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9월 전북 군산에서 열린 제35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를 통해 제10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새로운 목표와 각오로 17개 시도와 뜻을 모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이끌어갈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인터뷰하였다.

Q.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에 취임한 소감을 말해주세요

우선,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소외된 입장을 대표적으로 대변해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의 회장으로 선임되어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역할이 주어진 만큼 여야 정파를 떠나서 시도지사님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고 국가발전과 미래비전을 선도하는 성숙한 지방자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막중한 책임을 맡겨 주신 전국의 시도지사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Q. 중앙과 지방의 협력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앙과 지방은 국가 운영을 위한 두 바퀴의 자전거라 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는 단순히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운영 방식을 의미합니다. 즉 국가운영을 자전거로 비유한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바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자전거의 두 바퀴가 서로 협력하여야 넘어지지 않는 안정적인 국가 운영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문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대등한 관계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산, 조직, 사업 등 지방정부 운영 전 분야에서 실질적 지방자치가 가동되지 못하도록 법령으로 통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중앙-지방 간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국가 전체를 위한 정책은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이를 지방을 통해 집행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개별 지방자치단체나 특정 지역을 위한 정책도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지방정부가 단순히 집행만 하는 부적절한 구조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지역의 문제는 주민과 제일 가까운 지방정부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특정 지역을 위한 정책은 지방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국가 전체적 정책 결정이라 할지라도,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은 대부분 지방정부에 의해서 집행되므로, 정책집행자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Q. 생각하고 계신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요?

지방자치는 '주민의 뜻에 따라 스스로의 재원과 규율을 바탕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스스로의 규율'이라 함은 조례를 의미하는데, 중앙정부가 법령 및 예규, 훈령, 지침 등을 통해 세부적 사항까지 규정하고 있어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는 '스스로의 규율'인 조례를 제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국고보조금과 교부세가 지방세입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이러한 이전재원 중심의 지방재정구조에서 '스스로의 재원'을 마련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즉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자치가 발달한 많은 국가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분야별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즉 헌법을 통해 중앙정부의 업무영역을 특정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의 역할로 규정하여, 현행과 같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할 일까지 선점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요체이므로, 국민의 추가적 조세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세를 지방세로 이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약 8:2인데, 사용액 비율은 국가4:지방6이므로 세입 비율은 최소한 6:4까지 조정해야 합니다.
또한,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하는 일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사ㆍ중복적인 국고보조사업을 축소하면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과 활성화 방안을 말해주세요

단편적인 예를 들면, 강원도의 2017년 주요 사업 중 각 부처가 국비 지원을 명분으로 관여하는 일자리 사업만 해도 집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강원도 차원에서 이를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해도, 관련 부처별 운영지침과 예산 집행기준(쓰임새)이 제각각이다보니 실제 예산을 집행하고 주민과 마주하는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지역 실정에 적합한 일자리 정책을 수립한다거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놓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지방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정부 각 부처가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집행과 실적보고 집계업무가 주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합니다. 국가 재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방정부로서는 지역 실정에 맞는 특색 있는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중앙집권화된 단단한 장벽에 갇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991년 부활한 현재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현재 국가를 큰 혼란에 빠뜨린 국정농단 사태라든지, 세월호 사태를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문제, 앞서 언급한 일자리 정책 등에 있어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 문제, 조세제도를 포함한 각종 경제정책의 문제들도 결국은 20세기 낡은 중앙집권적 권력구조(통치방식)가 낳은 역효과이자 불행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20세기 중앙집권적 권력체제의 한계에 다다른 우리나라가 이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법이 명확히 보장하는 지방분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이런 공감대 속에 단임제나 연임제 하는 단순 권력구조에 한정된 개헌이 아닌 지방의 권한과 자치를 확대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 분권형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권형 개헌'이라는 안정적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온전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처럼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개헌에 동의하며 나선 적이 없고, 일각에서는 지방분권을 주요 골자로 한 개헌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긍정적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국정농단 사건과는 결부시키지 않고 별개의 사안으로 분권 문제를 치밀하게 논의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개헌의 방향을 짜는 과정에서 지역 4대 협의체 등의 동의를 전제로한 표준안을 만들고 국민적 공감대를 갖춘 후에 대선주자들과의 합의를 거치는 단계를 밟아갈 계획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Q. 2016년 강원도정의 주요 성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현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30년 이상 된 역대 대통령의 단골 공약사업이며 강원도민의 숙원사업인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이 지난 7월 국가재정사업으로 확정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로써, 2015년 확정된 '여주~원주 철도사업',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을 포함한 강원도의 3대 핵심현안이 모두 해결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기장 건설 등 나름 착실히 준비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또한, 5조 원대 규모였던 국비를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 연속 6조 원대 규모로 확장하였고, 2017년에도 국비 6조 원 이상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령공항이라 불렸던 '양양국제공항'이 활기를 찾고 있으며, 동해항과 속초항을 중심으로 '강원 크루즈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대표 관광 랜드마크가 될 '레고랜드 코리아'는 지난 8월 착공하여 계획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원도의 폐쇄성과 고립성을 극복하기 위해, 도정의 지향점을 외부로 향하게 하고자 추진 중인 GTI 국제무역ㆍ투자박람회 등 북방경제 진출 사업들도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이러한 성과들이 도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직접 연계될 수 있도록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Q. 남은 강원도지사 임기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을 밝혀주세요

강원도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의 열망이 담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불과 1년 남짓 남았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도가 태동한 이래 가장 역사적인 사건이며, 강원도 발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절체절명의 기회가 결코 헛되지 않도록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남은 임기 동안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양양국제공항 및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크루즈 활성화, 레고랜드 코리아 개장등 기타 산적한 현안들이 본궤도에 올라 순항할 수 있도록 더욱 치밀하게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