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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레터]파리시, 코로나19와 자전거 공유 공간 균형배분에 대한 성찰의 계기

작성자웹진관리자 작성일2020-07-06
해외공간
파리시, 코로나19와
자전거 공유 공간 균형배분에 대한 성찰의 계기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의 다양한 풍경들이 바뀌고 있다. 특히 파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대중교통수단을 대신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파리시는 이러한 움직임에 찬성하며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사용자나 보행자 측면에서는 늘어난 자전거 이용객들로 불편함을 겪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파리시의 자전거 이용객 증대에 따라 변화된 정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전거 이용객은 물론 보행자와 자동차 사용자가 모두 공존하며 공간을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주프랑스대한민국대사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프랑스사무소)

코로나19 위기와 파리의 자전거 붐

코로나19로 인해 3월 17일부터 2개월 가까이 엄격한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던 프랑스는 지난 5월 11일부터 현재까지 단계적인 해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대중교통수단을 대신하여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파리시는 시내 교통요충지 60여 곳에 자전거 통행 계측기를 설치하여 실시간으로 통행량을 집계하였다. 그 결과 2019년 5월에 비해 금년 5월 한 달 동안 자전거 통행량이 65%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파리 지역 공유자전거인 벨리브(Velib) 서비스 이용 역시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하였다. 이동제한 해제를 시작한 5월 11일 이후 6월 20일 현재까지 매일 15,000~17,500회 임대가 이루어져 왔는데, 이는 작년 같은 시기 임대횟수(7,000~8,000회)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파리 시내 요일별, 시간대별 자전거 통행 비교
출처 : 일간 Le Monde지

< 실시간 통행상황 동영상 보기 >

출처 : 유튜브 Brice P.

자전거 이용 권장 정책

이렇게 자전거 이용자가 급증한 이유로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보다 자전거로 대표되는 1인용 대체 교통수단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 감염에도 그만큼 안전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우선 꼽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에도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일련의 정책을 강도 높여 진행해 왔다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한다.

① 자전거 재생 수리비 지원

프랑스 정부는 5월 11일 이동제한을 해제하면서 대중교통수단을 피해서 개인 승용차로 이동하려는 도심교통 수요 급증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각 가정마다 창고에 방치되었던 자전거 재활용 캠페인을 고안해 냈다. 환경부가 마련한 자전거 수리비 50유로 지원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정책은 전국에 2,960개 자전거 전문 정비소를 지정하고 이곳에서 수리할 경우 자전거 1대당 50유로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가정마다 창고에 방치되어 있던 자전거가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재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5월 11일 이후 5월말까지 전국에 걸쳐 17만 5천여 대가 지원금을 받아 수리되었고, 수리비 지원을 위해 당초 2천만유로(약 270억원) 예산을 책정했던 환경부는 그 규모를 3배로 늘려 6천만유로로 확대 배정하였다.

② 자전거 고속도로 조성과 도로망 확충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은 2014년 당선 이래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환경정책에 정치적 우선순위를 부여해 왔다. 그 결과 차도 다이어트를 통해 보행자 전용도로를 확대 지정하고 자전거 노선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오고 있다. 반대여론을 무릅쓰면서까지 우리나라 강변 고속도로와 유사한 센 강변 자동차 전용도로 일부구간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여 보행자 구간을 조성했다. 또한 이미 교통정체가 심각한 최도심 도로에까지 차선 1개를 줄여서 자전거 전용 왕복라인을 만들 정도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샹젤리제 자전거 전용도로
샹젤리제 자전거 전용도로(2019. 11월, 출처 : Le Parisien 지)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로는 REVE(레브, ‘Réseau Express Vélo 자전거 고속도로 망’의 줄임말로 ‘꿈’이란 의미의 실제 단어 ‘rê̂ve’를 연상시킴)를 꼽을 수 있다. 이는 교통체증이 심한 시청 부근의 리볼리 거리나 상징적 의미가 많은 샹젤리제 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 1개 차선을 차량진입이 불가능하도록 보호턱을 만들어 자전거 전용노선으로 변경 조성하는 것이다. 이로써 파리와 인접도시를 연계하는 자전거 고속도로 망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노력 덕에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20년 1월말 파리 시내 자전거도로 총 연장 길이는 1,000km에 달할 만큼 확대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자전거 운행이 가능한 버스 전용차선까지 포함된 수치이긴 하지만 시내 공용도로 총 연장 길이가 1,700km라는 점에 견주어 보아도 자전거 친화적인 도로정책이 얼마만큼 전폭적으로 진행되어 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시 자전거 고속도로망 지도
파리시 자전거 고속도로망 지도(2020년 6월 현재, 출처 : 파리시청 홈페이지)

