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여성이 관람자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 밀짚모자를 쓰고 격식 없는 간편한(그러나 패셔너블한) 의상을 걸치고 있지만, 팔레트와 붓을 든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녀는 화가이다. 청명한 하늘과 같이 신선한 푸른 배경 아래쪽은 먹구름으로 살짝 흐려진 듯 한데, 여자의 맑고 밝은 눈은 똑바로 정면을 응시한다. 붓 터치는 섬세하지만 전체적으로 호방한 완성도가 있다. 엘리자베스 비제-르 브룅의 자화상에는 베르사이유와 유럽 왕실에서 활동한 화가로서의 자부심이 잘 표현되어 있다. 수수한 차림이지만 당당한 태도에는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당시 예술가란 제후도 임의로 만들어낼 수 없는 가장 고귀한 직업으로 간주되었고, 미술 아카데미 회원들은 상업적인 것과는 반드시 거리를 두어야만 했다.

여성이 화가가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대

엘리자베스가 화가가 된 것에는 분명 집안의 영향과 혜택이 작용했다. 그녀의 아버지 루이스-비제는 화가였다.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부셰, 프라고나르, 그뢰즈만큼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미술 아카데미 생 루카의 교수였다.

비록 아버지가 교수이자 화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 모델을 그리거나 공식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은 금지되었던 시절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비슷한 재능이 있는 친구 로잘리와 함께 역사화가 브리야르의 아틀리에에서 별도의 드로잉 수업을 받았다.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화가가 되려면 반드시 아카데미가 정한 기준에 부응하는 역사화를 그려내는 능력을 입증해야만 했다. 그녀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라 최고 기관이었던 왕립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는 없었으나, 대신에 역사화에 준하는 초상화를 그려내는 능력을 입증해내어 아카데미 생 루카에 등록했다.

18세기에 여성이 화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버지의 친구 그뢰즈(Greuze)뿐 아니라 평생의 멘토였던 조셉 베르네와 위베르 로베르(당시의 가장 중요한 풍경화가들)에게 교육을 비롯해 많은 조언을 받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뢰즈 타입의 메시지가 분명한 그림이나 풍경화를 제작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친밀성과 모델의 독특한 개성,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진 내면의 깊이에 집중했다. 또한 그녀는 풍경화를 그리지 않았다. 초상화 쪽에 재능이 더 있기도 했거니와 평생 스스로 자립해야만 했기 때문에 수입이 좋은 초상화 쪽에 더 집중했던 것이다.

본격적 그림 작업을 시작한 초기에 실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호감가는 외모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종종 근거 없는 스캔들의 중심이 되곤 했고, 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데뷔 초기에 사람들은 그림 자체보다도 언제나 모델이 된 남성들과의 관계에 흥미를 가졌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총명함과 강한 의지 그리고 모성애를 지니고 있었다(엘리자베스는 결혼을 일찍 해서 딸 줄리를 낳았다). 자신의 지성, 올곧은 성품과 신념을 기울인 작업을 통해 그같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갔고 베르사이유와 프랑스 최상류층 귀족들은 곧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그녀의 능력을 알아본 베르사이유 최상류층

엘리자베스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훈련과 윤리는 매우 엄격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림 훈련 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일기와 기행문 등 많은 글을 쓰고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비망록>, <회상>을 통해 일생의 기록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저한 절제의 미덕 때문에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개인적 감정에 대한 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다. <회상>에는 '브리야르의 아틀리에'에서 교육받을 때 도시락 바구니를 들고 조신하게 주의하며 걷는 자신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거리의 상인들과 직접 상대하지 않기 위해 엘리자베스와 친구 로잘리는 항상 도시락을 갖고 다녀야만 했다. 거리를 지날 때 자칫 평판을 훼손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소녀들은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이런저런 본의 아닌 사소한 루머가 있었지만 자신의 정열은 오로지 회화 예술을 추구하는데 바쳐졌고, 많은 다른 여성들처럼 젊은 시절을 소설읽기 등으로 소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스스로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한편, 엘리자베스는 궁정인들을 주로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계몽사상가 루소의 발자취를 일일이 찾아다닐 정도로 루소의 예찬자였다. 루소의 급진성은 사실상 엘리자베스의 보수성과 그녀의 궁정 후원자들에게는 걸맞지 않는 것이었기에 이러한 사실은 놀랍다. 그녀가 받아들인 것은 정치적 견해라기보다는 루소의 교육과 가족에 대한 관점이었다.

