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a City 느린 시간 속에 예술이 스며든
전라북도 전주 서학동예술마을
전라북도 전주에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고 구석구석 정겨운 골목길도 즐비하다. 서학동은 이 같은 전주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곳 중 하나다. 한옥마을이 양반의 삶을 담고 있다면,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있는 서학동은 민초의 삶을 대변한다. 특히 시간이 유예된 듯한 골목에 10년 전부터 예술인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예술 향 가득한 예술촌으로 거듭났다. 한적한 골목을 돌며 개성 넘치는 예술인들의 공간과 작품들을 찬찬히 접하다보면 그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글 편집실 / 사진 전라북도, 한국관광공사

1. 경찰서 건물 앞에 있는 서학동예술마을의 표지석과 상징물 2. 나뭇잎 모양이 두드러지는, 춤추는 듯한 모습의 사람 조형물 3. 주말에만 개방하는 카페 겸 화실 ‘적요숨쉬다’ 4. 빈티지 스타일 손뜨개 & 손바느질 공방 ‘흑설탕’ 5. 여러 사진작가들의 감각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서학동사진관’ 6.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골목골목의 벽화


서학동예술마을은 전주 완산구 서학3길 일대에 자리 잡은 예술촌이다. 오랜 쌀집이며 떡집, 이발소 등 1980~90년대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골목에 예술가들 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자연스레 예술마을이 형성됐다. 2010년, 음악가 이형로 씨와 소설가 김저운 씨 부부가 마을 중심에 있던 한옥을 수리해 ‘벼리채’라는 문패를 달아 창작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는 화가, 설치미술작가, 음악가, 도예가, 사진작가, 소설가 등 30여 명의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공방,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카페, 화실, 서점 등 50개가 넘는 공간을 열었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다 대부분은 생활공간을 겸하고 있어 정겹고 아늑하기까지 하다.


예술인들이 하나둘 모여 예술마을로 탈바꿈 서학동을 품은 전주는 전라북도의 행정과 교육, 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지명을 완산주에서 전주(全州)로 바꾼 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천년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조선시대 유적이 많고 전통 기와집 800여 채가 모여 있는 한옥마을은 전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학동예술마을은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한옥마을 건너편에 있다. 서학동은 1946년 ‘서정’이라는 일본식 동명을 고쳐 부른 뒤 지금까지 그대로 쓴다. 서학동(捿鶴洞)을 한자어대로 풀이하면 ‘학이 깃드는 고을’이라는 뜻. 황혼이 깃들 무렵에 수많은 학들이 숲속에 보금자리를 튼다는 의미라는 설도 있고, 풍수지리상 남고산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이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모양새라는 데서 나온 지명이라는 설도 있다. 예전엔 선생님과 학생들이 많이 산다고 해 ‘선생촌’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때는 인근 전동에 전북도청이 있어 북적거렸으나 2005년 효자동으로 청사를 옮긴 뒤로는 별달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골목골목 예술인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고 예술마을로 탈바꿈하면서 오늘날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전주시는 올해 서학동예술마을을 미래유산프로젝트에 선정하고 다양한 마을 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 미래유산프로젝트는 전주 시민들의 기억에 남은 사건이나 인물,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 자산 등을 보전, 활용하고 미래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시민들이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다. 서학동예술마을이 미래유산프로젝트 1호로 선정됐다는 것은 마을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개성 넘치는 예술 공간에 아름다운 골목벽화는 덤 서학동예술마을은 초입부터 예술인들의 개성 넘치는 볼거리로 넘쳐난다. 서학아트스페이스는 조각가 김성균 씨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탁구장과 미용실, 전파사, 건강원 등이 있던 3층 건물을 카페, 갤러리,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 독특한 멋스러움을 풍긴다. 맞은편에 자리한 인디앨리토경은 도예가 유애숙 씨와 화가인 딸 조원 씨가 운영하는 작업실 겸 카페공간이다. 이곳도 50년 넘은 옛 병원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한 덕에 병원 접수창구며 진료실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서학동사진관도 들러 봐야할 곳 중 하나다. 차를 마시며 주인인 사진작가 김지연 씨의 작품 외에 여러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 중심에는 이곳 터주대감인 이형로 부부가 운영하는 미술관과 게스트하우스 벼리채가 있다. 특히 벼리채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흔치 않은 곳이라 더 눈길이 간다. 이밖에 양순실아뜨리에, 이대성음악교실, 강금란작업실, 최은혜작업실 등 예술인들의 독특한 공간이 곳곳에 있다. 또, 예술 공간 외에 골목 담벼락 아름다운 벽화는 덤이다.
마을 공방이나 갤러리는 일정한 틀이 없고 휴무일이나 전시도 제각각이다. 대부분 무료 관람이거나 찻값으로 관람료를 대신한다. 미리 예약하면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으므로 느긋하게 골목골목을 다니다 하룻밤 묵어가도 좋겠다.


Trip Advice 서학동예술마을에서 오는 11월 초까지 토•일요일에 전주의 전통문화와 지역예술가의 작품, 주민의 생활문화, 마을 골목에 숨긴 문화유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예술마을 길꼬내기’사업으로, 전주의 옛 모습을 시대별로 재현한 거리에서 즐기는 문화체험부터 민속체험, 서학동예술마을 작가들과 함께하는 예술체험 등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일시 : 11월 3일•4일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홈페이지 : 서학동예술마을가이드사이트(www.seohakro.com)
문의 : 010-6659-9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