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1. 뉴스/소식
  2. 해외동향
프린트 공유하기

해외동향

태국 반정부시위의 배경

작성자김익찬 작성일2010-05-25

태국 반정부시위의 배경


이번에 태국에서 반정부시위가 왜 발생하였는지에 대해 설명 드리기에 앞서 이 설명이 가질 수밖에 없는 내재적 한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떤 현상을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에 보았다 해도 사람들의 인식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파견관이 태국 현지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객관적 견해를 유지하려 최대한 노력하였지만 이런 근본적인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반정부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UDD’(United Front for Democracy against Dictatorship) 또는 ‘레드셔츠(red shirts)’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이전 총리였던 탁신이라는 사람을 추종하는 정치세력이어서 친탁신세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탁신 전 총리는 집권하는 동안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과감한 예산지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의료, 교육 지원 등을 통해 빈곤층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인물입니다. 특히 태국 북부 및 북동부 지역의 농민 및 노동자층이 탁신을 지지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반면 왕당파라고 할 수 있는 소위 옐로셔츠 측은 탁신이 왕실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느껴 강한 불신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탁신을 정치적으로 제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산층은 탁신의 분배정치가 빈곤층에게는 혜택을 주는 반면 자신들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것이어서 탁신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2005년 2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탁신은 재집권에 성공하지만, 옐로셔츠 측은 정치적인 공세를 멈추지 않고 결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총선무효결정을 얻어냅니다. 이들은 탁신의 하야를 요구하지만 탁신은 재총선을 약속하면서 하야 압력에 정면대응 합니다.


그러던 중, 2006년 9월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탁신 정부를 전복시키고 군 출신의 추밀원(국왕의 자문기관) 의원이 과도정부 총리로 추대됩니다. 이 당시 푸미폰 국왕은 군부 쿠데타를 신속히 추인합니다. 과도정부 기간 동안 헌법재판소는 탁신과 탁신소속 정당 간부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향후 5년간 정치활동 참여 금지 결정을 내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12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다시 친탁신계열의 정당인 민권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되어 집권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후 민권당은 군부 쿠데타로 폐지된 헌법내용을 복원하는 개헌안을 2008년 5월 의회에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왕당파인 옐로셔츠 측은 대규모 개헌반대 집회를 개최합니다. 옐로셔츠 측은 심지어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점거하며 시위(2008. 11. 25 ~ 12. 3)를 벌이게 되는데, 이 때(2008. 12. 3) 헌법재판소는 민권당 등 3개 집권당에 대해 2007년 총선 당시 당간부의 선거 부정을 이유로 해산명령을 내려 결국 친탁신정권은 붕괴되고 맙니다. 이에 따라 2008년 12월 아피싯이 이끄는 원내 제2당인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연립하여 현재의 집권 내각을 구성하게 되고, 해산된 민권당은 푸에타이당이라는 새로운 당명으로 현재의 야당을 구성하게 됩니다.   


2008년 12월 이후로 야당 푸에타이당 및 친탁신세력(UDD 또는 red shirts)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반정부시위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게 됩니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 아피싯 정권이 선거로 선출된 것이 아니라 군부 쿠데타 및 사법부의 정치개입에 의해 집권한 만큼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정부이며, 추밀원(국왕의 자문기관)은 정치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반정부시위는 2010년 2월 26일 대법원이 탁신 전총리의 재산 일부(재임 동안 부정축재 부분)에 대한 몰수 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3월 12일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친탁신세력은 사법부가 계속 탁신에게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른바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을 적용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탁신을 퇴장시켰고, 근본적으로는 왕실, 배후 집권세력, 사법부 등의 지배엘리트가 연합하여 탁신을 제거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현 정권의 퇴진과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 실시를 요구하며 반정부시위를 두 달 넘게 지속하였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군경의 강제해산 끝에 결국 모두 해산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 가운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반정부시위는 강제해산조치로 일단 끝이 났지만, 이는 또 다른 시작일 가능성이 큽니다. 태국사회는 현재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간 균열의 골이 매우 깊습니다. 거기다가 노동자와 농민 등 빈곤계층은 왕실, 배후 집권세력, 사법부 등의 지배엘리트에 의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가 배제되고 있다는 정치적 박탈감이 크며, 이번의 강제해산으로 인해 원한의 감정마저 생겨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지배엘리트와 중산층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지배엘리트가 이번 계기로 표출된 빈곤계층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배제의 정치로 일관한다면, 이번과 같은 반정부시위나 방화, 폭탄투척 등의 테러는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 담당팀 : 국제협력부
  • 담당자 : 박지원
  • 연락처 : 02-2170-6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