특히 루소의 저서 <에밀>과 <누벨 엘로이즈>에 열정적으로 반응했다. 딸의 이름이 줄리였을 뿐 아니라(줄리는 루소의 <누벨 엘로이즈>의 주인공이다), <에밀>의 가족지향적 가치관에 맞춰 루소가 책에 기술한 그대로 줄리를 교육하려 애썼다. <비망록>과 <회상>의 형식과 문체 역시 루소와 비슷한 고백체이다. 엘리자베스의 고백체는 루소의 글쓰기와 매우 유사하지만 철저히 여성적 절제를 지향했기에 루소와는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왕립 아카데미에 등록할 수는 없었던 만큼, 비록 화가가 되기에 그녀가 받은 교육이 아주 충분한 것은 아니었지만, 엘리자베스는 진정한 화가로서의 필수적인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즉, 고전적 규범과 모델에 충실하되 또한 자연을 자기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관찰 사생하는 좋은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위의 혁명기의 자화상은 당시로서는 이미 성숙한 여인으로 간주되는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림 작업에 호기롭게 들뜬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불과 18세에 남동생 에티엔을 그린 <에티엔 비제의 초상>은 엘리자베스의 조숙한 능력을 잘 보여준다. 에티엔은 왼팔에 포트폴리오를 끼고 펜을 든 학생의 모습으로, 화면 밖의 누이를 조용하면서도 활기있게 바라보고 있다. 에티엔은 자신이 시도하는 일과 미래에 확신을 가진 성격 밝은 소년의 모습이다. 침착한 가운데 통찰력과 낙천성이 돋보여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대혁명의 격동기에 자신을 잃지 않고 먼 후일 루이 보나파르트 치세까지 성공적 삶을 꾸려낸 그의 총명한 기질과 성품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공식 초상화가가 되다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은 1778년 23세의 나이에 마리 앙투아네트의 공식 초상화가가 되었다. 그녀는 모델 내면과 개성의 성찰에 재능이 있었다. <비제 르브룅과 그녀의 딸>과 같은 자화상에는 따스한 친밀성, 총명함, 사랑스러운 쾌활함, 재치와 기지, 에로틱한 매력, 모성애와 같은,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포착한 모델의 측면이 잘 드러난다. <슈미즈 차림의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아이들>은 여왕의 꾸밈없는 개인성과 여성적인 면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슈미즈 차림의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왕으로서 예복을 입지 않은 격의 없는 차림새 때문에 전시되었을 때 대단한 물의를 빚었다. 다음 회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초상화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결과적으로 불행을 가져왔다.

엘리자베스의 재능은 매우 일찍 꽃피었기에, 20세 때 이미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젊은 시절 그녀가 벌어들인 수입은 처음에는 계부에게(엘리자베스가 12세 때 남편과의 이른 사별로 어머니는 보석상인 르 세브르와 1767년 재혼한다), 이어서 결혼 후에는 화상이었던 남편의 재산이 되었다. 하층 계급의 노동을 제외할 때 앙시앵 레짐기 대부분의 여성은 전문적 직업을 가질 수 없었고, 엘리자베스처럼 수입이 있다 해도 아내와 아내가 벌어들인 돈은 그대로 남편의 소유가 되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남편의 지위에 의해 결정되었다.

