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분권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7월 19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의 나침반 역할을 수행하는 설계도이다. 5개년 계획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5대 국정목표, 20대 국정전략 및 100대 국정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재정분권의 강화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2개의 전략(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과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 아래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이라는 국정과제로 제시되어 있다. 이는 '국세-지방세 구조 개선', '이전재원 조정 및 재정균형 달성',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및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등의 세부과제를 두고 있다. 이 중에서 강력한 재정분권을 위한 것은 첫째와 둘째 과제가 핵심이다. '국세-지방세 구조 개선' 과제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까지 개선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지방소비세 비중 확대, 지방소득세 규모 확대, 국가-지방 간 기능 재조정, 지방세 신세원 발굴 및 지방세 비과세ㆍ감면율 15% 수준 관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전재원 조정 및 재정균형 달성' 과제의 목표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재정 격차를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이며,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지방교부세율 상향 및 지역상 생발전기금 확대, 국고보조금사업 정비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과제인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수단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5년 동안 어떠한 방법과 일정으로 재정분권을 강화할 것인가를 설계하여 제시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재정분권 강화라는 국정과제의 목표를 달성하여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고려해야 할 내용을 논의하고자 한다. 즉,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강화에 큰 기대를 주고 있지만 실질적 추진과 목표의 달성을 위한 진정한 과제를 추진하는 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내용을 논의한다.

국세-지방세 구조 개선을 위한 실행계획 요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 수준까지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점은 '장기적으로 6:4 수준'이라는 문구에 있다. 여기서 '장기'라는 단어는 문재인 정부 5년 이내에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앞으로 국정과제의 구체적 추진일정에 대한 명확한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선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 6:4는 현재 재정의 세출 구조가 4:6인 상황을 고려하여 설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세입구조의 국세 편중과 지방정부 중심의 세출구조가 지니는 불일치를 해소하여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주민 대응성을 향상시키는 실행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방소비세 법정률이나 지방소득세 세율을 어느 시점에 어떠한 수준으로 조정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계획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재정운용에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여 보다 효율적인 재정운용의 기초를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재조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타 지역 정착성 세목의 지방세 전환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담배분 개별소비세 또는 부동산분 양도소득세 등과 같은 세목의 지방세 전환을 통한 지방세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방교부세 확대 및 국고보조금제도개선을 위한 실행계획 요건

국정 운영계획은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 격차를 완화하고 균형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 상향 및 지역상생발전기금 확대, 국고보조금사업 정비 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지방교부세는 중앙과 지방 그리고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수직적 재정조정 재원이다. 현재의 지방교부세(보통교부세 및 특별교부세)의 법정률은 내국세의 19.24%이며, 별도 재원으로 운용되는 부동산교부세와 소방안전교부세가 있다. 지방세의 확대는 내국세 수입의 감소를 초래하여 결국 지방교부세 규모도 감소하게 된다. 지방재정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방교부세 규모의 축소는 지방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지방세 확대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를 보정하고 증가하는 지방재정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 법정률의 인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방세과 지방교부세의 확충을 동시에 고려하는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고보조사업이 꾸준히 증가하며 그에 따른 지방대응비 증가는 지방정부의 자율적 재정운영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1,000여 개의 국고보조사업과 86조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은 지방정부의 재정운영을 지원하기보다는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동일한 정책대상에 대한 소규모 국고보조사업의 운영은 재정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는 13개의 국고보조사업을 추진하면서 4.9조 원의 국고보조금을 투입(지방대응비 3조 원 포함 총 7.9조 원)하고 있지만 출산율 향상이나 사업목표의 달성도는 부실한 편이다. 따라서 유사ㆍ중복적 보조사업을 정비하여 정책목표 중심의 사업으로 재구성하고, 포괄보조금으로 전환하여 운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지방재정 확충에 대한 반대론 극복과 실효적 재정분권 강화 방안

지방세, 지방교부세 및 국고보조금은 지방재정을 구성하는 3대 축이다.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재정분권 강화를 통해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발전과 효율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물론, 지방세와 지방교부세의 확대는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하고,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방교부세는 재정 형평화 기능을 위한 재원이므로 재정 격차의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지방세 확대에 따른 재정 격차의 문제는 당사자 간의 논의를 통해 합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확대된 지방세 수입의 일정 부분을 공동으로 운영하여 조세수입이 적은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제도를 설계하여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세와 지방교부세의 확대에 따른 재정수입 배분의 기준을 합리적이고 민주적 토론과정을 통해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은 가능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러한 합리적 기준과 배분 원칙의 정립을 위해 조세수입과 재정수요의 추계를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