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0월 26일 행정안전부는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간담회에서 ①중앙 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②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③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④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⑤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 등 5대 분야
30개 세부과제의 내용과 추진내용을 담은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은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분야에 속한 것으로, 전체 세부과제 가운데 가장 빠른 추진
일정을 보이는 중요 과제이자, 역대 정부들이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해온 것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과제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광역단위의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겠다는 현 정부의 취지는 무엇보다 검찰의 권력 분산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에 있다고 판단된다. 즉 검찰에 집중되어 있는
각종 수사권 등을 경찰로 분산시키는 데 있어, 경찰의 권한 확대 및 조직의 비대화에 대한 범국민적 우려로 인해, 광역자치단체인 시·도 단위로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하여 경찰의 권한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적절히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7일 경찰개혁위원회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권고안’을 발표했다. 향후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최종적인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확정한 후
2018년 하반기에 ‘(가칭)자치경찰법(안)’을 국회에 정부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에 담긴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의 내용이 제주자치경찰
수준1)
에 불과하고, 또한 권고안 마련 과정에 있어서도 자치경찰제의 실질적 시행 주체이자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시·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바람직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 마련을 위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방향과 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에서는 안보, 보안, 외사 등의 국가 고유 사무를 제외한 전체 경찰 사무 가운데 생활안전·교통·경비 등에 관한 사무와 특별사법경찰 사무 및 권한을 자치경찰에게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치경찰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사건과 직무과정에서 단속한 음주운전 사건 등을 자치경찰이 담당하도록 하는 한편, 주민의 기초적인 사회관계 형성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학교폭력·가정폭력·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자치경찰의 수사권 일부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인력은 시·도에서 자치경찰을 일괄 선발하여 시·도나 산하 시·군·구에서 운용하되, 초기에는 자치경찰 인력의 50%를 국가경찰이 지원(자치경찰로 신분 전환)하도록 하며,
재정은 자치경찰 출범 초기 예산 일부를 지원하고 예산 절감을 위해 국가경찰 건물을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치경찰 사무의 실질적인 수행을 위해 전국 시·도에 ‘자치경찰본부’와 심의·의결기구인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하고, 시·군·구에는 ‘자치경찰대’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시·도지사가 소속 시·도자치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보유하되,
자치경찰본부장은 자치경찰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3배수를 선발한 후 시·도지사에게 추천하면, 시·도지사가 3배수의 후보자 가운데 1명을 임명하도록 함으로써 자치경찰 인사에 대한 시·도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은 현 정부의 강력한 자치경찰제 도입·운영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국가경찰의 조직, 인력, 재정 등에 대한 현행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어 자치경찰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국가경찰의 자치경찰 이관인력 및 장비 등 초기비용에 대해서만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지방의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경찰 건물의 공동사용으로 인해 자치경찰의
업무 비효율성 및 사기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치경찰의 담당 기능이 순찰, 보호, 경비 등 단순 집행기능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국가경찰과의 공동사무로 규정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자치경찰의 수사권이 제한되어 있어 자치경찰 도입·운영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
특히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은 현행 국가경찰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 바, 이러한 기능이 여과 없이 그대로 자치경찰에 이관될 경우 국가경찰의 책임회피, 시·도지사의 책임·부담 가중이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의 방향과 과제
자치경찰제의 도입의 방향은 ‘검찰과 경찰 간 권한 분산’이라는 정치적 관점을 벗어나 수요자(주민) 중심의 지역적 치안 서비스를 절실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자치분권적 사고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의 내용 역시 이러한
사고에 입각하여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충성의 원칙’에 근거하여 현재 국가경찰의 사무를 지방의 시각에서 자치경찰 사무로 우선 배분하되,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것이 어려운 사무나 전(全) 국가적인 사무에 한하여 국가경찰이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치경찰 도입에 따른 각종 행·재정적 지원을 중앙정부가 전담하되, 특히 재원 측면에서 중앙정부가 자치경찰제에 관한 별도의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지방의 부담을 업무 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은 광역자치단체인 시·도가 실질적 시행 주체이자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되므로 현 정부가 ‘숙의적(熟議的)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만큼,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시·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상호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여 최적의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국가경찰과 시·도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국가경찰이 각종 정보와 노하우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운영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시·도(제주 제외)가 단기간에 제대로 된 자치경찰 도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 마련에 대한 시·도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요구된다. 1995년 제1차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이후 역대 정부에서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주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현 정부가 그동안 시·도의 숙원과제인 광역자치단체 중심의 자치경찰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제야 비로소 ‘기회와 창(窓)’이 열리게 됐으므로, 국가경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주민의 치안수요를 발굴해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