젊은 화가로서 한창 물오르던 시기(21세)에 오로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마지못해 올린 결혼은 회고록의 어조를 볼 때 기쁘거나 순탄치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화가이자 7살이나 연상이었던 화상 장 밥티스트는 부유한 재산가인 것처럼 가장해 그녀 어머니의 허락을 얻어냈다. 그의 관심은 엘리자베스 자체보다는 그녀의 수입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부드러운 매너로 자신이 소장한 이탈리아 거장의 걸작을 보고 습작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함으로써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 화가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장 밥티스트는 여성 편력 기질에 도박벽이 있었고, 결혼 후 아내가 벌어들인 돈을 한 푼도 남김없이 전부 가져가 자신의 소유로 등록했다. 아내의 수입으로 저택을 구입하고 컬렉션을 늘렸다. 미덥지 못한 남편이긴 했지만 화상이자 수집가였던 남편의 직업과 사회적 커넥션은 엘리자베스가 화가로서 자립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장 밥티스트는 저택과 재산관리 때문에 혁명기에도 프랑스에 남을 정도로 탐욕스러운 면모를 지녔다. 혁명기 당시 단두대를 피해 급박하게 재산을 처분하고 해외로 망명하는 귀족들이 속출했기에, 자신의 저택과 어렵사리 모아들인 콜렉션을 보호하는 동시에 그들이 남긴 미술품에 투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자신은 혁명기 예술의 독재자였던 자크-루이 다비드와의 친교로 안전했으나, 엘리자베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공식 초상화가이자 최측근 중 하나였기에 프랑스 국내에 남아있을 수가 없었다. 오랜 그리고 가장 친밀한 후원자였던 마리 앙투아네트 및 비슷한 재능을 지녔던 어렸을 때부터의 화우 에밀리는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다. 엘리자베스는 <추억>에서 1789년의 대혁명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망명할 때 자신이 벌어들인 저택과 재산을 다 놓아두고 단 20프랑만 지니고 황황히 떠났다고 술회한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비록 수입은 갈취했지만 그녀가 화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뿐더러 남편으로서 기본적인 책임을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처형자 명단에 오른 그녀를 구제하기 위해 프랑스 국내에서 끊임없이 탄원과 청원 운동을 벌였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최고의 성공가도를 달리다

프랑스 대혁명은 사실상 엘리자베스에게 역설적 결과를 가져왔다. 혁명 때문에 망명함으로써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당시 정식 화가로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었던 이탈리아 수학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그녀는 도시와 자연을 체험하고 실물과 똑같이 등신대로 제작한 모델을 모은 해부학자 폰타나의 수집물을 관람하는 등 많은 것을 습득한다.

망명 기간 그녀는 스스로 추방자 망명자로서 불우하게 느꼈지만 반대로 화가로서의 커리어는 성공일로를 달렸다. 유럽의 왕족과 대귀족들은 엘리자베스가 가는 곳마다 그녀를 환영했고 다투어 그림을 주문했다. 혁명 덕분에 엘리자베스는 그 시대 유럽의 모든 최상류층의 최고위층과 빠짐없이 교우했다. <회상>의 여정은 이 시대 모든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회고로 빼곡이 채워진다. 딸 줄리에게 나폴리에서 영어, 독일어, 그리스어, 라틴어, 지리학, 문학, 철학 등 과목마다 개인 교사를 두고 최상의 귀족 교육을 시킬 만큼 충분한 수입을 얻으며 엘리자베스는 로마, 나폴리, 토리노, 비엔나, 상트 페테르부르그, 런던, 바스 등 유럽 전역을 차례로 순회한다. 그녀의 초상화는 당시 유럽 최상류층의 왕족과 귀족의 중요 인물들은 전부 망라하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5세의 애첩 뒤 바리 부인뿐 아니라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 알렉산더 쿠라킨, 드미트리 갈리친 공작, 수많은 공작과 공주들, 백작, 남작, 그 부인들 등 제르멘느 드 스탈등 가장 중요한 인물들의 초상을 특유의 따스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8년의 긴 기간에 걸쳐 유럽 전역을 헤매는 망명 생활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왔을 때, 혁명 정부는 이미 강제 이혼을 선고한 후였다.

자료 네이버(글 최정은 미술칼럼니스트)

노인, 장애인, 거지, 부랑자 등 결함 있는 인물들을 즐겨 그렸고 그 그림들에서 그려지는 대상에 연대감을 가졌던 렘브란트의 시선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미쳤다. 네덜란드에서 죽은 동물은 장르화의 부엌 장면에 자주 등장해 왔으나 렘브란트의 도살된 소(Slaughtered Ox)에서처럼 단독으로 그림의 주제가 된 적은 없었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황소의 시신은 잔인하다고 할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단순한 부엌 정물화를 대할 때처럼 그림을 편안히 감상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특징은 섕 수틴과 같은 표현주의적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비슷한 작품들을 낳기도 했다.