③ 코로나 라인, 임시 자전거 도로망 신설

파리시와 인근 지자체는 이동제한이 해제되면서 많은 시민이 대중교통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시행하였다. 지하철, 시내버스, 경전철, 트램 등 대중교통 수단마다 두 자리 중 한자리 비워두기를 권장하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입석 승객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차량 바닥에 발모양 스티커를 부착하는 한편 대중교통 대신에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 기존 자전거 도로망에 추가하여 지하철이나 버스의 운행 노선을 따라 임시 자전거 도로망을 긴급 조성하였다.
이렇게 설치된 노선을 일컫는 ‘코로나 피스트(코로나 자전거라인, Corona pistes)’라는 신조어까지 생겨 통용되고 있다. 위성 도시 출퇴근 이용객을 감안하여 파리 시내뿐만 아니라 파리 ⇔ 라데팡스나 파리 ⇔ 생드니 노선처럼 도시 간 연계가 가능할 수 있도록 인접한 지자체도 동참하여 코로나 라인을 조성하였다.
이렇게 신규 조성된 자전거 도로는 파리 시내에만 50km, 인근 위성도시를 모두 모으면 총연장 150km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추진되었다. 이에 코로나19가 종료된 이후에도 이 노선을 자전거 도로로 계속 유지시키자는 의견이 대거 답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④ 전기자전거 구매에 지자체 재정지원, 최대 500유로까지

코로나19 이전부터 각급 지자체는 전기자전거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어 대체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이용자 증가에 기여한 셈이 되었다. 전기자전거는 페달을 밟을 때 충전식 전기모터의 동력을 지원받기 때문에 언덕에서나 정차 후 출발 시에도 무난하게 운행할 수 있다. 그래서 전기자전거가 화석연료 승용차를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심 교통수단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구입가가 500~3,000유로까지 비교적 고가여서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있었다. 이에 각급 지자체는 구입가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진행하고 있다.
리용(Lyon)시는 3년 전부터 250유로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전기자전거 구입가의 25%를 환불해 주고, 보르도(Bordeaux)시는 300유로 한도 내에서 구입가의 25%를 지원한다. 또한 마르세유(Marseille)시는 400유로로 지원금을 책정했고, 파리시는 400유로 한도에서 33%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광역 지자체, 일드프랑스 레종에서도 구입한 뒤 3년 동안 되팔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2019년 12월부터 최대 500유로까지(구입가의 50% 이내, 화물용 전기자전거는 600유로까지) 지원금을 환불해주고 있다. 다만 주거지 기초지자체 지원금과 중복 신청을 할 수는 있으나 지원받는 총 금액이 500유로(화물자전거 600유로)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자전거 전용 어플

⑤ 자전거 관련 산업 급성장, 전용 어플도 인기

최근 프랑스에는 자전거 매매상이나 수리점을 비롯한 연계 산업과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 스포츠 및 자전거 산업연맹의 지난 5월 4일자 발표에 의하면 2019년 국내 자전거 시장은 20억 3,300만유로의 수익규모를 형성하면서 전년 대비 10.1%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동제한이 해제된 지난 5월 11일 이후 3주간 자전거 및 부품 판매량은 전년대비 114%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고 금년도 성장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자전거 이용객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동호인 협회나 자전거 안전교육 기구 역시 민간 주도로 확대 형성되고 있고,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춰 스마트폰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길찾기 어플을 통해서도 자전거 길안내가 가능하긴 하지만 최근 개발된 자전거 전용 GPS가 파리 및 주요 대도시 이용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Geo Velo라는 어플이 바로 그것인데, 안드로이드와 애플 기반 스마트폰에서 이용이 가능하고 일반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도 검색이 가능하다. Geo Velo 어플은 가장 빠른 길 또는 평탄할 길 등 기본적인 길찾기 기능은 물론 ‘프랑스 혁명의 현장 코스’나 ‘연인과 사진 찍기 좋은 핫스팟 코스’ 같이 다양한 테마별 검색도 제공한다.

