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기행 7000년을 넘나드는 시간의 속삭임 울산광역시
올봄, 7000년의 시간을 간직한 역사와 문화의 도시 울산이 우리를 부른다! 수천 년 전 선조들이 거칠고 차가운 바위 면에 새겨놓은 흔적들과 만날 수 있는 암각화박물관, 국내 유일의 '고래관광 1번지'로 알려진 장생포고래문화마을 등 여행객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가득한 울산. 봄의 울산에서 계절을 만끽해보자.

암각화박물관과 반구대 암각화 사람의 힘과 기술이 생태계를 해칠 수준이 아니었던 시절, 고래가 살 만하고, 사람은 소박했던 그 시절이 암각화에 담겨 있다. 그 시절의 그림이 수천 년의 세월을 건너 21세기 IT 시대 우리 눈앞에 놓였다는 사실이 푸른 회유의 바다 물결치며 다가오는 고래만큼이나 신비롭다.
2008년 개관한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는 수천 년 전 선조들이 거칠고 차가운 바위 면에 새겨놓은 삶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선사인이 남겨놓은 ‘반구대암각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이자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선사시대 해양어로문화를 담고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천전리 각석은 우리나라 청동기시대 농경문화를 반영하는 암각화뿐만 아니라 신라 시대 명문들과 선각그림들이 함께 새겨져 있어 고대사 연구에도 소중한 기록들을 담고 있다.
암각화박물관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흔적을 품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명승 계곡에 위치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박물관 주변은 선사시대 암각화뿐만 아니라 신라 시대 명문과 세선화, 고려말 정몽주 선생이 유배의 회한을 달래고 조선 시대 겸재 정선이 화폭에 담은 반구대, 조선 시대 선비들의 삶이 녹아 있는 정자와 서원, 지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공룡 발자국 화석들과 천혜의 환경 속에 서식하는 수많은 야생 동식물 등으로 구성되어 박물관 주변 일대가 거대한 노천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사인이 되어 아득히 먼 과거로의 시간여행, 내 안에 숨어있는 녹슬지 않는 문화의 원형, 태고의 예술을 발견하는 여행을 해봄 직하다.


장생포고래문화마을 한때 울산 앞바다 장생포항에서 춤추고 솟구치는 우리 고래, 그 추억 여행은 장생포고래문화마을로 발길을 돌려본다. 울산 남구 서남쪽 해안에 위치한 장생포는 국내 유일의 ‘고래관광 1번지’다. 장생포의 옛 모습과 고래 문화, 고래에 관한 정보가 모두 마련되어 있어 타임머신을 탄 듯하다. 올해 7월 5일부터 8일까지 고래문화특구에서 울산고래축제가 개최된다. 고래바다여행선을 타면 고래의 물길질을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으니 ‘고래 테마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옛 문인의 서정, 태화강 십리대숲과 6,000만 송이 꽃대궐 고려 시대 옛 문인의 시를 지팡이 삼아 800년 세월을 뛰어넘은, 현대의 태화강 대숲의 단아한 바람 소리는 국보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렁이는 태화강 바람 속 십리대숲은 울산의 대표 생태공원인 태화강대공원 내에 자리한 대나무 숲이다. 도심 속 대나무 밭이 태화강을 따라 십리(4km)에 걸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폭 20~30m, 전체 면적은 약 29만m²이다. 하늘 높이 뻗은 대나무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숲 터널을 형성하고 있는 초록의 향연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산책뿐 아니라, 죽림욕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평상에 누워 죽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십리대숲을 한눈에 감상하려면 강 건너편에 있는 태화강전망대와 남산에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태화강변의 태화루에는 1100년대 고려 시대의 문인 김극기가 태화루를 방문하고 지은 시가 기적적으로 남아있다. 1530년에 편찬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린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숲아래 고요하고 외로운 절이 / 흰 구름 언덕 위에 높이 기대었네 / 북으로는 푸른 산이 둘렀고 / 남으로는 대나무 숲 물결이 휘감네’
5월이면 싶리대숲 밖에는 6,000만 송이 꽃대궐 태화강의 화려한 유혹이 펼쳐진다. 잔잔한 강바람을 맞으며 낮 동안 봄꽃 향기와 눈부신 꽃무릇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진다. 태화강변의 봄밤은 화려하고 은은한 조명과 꽃향기가 어우러진 ‘봄꽃 대향연의 콘서트’가 이어지며 화려한 유혹의 손길을 보낸다.


삼한 시대 달천철장과 쇠부리축제 울산하면 우리나라 제일의 산업수도로 철의 원료인 토철 또는 철광석을 캐던 철장이 있었다. 울산 북구 달천동 및 상안동 일대에 분포하는 이 유적은 원래 이름인 달내(達川)에서 유래했으며, 그 역사는 삼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문헌 ‘삼국지 위서 동이전(三國志 魏書 東夷傳)’과 ‘후한서(後漢書)’에는 ‘한(漢)·예(濊)·왜(倭) 모두가 여기서 철을 가져가며, 모든 시장에서 철을 사용해 매매하는 것이 마치 중국에서 돈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는 기사가 있다. 따라서 철이 당시의 경제 발달에 크게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1452년 달천에서 생산된 철 12,500근이 수납되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쇠부리란 철광석이나 토철에서 고도의 열을 가해 덩이쇠를 만들어 내는 재래식 철생산 과정을 일컫는 경상도 방언이다. 쇠부리란 말에는 이 땅의 산업 역사와 오늘 산업도시 울산이 함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의 철강왕 구충당 이의립 선생은 한평생 철산지를 찾으려 전국을 돌아다니다 천신만고 끝에 울산 북구 달천산에서 토철을 발견해 양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을 부국강병의 길로 인도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토철에서 양질의 철을 정련하는 제조법을 개발했으니 이를 쇠부리라 했다고 한다. 토철에서 철을 생산하는 과정은 너무나 고단해서 노동의 고생스러움을 달래기 위해 노동요를 불렀으며 이를 ‘불매가’라 했다고 전해진다. 울산시는 2005년부터 세계적인 산업도시 울산의 정서에 걸맞은 가장 울산다운 그러면서 가장 독창적인 ‘울산쇠부리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는 5월11일부터 13일까지 울산북구청광장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