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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레터]파리시 주택정책과 사회적 고민의 수렴

작성자웹진관리자 소속기관교육홍보부 작성일2021-09-06
해외공간

파리시 주택정책과 사회적 고민의 수렴

서울과 비교하면 대략 1/6에 해당하는 105.6km² 면적에 224만명이 상주하고 있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 파리는 총 주택 수 136만호 가운데 부동산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자가점유비율은 약 33%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나머지 67%의 가구는 임차인으로 주거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주택시장 형성에 있어 임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렇게 높다 보니 파리시나 중앙정부의 주택정책 또한 안정적인 임대에 무게를 두고 여러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 현지 언론에 쟁점이 되었던 몇 가지 현안을 중심으로 주택 임대와 관련해 파리시나 프랑스 정부의 고민과 노력을 보여주는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형진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프랑스사무소 전문위원
Airbnb사 파리시에 8백만유로 범칙금 납부 판결
2021년 7월 1일 파리 법원은 Airbnb사에 대해 불법영업에 대한 범칙금으로 8백만유로(약 110억원)를 파리시에 납부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Airbnb를 필두로 플랫폼 공유임대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던 2016~2017년, 파리시는 주택 임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시장 상황을 감안하여 공유임대 영업에 대해 시청 등록과 함께 임대광고에 등록번호 게시를 의무화하였다. 그런데 Airbnb 홈페이지에는 등록번호 없이 광고와 영업을 이어가는 사례가 빈번히 이어졌고 시 당국은 이를 제소하여 불법성을 인정받음으로써, 2018~2019년 사이 등록번호 없이 임대광고를 게재하여 영업한 1,010개 숙소에 대해 숙소 1개당 8,000유로씩 범칙금을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게 되었다.
플랫폼 공유임대 숙박, 지나친 인기로 부작용 초래
여행객이 많은 도시일수록 플랫폼 공유 숙박 서비스는 인기를 누렸고, 인기만큼이나 새로운 부작용도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관광객 수로 늘 세계 순위권에 포함되고 있는 도시 파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파리시 당국 차원에서 적절한 개입과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초래되었다.
Airbnb를 대표로 하는 플랫폼 기반 단기 임대 서비스가 성행한 이후 파리시가 분석한 부작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① 전통 임대시장 공급 축소
주거환경이 좋고 관광지에서 멀지 않은 파리 중심지 서부 지역의 경우 전체 임대 가운데 Airbnb 공유임대 비중이 약 20%까지 도달
② 호텔에 버금가는 비싼 숙박료
Airbnb의 일부 호스트는 위치와 설비 등의 이유로 전통적인 임대 계약시 임대료보다 2~3배 비싸게 단기 임대를 제공하여 저렴한 숙소를 기대했던 외국 관광객에게 결국 호텔에 버금가는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게 하여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발생
③ 부동산 임대가 및 매매가 상승
임대 부동산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임대가가 상승하게 되고 매매가도 동반되어 상승하는 효과 초래
④ 이웃과의 잦은 마찰
단기 임대 투숙객 가운데 일부가 소란과 기물 파손 등을 일으켜 같은 건물 주민으로부터 불편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법정에서 임대 중지 판정까지 받는 경우 발생
특히 파리시는 임대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대표적인 도시인만큼 이러한 부작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정상적인 입주를 희망하는 일반 주민이나 대학생들이 임대주택을 찾지 못하는 사례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Airbnb 등 플랫폼 기반 단기 임대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플랫폼 기반 공유임대 숙박, 파리시 규정
주 거주지로 살고 있는 주택을 일정 기간 비우거나 실 거주 공간 이외에도 유휴 공간이 있을 경우 다음과 같은 조건을 준수하여 단기 임대를 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소득은 연간소득 신고에 포함하여야 한다. 1년 중 임대 가능 기간은 4개월, 즉 120일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부동산 소유주는 물론 임차인도 재임대가 가능한데, 단지 사회복지주택, 즉 우리식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재임대가 불가능하다.
단기 임대를 제공하기로 결정하면 광고와 영업 이전에 파리시청에 등록하여 ‘등록번호’를 취득해야 하며 모든 광고마다 이 번호를 명시해야 한다. 아울러 영업 실적에 따라 관광체류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관광체류세는 파리시가 모든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숙박하는 성인 1인마다 숙박일 수에 대비하여 부과하는 지방세이다.
