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곧잘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곤 하지만 이젠 이런 표현은 진부하다. 통영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어느 계절에 가도 늘 넉넉하게 안아주는 푸른 남해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있고, 크고 작은 570개의 섬이 곳곳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으며, 독특한 먹을 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니 말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쪽빛 바다

통영 여행은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지정된 해발 461m 미륵산 8부 능선에 자리 잡은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는 관광용으로는 국내 최장 길이다. 도남동 하부정류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왼쪽부터 거제대교를 시작으로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통영 앞바다에 점점이 박힌 보석 같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가는 아니지만 누구라도 마음속에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을 듯하다.

통영에는 하얀 모래로 가득한 해변과 새까맣고 반질반질한 몽돌이 가득한 해변까지 두루 있다. 가장 인기 많은 곳은 비진도 해수욕장. 해안선의 길이가 550m인 천연백사장이다. 백사장이 길게 뻗어 나가다 잘록해지면서 개미허리 모양을 하고 있다.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고 수온이 알맞아 여름철 휴가지로 이름 높다. 몽돌해변에 가고 싶다면 봉암해수욕장으로 가면 된다. 한산면 추봉리에 위치한 봉암해수욕장은 만곡을 따라 1㎞ 정도 펼쳐진 몽돌해변이다. 봉암해변 외에도 학동, 연대도에도 작은 몽돌들이 바닷물에 반짝거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바사락바사락 작은 몽돌들이 파도에 이리저리 쓸리며 내는 소리는 오래 듣고 있어도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통영에서는 섬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통영에는 약 570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섬은 바로 '매물도'다. 매물도는 대매물도, 소매물도, 그리고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소매물도에서 걸어갈 수 있는 등대섬 등 3개의 섬을 통칭한다. 소매물도는 푸른 초원이 펼쳐진 언덕과 하얀 등대, 푸른 바다로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는 섬으로 국립공원경관자원 100선에 선정됐다. 하루의 마무리는 아무래도 석양이 제격일 터. 이때는 달아공원으로 가야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일몰 장소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달 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곳 사람들은 '달애'라고도 부른다. 멀리 있는 섬위에서부터 붉어지기 시작한 태양은 섬 근처에 이르면 빨간빛을 발한다. 통영운하를 사이에 두고 여객선터미널과 강구안, 남망산조각공원, 동호만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화ㆍ창작이 꽃피는 통영 중앙시장

통영 중앙시장은 1980년에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을 상대로 활어를 비롯해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활기찬 분위기를 띤다. 중앙시장은 활어회로 유명하다. 맑고 푸른 쪽빛 남해에 면해 있으니 생선 맛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을 터. 싱싱한 회를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으니 미식가들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물론 충무김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충무김밥은 해방 이후 충무항이라고 불리던 시절, 아내들이 고기잡이를 나가는 신랑이 안쓰러워 김밥을 만들어준 것에서 유래되었다. 다른 김밥과는 달리 속에 반찬을 넣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통영의 충무김밥은 '호래기(꼴뚜기)'를 낸다. 다른 지역서 오징어나 무김치를 내는 것과는 다르다. 그 후 1980년대 초 '국풍81'에서 어두이 할머니의 김밥이 매체에 주목을 받아 유명해지면서 통영의 명물 음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중앙시장에는 전통죽을 파는 죽집도 여러 곳이 있다. 큰 솥마다 뻬떼기죽ㆍ호박죽ㆍ팥죽ㆍ깨죽ㆍ팥칼국수 등이 허연 김을 푹푹 내며 입맛을 자극한다. 그중 뻬떼기는 말린 고구마를 뜻하는 사투리다. 여기에 팥ㆍ강낭콩ㆍ조 등의 잡곡을 함께 넣어 2시간 이상 걸쭉하게 끓여낸다. 이 빼떼기죽은 가을이 지나 먹을 것이 다 떨어진 때 쑤어 먹던 음식이니 유난히 배고팠던 시절의 추억이 깊게 배어있던 음식이기도 하다.

최근 중앙시장은 문화와 관광이라는 색채를 더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문화예술 레지던시(Residency) 사업이다. 중앙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해 통영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고객에게는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문화예술 레지던시 사업과 더불어 장보기 체험, 중앙시장-통제영-동피랑-서피랑을 한데 묶은 공동패키지 투어를 연결해 시장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또 특화 거리별 ICT(정보통신기술)콘텐츠와 스토리텔링 개발, 포토존ㆍ상징물 설치 등을 포함해 거리 재정비 사업도 추진 중이다.

벽화가 말을 건네는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 중앙시장 뒤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동피랑'이라 불리는 예쁜 마을이 있다. 동피랑은 동쪽 비탈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한 '통제영성' 동남쪽 성벽을 사이에 두고 산비탈 진 곳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이다. 광복과 6ㆍ25전쟁을 거치며 섬에서 뭍으로 나온 사람, 실향민, 뱃사람 등 서민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

2007년 동피랑은 80여 채에 120여 명이 살던 곳으로 재개발 계획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다. 동포루를 복원하고 공원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마을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한 이들이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를 만들고 마을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마을 철거 계획은 철회되고 벽화마을로 재탄생해 통영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동피랑 마을 입구는 크게 두 군데로 울라봉카페 골목과 남망산조각공원 방향 골목이다. 어디서 출발하든 시작은 '까망길'이다. 윤일상의 초상, 날개벽화, 거북선 등 지역을 상징하는 벽화가있는 까망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어 좋다. 까망길 중간에 있는 좁은 계단을 오르면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가파른 언덕이 시작된다.

동피랑의 제맛을 느끼려면 비탈을 따라 이어진 구불구불한 오르막 골목길을 걸어야 한다. 하늘과 맞닿은 달동네 담벼락에는 바다가 출렁이고 꽃이 피고, 물고기가 말을 건다. 그 중에서도 날개벽화는 벽화마을의 인기코스로 통한다. 느릿느릿 벽화를 즐기며 걷다 보면 정상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을 꼭대기에는 동포루가 기다리고 있다. 동포루 주변은 전망대, 기념품가게, 카페 등 '점방'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이 점방과 상점들은 대부분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동피랑 마을 투어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걷다가 발이 아프다면 할매 바리스타들이 내놓는 원두커피와 식혜와 미숫가루 등을 마시며 내려다 보이는 강구안의 풍경을 즐겨보자. 통영관광의 중심부로 손꼽히는 중앙시장을 마주하고 있는 강구안은 바다가 육지로 쑥 들어온 모양을 한 항구다. 아담한 항구는 정박한 배와 주변 마을 경치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최근 동피랑 마을은 새단장을 마쳤다. 동피랑 마을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학교를 통해 스스로 벽화 예산을 결정하고, 작가들과 주민들이 그림을 그리고 보수하는 작업에 함께 참여하였으 며 마을잔치를 열어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기도 했다고. 이런 노력 덕분에 다른 시도는 물론, 외 국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