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미국 여행을 하던 중 지역주민이 모여 지역의 문제를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타운 미팅(Town Meeting)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자신의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미국 민주주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지방자치를 꼽았다. 분권화된 지방정부에서 주민이 지역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시스템을 통해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본 것이다.

주민이 직접 지역 현안에 참여하는 주민자치

1995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로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이후,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던 우리나라에서 최근 주민자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민자치는 '지역주민이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지방자치를 바라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월 19일 발표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살펴보면 5대 국정 목표의 하나로 '전국이 고루 잘 사는 지역'을 설정하고 기존의 제도와 행정 중심이었던 지방자치의 기조를 주민참여 중심의 지방자치로 변화시킴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강한 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노력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주민 접점에 있는 읍ㆍ면ㆍ동에서의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주민자치위원회도 그중 하나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의 전문가, 주민 등이 직접 참여하여 주민편의ㆍ복리 증진 사항을 논의하고 주민자치센터의 운영 사항을 심의하며 주민자치 활동을 강화한다. 또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일상생활과 관련된 정책에서 주민 참여를 이끌기 위해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란 동일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주민 스스로 정한 특정 목적 수행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주민 공통의 관심사인 공동육아 및 방과후학교 운영부터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버려진 공터를 놀이터 또는 공원으로 변환시키는 활동까지 생활 밀착 분야에서 생겨나고 있는 마을공동체는 주민자치의 성공적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으로 주민과 소통

주민자치가 강조되는 지방자치에서는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보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가 된 행정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주민이 관심을 가지는 생활정책 분야를 찾아내고,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지역 문제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는 공무원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자치 시대, 여성 공무원에게 주목하는 이유이다. 여성 공무원은 뛰어난 감성과 공감 능력으로 주민 목소리에 경청하고 소통하며, 생활 민감성과 섬세함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행정수요를 찾아내는 데 유리해 보인다. 또한, 여성 리더십의 특징인 수평적ㆍ관계지향적 리더십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점에서 지역주민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참여를 이끌어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강점을 나타낼 수 있다.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은 1994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을 대상으로 여성리더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여성 공무원들은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소통 능력과 리더십을 배우고 각종 현안 및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토론ㆍ학습을 통해 지방자치를 이끌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주민자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할 일이 많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실질적 자치가 아닌 형식적 모임에 그친다는 비판이 있고 마을공동체는 공부방ㆍ놀이터 조성 등 한정적 분야에서 이루어지며 아직도 자치단체의 개입과 지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미래산업구조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주민자치 시대에 여성 공무원이 남성 공무원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리더양성과정을 통해 리더로 성장한 여성 공무원들이 자치현장에서 여성 특유의 공감과 소통 능력을 통해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주민 중심의 주민자치로 재도약시키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