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a City 제주의 자연에 스며든 예술
서귀포 유토피아로
제주도 하면 한라산이 가고 싶은 곳 영순위다. 그 다음은 올레길이다. 더 여유가 있다면? 새롭게 떠오르는 제주의 여행 명소, ‘서귀포 유토피아로’를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환경과 현대 작가들의 창의적인 공공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풍경은 보는 이에게 특별한 감성을 선물한다.

1. 폭포 소리를 배경음 삼은 정민호 작가의 <물의 축제> 2. 저마다의 짐을 짊어진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송필 작가의 <실크로드 - 바람길> 3. 시민을 위한 열린 문화공간, 덕판배미술관 4. 연못과 돌다리를 활용해 경계선의 의미를 일깨우는 전종철 작가의 <경계선 사이에서> 5. 화가 이중섭이 ‘게와 아이들’을 스케치하는 장면을 조형화한 정미진 작가의 <게와 아이들-그리다>

제주의 새로운 여행 명소 ‘서귀포 유토피아로’는 지난 2012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곳이다. 서귀포시에서 이중섭을 테마로 만든 ‘작가의 산책길’에다, 현대예술작가들의 예술작품들을 설치해 조성한 곳이다. 이 길은 올레6코스(쇠소깍~외돌개)의 일부이며, 제9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길의 주인공, 이중섭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난민 자격으로 딱 1년 서귀포에 머물렀다. 네 식구가 쪽방에서 몸을 비비며, 배급 쌀과 바꾼 보리와 고구마를 밥 삼고, 자구리 해안에서 잡은 게를 찬삼았다. 이곳에서 이중섭은 <실에 매인 게를 끄는 아이>, <물고기와 아이>, <해변의 아이들> 등의 작품을 남겼다.
‘서귀포 유토피아로’는 이중섭이 이곳에 머물며 거닐었을 법한 장소들을 연결한 길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길꾼들에게 4.9km 길에서 자연과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스로 이중섭이 되어보라는 권유일터이다.


폭포 소리와 예술이 어우러진 천지연로 서귀포 유토피아로는 크게 천지연, 솔동산, 이중섭 등의 코드로 짜였다. 먼저, 제주도의 명소로 소문난 천지연은 천지연로에서는 하나의 배경음이 된다. 알자리 동산을 시점 삼아 걷다 보면, 큰길 건너 샛기정(좁고 가파른 절벽) 사이로 난 산책길에 접어드는데, 차 소리가 잦아드는 만큼 폭포 소리가 살아난다. 여기서 예술작품은 폭포 소리라는 배경음을 얻어 새삼 시청각 작품이 된다. 비눗방울 놀이하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물의 축제>가 그렇다. 고사목 조각을 모아 만든 세 마리 말 <영원한 생명>은 형상은 육체를 벗어나 소멸하지만, 소리는 영원하다고 말을 거는지도 모르겠다.
서귀교를 건너 삼매봉 쪽으로 가면 낡은 오두막이 나온다. 거기에서는 바다, 길, 밭, 놀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창문 밖 한라산 풍경과 조화롭다. 칠십리 시(詩)공원에는 시비와 마을미술 프로젝트 작품들이 있다. <경계선 사이에서>가 눈길을 끈다. 연못가에 서면 징검다리 건너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친다. 징검돌을 건널 때마다 성큼성큼 커지던 형상은 거울 문이 열리면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나, 거울에 비친 나, 거울이 비친 물 속의 나 등 세 가지 상 앞에서 걷는 이는 전율하게 된다. 이때쯤에는 공원 곳곳의 사람들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6.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이중섭 거리 7. 이중섭미술관의 이중섭 동상 8. 시(詩)공원에 자리한 운치 있는 동백꽃 9. 천재 화가 이중섭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는 이중섭미술관 10. 이중섭의 소박한 삶이 엿보이는 이중섭의 생가

서귀포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솔동산 새섬전망대에서 건너다보이는 솔동산은 서귀포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이곳에서 ‘솔’은 화살 또는 소나무로 해석돼 큰 활 조형물이 설치되고 가로수로 소나무가 선택됐다. 실제로는 ‘작은’ 동산이란 뜻. 수평과 수직으로 돌올한(높이 솟아 우뚝한) 그곳은 전망이 좋아 일찍이 서귀포 진이 자리 잡았고 강점기에는 일본인의 주거지가 됐다. 지금은 ‘구 시가지’. 공공미술 작품들은 골목과 작은 길에 설치돼 퇴락을 가리는 가림막이 됐다. 동시에 길꾼을 주민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간판 구실을 한다. 솔동산 문화의 거리에서 뻗은 샛길에는 낮은 담 위로 주황색 귤나무가 삐죽하고, 고개를 빼면 빨랫줄, 푸성귀 밭등 서귀포 살이를 곁눈질할 수 있다. 서귀포아파트의 앙증맞음, 서귀포초등학교의 아이들소리 사이에 <흰 파도 검은 바위>벽화가 한가롭다.
음식점 거리를 건너 자구리 해안은 프로젝트 추진 쪽에서 크게 힘을 준 공간이다. 멀리 문섬과 섶섬이 보이는 해안 빈터를 공원으로 만들고, <아트 파고라>, <게와 아이들-그리다> 등의 작품을 설치했다. 아트 파고라에 앉아 다리쉼하며 점점 섬을 바라보아도 좋고, <게와 아이들-그리다>를 보면서 이중섭의 삶과 예술세계를 돌아보아도 좋다.


문화시설이 가득한 작가의 산책길 ‘작가의 산책길’ 주변에는 문화시설이 많다. 길의 들머리에는 이중섭미술관, 삼매봉 쪽으로 재일동포 강구범이 사재를 털어 세운 기당미술관과 공연예술을 위한 예술의전당, 시공원 쪽에는 작가 레지던시를 겸한 덕판배미술관, 솔동산 쪽에는 서예가 현중화를 기린 소암미술관이 들어서있다. 월요일을 제외하면 들어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놓칠 수 없는 작품 하나 추가. 이중섭미술관 옆 서귀포관광극장. 1963년 아카데미극장으로 문을 열어 운영되다가 폐관돼 10여 년 방치됐다. 지금은 무너진 지붕과 낡은 의자를 걷어내고 나무의자를 깔아 로마 노천극장을 연상케 하는 설치조각 작품이 됐다.


Trip Adviser 제주 서귀포 유토피아로는 서귀포에 머물며 빛나는 명작들을 남긴 예술가들의 삶의 자취에 더욱 깊이 다가서고자 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전문 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1시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의 잔디광장에서 출발해 서귀포지역 문화관광 명소를 잇는 4.9km구간을 걷는 프로그램이다.

제주 서귀포 유토피아로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이중섭로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