연합, 지방의회에서 장기간 근무를 하여 지방분권 등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며,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분석 및 대안 제시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전국지사회는 '전국지사회의'라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아래 6개의 상임위원회, 6개의 특별위원회, 각종 프로젝트팀 및 대책본부를 두고 운영되며, 사무총장을 두고 총무부, 조사제1부, 조사제2부, 조사제3부가 있으며, 그 아래에 지방자치정책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총무부 이외의 3개 조사부는 지사회의 해당 상임위원회를 지원하는 활동이 주업무로서, 이에 힘입어 지사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 광역지방정부협의체의 시사점

비록 국가에 따라 법적 근거가 다르기는 하지만, 주요 국가들의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광역지방정부협의체가 적극적으로 국가정책형성에 간여하기 위한 조직과 인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광역지방정부 협의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법적 근거는 단기간에 변화시키기 어렵더라도, 지방의 대표들이 국회에 참여하거나 중앙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조직과 인력구성의 차원에서 협의체 회장의 임기연장과 사무총장에 대한 임기제 도입을 통한 정책의 지속성 유지, 연구인력의 보강을 통한 정책기능의 강화, 지자체로부터 파견된 공무원의 파견 기간 연장을 통한 조직의 전문성 강화, 조직의 구조를 미국의 상임위원회와 연방관계국, 그리고 정책연구·개발센터의 구조처럼 연구, 정책 결정, 로비의 기능을 갖는 방안 등은 즉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