진실을 말하는 얼굴, 자화상

사람들이 렘브란트에 익숙한 이유 중 하나는 '그려진 자서전'이라고 할 정도로 수가 많은 그의 자화상 때문이다. 초기에 그는 표정 연습과 역할 연기적 성격의 자화상, 판매를 위한 트로니 성격의 자화상들을 그리다가 말년에는 오로지 화가로서의 자신을 탐색하듯 응시하는 자화상만을 그렸다.

1640년에 그린 자화상은 성공한 30대 화가의 지위와 야심을 보여준다. 구도에서 라파엘로의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와 티치아노의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렘브란트가 라파엘로, 티치아노뿐 아니라 그들의 모델과도 경쟁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르네상스 시대의 전형적인 궁중 대신 카스틸리오네와, 같은 시대의 시인인 아리오스토를 참조함으로써 화가는 자신이 초상화를 주문한 저명인사와 사회적 신분이 동일하고, 손의 예술로만 여겨져 왔던 그림이 정신적 예술인 시와 동등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부와 명예를 누렸던 렘브란트는 규모 없는 생활로 1656년에 파산을 하고 만다. 집과 작품, 수집품들을 처분해야 했고, 자기 그림을 맘대로 팔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던 말년의 십여 년 동안 렘브란트는 정면을 향하고 있는 자화상을 집중적으로 그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려진 작품 중의 하나인 1659년의 자화상에서는 아무런 가장 없이, 얼굴과 눈빛만으로 위엄을 전달하는 화가의 모습이 화면 밖으로 살아 나올 듯 생생하다.

1642년에 죽은 아내 사스키아 대신 아들 티투스를 키워주고 딸 코르넬리아를 낳았던 헨드리케도 1663년에 죽었고, 1668년에는 티투스도 세상을 떠났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갈수록 심해져 1662년에는 사스키아의 묘지터까지 팔아야 했다. 화가는 가족과 재산과 명예를 잃었지만 그림을 멈추지는 않았다. 1668년경 그는 자신을 화가로 묘사한 최후의 자화상을 그렸다. 이 작품에서 그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못생긴 노파를 그리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숨이 막혀 죽었다는 화가 제욱시스(Zeuxis)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림 표면은 거칠고 자유분방해졌고 화가는 웃음만 남긴 채, 어둠 속으로 휘발되어 사라져 버릴 듯한 모습이다.

평생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었던 렘브란트의 작품과 명성을 암스테르담 밖으로, 네덜란드 너머로 알린 것은 그의 판화였다. 그는 에칭, 드라이포인트, 인그레이빙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채색된 드로잉이나 회화의 느낌이 날 정도로 자연스럽고 유려하며 풍부한 효과를 내는 판화를 제작했다.

고전주의적 규범이 지배한 18세기에 렘브란트의 거친 사실주의는 아카데미의 변방에 머물 수밖에 없는 규칙의 파괴로 보여 평가절하되었다. 19세기에 들라크루아 같은 낭만주의 작가들이 그를 재발견했고,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는 고독한 예술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현대의 대중이 선호하는 표현주의적 화풍을 가진 대부분의 예술가들처럼 렘브란트의 인생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문학'이 많이 덧붙었다. 그러나 그의 삶에 대해서는 확실한 사실이 많지 않고, 위작이 너무 많아 정확한 작품 숫자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기금으로 1968년에 만들어진 렘브란트 조사 계획(Rembrandt Research Project)은 그의 그림으로 알려진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진위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렘브란트 회화 전집(A Corpus of Rembrandt Painting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발표해왔다. 2005년에 4번째 보고서가 나왔고, 그의 진짜 '전집'을 확정하기 위한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자료협조 : 네이버(글 김진희 미술평론가, 사진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NM), 지엔씨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