주 거주지 부동산이 아닌 경우나 주거용 시설이 아닌 건물을 공유 숙소로 전환하여 임대 영업을 희망할 경우는 1년 중 임대 가능일 수 제한이 없어진다. 단, 연중 임대는 가능하나, 절차가 비교적 단순했던 주 거주지 부동산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절차와 적지 않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단순한 공유임대라기 보다 직업적인 숙박업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용도변경’사전 허가가 필요한데, 허가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용도변경 보전비’를 납부해야 한다. 임대시장 상황이 어려운 지역은 아예 용도변경 신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으며, 정상 신청이 되었을 경우 임대하고자 하는 면적만큼의 공공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건축 비용을 ‘용도변경 보전비’로 납부해야 한다.
파리 시내에는 임대시장 공급 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아서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가능하다 해도 공공임대주택 건축비가 만만치 않아서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유임대 사업’을 기획하는 경우는 최근 들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용도변경이 가능하고 허가 이후에는 주 거주지 임대 절차와 동일하게 시청 등록과 등록번호 취득, 관광체류세 납부의 절차를 거치면 공유임대 영업이 가능해진다.
플랫폼 기반 공유숙박 운영
파리시청 아베-피에르 재단 협조로 임대료 제한 위반 사례 적발 공세 나서
2021년 6월 3일 파리시는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주거 확충을 담당하는 민간기구인 아베-피에르 재단과 협조하여 2019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임대료 제한제도 기준을 어기는 임대광고를 적발하고 위반사례가 많은 임대주와 부동산중개업체 리스트를 1년 단위로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파리시와 아베-피에르 재단에서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파리 지역의 모든 임대광고를 대상으로 임대료 제한 위반 사례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있다.
기준 임대료와 상·하한폭 제한
파리시는 과거 2014년 시 자체적으로 임대료 제한제도 시행을 시도했으나 법적인 근거 미비로 성공하지 못했고 2018년 국가 법령이 정비됨으로써 2019년 7월부터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파리 이외에도 릴시(2020년)와 수도권 일부 지역(2021년)까지 점점 더 많은 도시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임대료 제한제도는 부동산이 위치한 주소, 면적, 건설 시기, 가구 유무 등 제반 요소를 반영하여 m² 당 기준 임대료를 구역별로 책정하고 여기에 일정 비율만큼 상한액(+20%)과 하한액(-30%)을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기준 임대료 책정은 지자체에서 직접 주관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지방에 파견한 행정 수장인 프레페가 담당하고 있으며, 2019년 7월 이후부터 작성되는 신규 또는 재임대 계약서에는 기준 임대료를 명시토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평방 미터당 임대료 상한액
상한 임대료 초과 원칙적 금지, 차별 요소 반영 ‘추가 임대료’ 부과 가능
임대료 상한액이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실제 임대 계약 과정에서는 발코니가 있다든지, 고액 고가구를 비치했다든지, 초현대식 주방 시설을 새로 설치했다든지, 근처 다른 주택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탁월하게 우월하다든지 등 대상 부동산의 부가 가치를 내세워 추가 임대료를 부과할 수 있다.
추가 임대료 부과에는 임대주와 임차인 간에 상호 합의가 필요한데, 2020년 임대광고 가운데 약 40% 정도가 월평균 120유로 정도의 추가 임대료를 부과한 것으로 집계되었고, 이는 제도 시행 첫해인 2019년(44% 추가분 부과, 월평균 150유로)과 비교해 보면 추가 임대료 부과 사례가 전반적으로 감소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리 지역 임대료 제한제 준수 현황
파리 8구 샹젤리제 인근 2개의 사회복지 주택 준공
파리의 생-또노레 거리(Faubourg Saint-Honoré)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부띠끄가 모여 있는 명품가로 유명하다. 대통령궁도 위치한 이 거리에 있는 2개의 건물을 사회복지주택,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공공임대주택으로 개조함으로써 최근 언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전통적인 부촌으로 유명한 이 지역에 지난 5월 준공한 사회복지주택은 샹젤리제 대로에서 겨우 500m 떨어져 있는데, 35세대 영세민 가구를 대상으로 실 임대료 7~8유로/m²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같은 지역 기준 임대가 약 35유로/m²나 하한 임대가 24유로/m²를 감안할 때 얼마나 저렴한지 알 수 있다.
파리시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사회복지주택을 독립된 단지로 조성하기보다 민간 주택과 적절히 섞이도록 배치시켜 쇼셜믹스 효과를 노리고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동별 구분까지 없애는 사례도 빈번하다.