자전거 증가와 사회적 공감대

① 신흥 자전거족 – 비판적 여론 공존

자전거는 현대 도시의 대표적인 무공해 교통수단으로 파리시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정책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차량 운전자나 보행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위험요소로 지적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프랑스에는 네오-시끌리스트(néo-cycliste, 신흥 자전거족)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자전거 이용객이 급증했는데, 이 용어는 긍정적 의미보다는 비판과 경계의 대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20~40대 젊은층 가운데는 전기 모터를 장착한 사람도 많아서 25km/h 이상의 빠른 속도로 운행이 가능하다. 또한 교차로나 건널목에서 자주 신호를 위반하며, 주변 상황에 맞춰 속도를 줄이기보다는 본인 이동을 우선시하여 빠른 속도로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차량 운전자나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자전거 운전자를 일컬어 신흥 자전거족이라 부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찰 집계에 따르면 도심 내 자전거의 적색신호 위반 비율이 최대 50%에까지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교통 약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프랑스인의 생활방식이 잘못 반영된 행태로 분석되고 있다. 마치 보행자는 보행 신호가 아니어도 차량이 없을 때 건너가는 것처럼(실제로는 규정 위반이나 일반적 현상) 차량에 비해 자전거도 약자이므로 신호를 어겨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전거

② 자전거 안전운행 캠페인 필요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자전거로 인한 교통사고 사례는 아직 크게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 파리 경찰청의 집계에 의하면 올해 5월 한 달 동안 파리에서 자전거 운전자 67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이 수치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13건, 즉 24%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자전거 통행량이 65% 증가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나, 자전거 사고 가운데 약 40.6%가 자전거 측 과실로 분석되고 있어서 안전운행에 대한 자전거 이용자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자체와 경찰 등 공공기관은 물론 자전거 운행자 협회 등 각종 단체에서는 운행 안전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전거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 자전거를 타며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 야간 자전거 운행 시 차폭등이 없는 경우 등은 적발 시 범칙금까지 부과되고 있다.
일부 자전거동호협회의 분석에 의하면 최근에 조성된 자전거 고속도로 등 자전거 이용자가 많이 몰리는 곳일수록 모범적인 안전운행자로 인한 주변 파급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신호위반 사례 등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사용자 증가에 따른 긍정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③ 공공 공간 균형배분에 대한 성찰의 계기

파리시 분석에 의하면 공원과 녹지, 도로, 광장 등 시 전체 공공 공간 가운데 약 50% 이상을 자동차가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2차 대전 이후부터 차량 소통에 우선권을 부여하며 도시계획을 유지해 온 결과이고 그 부산물로 각종 공해와 기후변화 사태는 물론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파리 시민의 경우 1가구 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최근 10년간 크게 감소하여 0.45대에서 0.35대로 줄어들었고, 시내 교통이동의 평균 거리는 3km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19년 파리시 이산화질소
2020년 파리시 이산화질소

2019년과 2020년의 파리시 이산화질소 비교
도심 교통이동에 대한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공공 공간 속에서 자동차가 여전히 지나치게 많은 지분을 점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교통 약자로서 뒷전에 밀려있던 자전거나 보행자에 대한 우선순위 부여를 통해 공해를 줄이고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동시에 그동안 잘못 배분되어 왔던 공공 공간을 보다 균형 있게 재배분해야 된다는 성찰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이동제한 조치가 발효된 기간 동안 차량 한 대 없는 샹젤리제 거리 사진이나 도심 내 공원묘지에 출몰한 야생 여우의 사진 그리고 제한 이전과 이후의 공해 정도를 비교한 위성사진을 보면서 현대 도시의 많은 사람들의 도시생활방식을 한번씩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파리시가 차도를 줄여서 자전거 도로를 늘이고 보행자 공간을 확장해 가는 노력은 우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교통정책의 일환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공 공간에 대한 권한 배분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제기이고 더욱 균형 있는 배분을 위한 정책적 시도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전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후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전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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