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 지방자치단체 도시계획고권의 개념과 현황
윤필환
협의회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시작한 이례로 지속적으로 지방분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 정권에서도 ‘100대 국정과제(2017년 8월 발표, 정부)’, ‘자치분권 로드맵(2017년 10월 발표, 행안부)’ 등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국정과제와 로드맵에서는 사무이양, 재정분권 등을 추진을 계획하였으며, 이 밖에도 언론 등을 통하여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지방세재 개혁, 사무배분 및 권한이양 등 다양한 분야의 지방분권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다만, ‘도시계획’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슈화되었다. 이와 함께 ‘도시계획고권’이라는 개념이 국내에서 연구되기 시작하였고, 이주희(1990), 이기우(1992), 김기옥(1992), 정태용(2001) 등 많은 학자들이 도시계획고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중앙정부의 도시계획 입법권, 결정권, 참여권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치행정권의 범위 안에서 스스로의 책임으로 할 수 있는 헌법상 보장된 고유권한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고권은 지역고권, 조직고권, 인적고권, 재정고권, 자치입법고권, 도시계획고권, 행정고권 등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고권은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를 근거로 최소한 자기지역에 관하여 독립적인 계획주체이자 국가계획의 독립적인 주체로 보장받아야한다(장교식․이진홍, 2014).
다수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도시계획고권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의 결정과정을 통하여 지역 내 자기 책임 하에 행정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계획을 중앙정부나 부처의 관여를 받지 않고 전개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도시계획고권은 본질적으로 자치사무이기 때문에 법률로 일정부분 제한될 수는 있으나, 다른 자치권들과 같이 침해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계획고권은 자치사무임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결정 권한이 제한되어 있다(김보미, 2017).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고권과 관련된 법은 「국토기본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이 있으며, 도시계획 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출처 : 경기연구원, 광역대도시의 특례에 관한 연구(2105), 재구성.

도시계획들 중 광역도시계획과 관련된 수립 및 승인 권한은 다음 표와 같다. 현 도시계획 관련 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권 범위 안의 도시계획도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광역단위 도시계획별 수립, 승인, 조정권
계획명 수립권자 승인권자
국토종합계획 국토교통부장관 대통령
수도권정비계획 국토교통부장관 대통령
광역도시계획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 국토교통부장관
도종합계획 도지사 국토교통부장관

현행 지방자치단체는 형식적으로만 계획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계획의 수립, 승인, 조정, 입안 등에서는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장교식․이진홍, 2014). 이에, 현행 광역단위 도시계획의 수립, 조정, 승인 권한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광역단위 도시계획 수립권한을 살펴보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0조 1항에서는 “광역계획권이 둘 이상의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 또는 특별자치도의 관할 구역에 걸쳐있는 경우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하고, 도의 관할 구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도지사가 결정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국토기본법」 제13조 3항에서는 “도종합계획의 수립 기준 및 작성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와 같이, 도시계획 수립 단계에서 둘 이상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구역에 관하여 양자 간의 협의가 아닌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고 있으며, 도내 지역에 관한 도시계획의 수립기준도 해당 도가 아닌 국토교통부장관이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광역단위 도시계획 조정권한을 살펴보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17조 2항 “국토교통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단독으로 조정신청을 받은 경우에는 기한을 정하여 당사자 간에 다시 협의를 하도록 권고할 수 있으며, 기한 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직접 조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있다. 또한, 「국토기본법」제20조 1항에서는 “국토교통부장관은 도종합계획, 시・군종합계획, 지역계획 및 부문별계획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해당 계획을 조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동조 2항 “제1항에 따라 계획을 조정할 것을 요청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반영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국토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와 같이, 도시계획 조정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조정을 받아야만 한다.
광역단위 도시계획 승인권한도 이와 유사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6조 1항에서는 “시․도지사는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려면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국토기본법」 제15조 1항에서는 “도지사는 도종합계획을 수립하였을 때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받은 도종합계획을 변경할 때에도 또한 같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지역의 현안과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도시계획을 수립, 조정, 승인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고권은 현재 많은 제한을 받고 있으며, 주도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도 도시계획에 있어 자율적인 결정권한이 없는 상태이며,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고권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도시계획 조정에 있어서는 관할 구역 문제, 국토종합계획과의 상충 등 중앙정부가 조정해야하는 측면이 존재하나, 계획수립 및 승인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만 지역특성을 반영한 도시형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현 정권의 국정과제, 로드맵 등에서는 도시계획고권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사무이양, 재정분권 등 중요 분권과제들이 산재하고 있으나,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도시계획고권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