공공임대와 민간참여 복지주택이 공조하는 ‘소셜하우징’ 개념
2차 대전 이후 1960~1970년대까지 프랑스에도 공기업 주도 하에 영세민 임대주택 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여 외국이나 지방에서 도시로 유입된 저소득 노동 계층에게 숙소를 제공하게 된다. 주로 도시 변두리 지역에 거의 같은 디자인의 고층 아파트 여러 채를 단조롭게 건설하여 기능성을 극대화했던 당시의 프로젝트는 ‘그랑 앙상블 Grand ensemble’ 또는 ‘시떼 Cité’라고 불리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통합에 실패하여 게토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고 영세민 주택정책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게 된다.
지금까지 영세민 임대주택의 건설 및 운영 주체로 공기업의 역할이 컸지만 비영리 재단이나 사회단체, 민간 부동산 기업까지 함께 주체로 참가하여 ‘공공임대주택’이 아니라 ‘소셜하우징’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사회적 주택’ 또는 ‘사회복지주택’이라 불리고 있다.
사회복지주택, 다양성과 품질 향상으로 중산층까지 입주 대상
건설 및 운영 주체가 다양한 것처럼 사회복지주택 유형도 다양해져서 재원 출자 방식에 따라 크게 4가지가 존재하는데, 입주할 수 있는 소득한도액과 임대료도 각각 서로 다르다. 가장 상위 등급의 사회복지주택은 ‘중간 임대료 주택’이라 불리는데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을 만큼 소득 한도액도 높고(1인 가구 기준 연소득 43,409유로(약 6천만원) 미만인 경우 입주신청 가능) 임대료 또한 시중 임대료의 80%에 해당할 만큼 비싼 편이다.
중간 임대료 주택은 민간 부동산 기업이 주택 단지를 조성할 때 전체 공급량의 25%만큼 사회복지주택에 할애한다는 조건으로 20년간 토지세를 면제해 주고 보통 20%인 부가가치세를 10%로 감면해 준다는 인센트브를 통해 조성하게 된다.
이처럼 사회복지주택은 기존과 달리 일반 매매 부동산과 같이 섞어서 조성하게 되었고, 심지어 같은 동에도 섞여 있음으로써 더 높은 소셜믹스 효과를 꾀할 수 있게 되었다. 건물 디자인 역시 기존과 달리 다양성을 가미함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참여함으로써 미관상의 아름다움과 친환경 건축재까지 활용한 양질의 주택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파리 시민의 1/4이 사회복지주택 거주
프랑스는 도시계획법으로 인구 3,500명 이상의 꼬뮌(기초지자체)의 경우 2020년까지 사회복지주택을 20%까지 제공해야 한다고 정한 바 있으며 2025년까지는 그 비율을 25%로 늘려야 한다.
파리시의 경우 2001년만 해도 사회복지주택의 비율이 13.44%밖에 안되었으나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확대조성정책을 전개한 결과, 2018년 21.10%에 달하게 되었고 이달고 현 시장이 작년 재선공약에도 천명했듯이 2025년까지는 어렵지 않게 2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리의 사회복지주택은 이제 단순히 영세민을 위한 임대주택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가계소득을 놓고 볼 때도 파리 시민의 약 70%가 신청 자격이 주어질 만큼 폭넓은 계층을 대상으로 삼고 있고, 지금 현재도 파리 시민의 1/4이 사회복지주택에 주거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 헌법 1조는 프랑스가 ‘사회적 민주주의 공화국’임을 천명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파리의 주택 임대와 관련된 세 가지 정책 사례를 통해서도 사회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뚜렷이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제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이 시스템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개인들을 방치하여 더 큰 사회적 불안요소를 만들기 보다는 사회나 정부, 공공에서 포용하고 조금은 책임져야 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사회로 하여금, 국가로 하여금, 지자체로 하여금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 여러 움직임들이 있는데, 그러한 사람들 중에도 프랑스 현대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휴머니스트이자 빈민의 아버지라 불리는 Abbé Pierre (피에르 신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베 피에르 (Abbé Pierre, 1912~2007) 신부 ‘지붕의 권리를 주장한 빈민의 아버지’
- 사제, 레지스탕스, 국회위원(45년부터 6년간), 엠마우스 공동체 창시, 아베 피에르 재단 설립
- 2차 대전 때 나치 피해 유대인 숨겨주고,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핍박할 땐 유대인을 비판
- 유산으로 물려받은 집을 보수해서 엠마우스라는 간판 걸고 무료 숙박시설로 이용(이 당시 고아 출신으로 20여 년 옥살이 후 아내마저 사라져 버리고 삶의 의미 없다며 자살하려던 출옥수 죠르쥬에게 빈민 숙박시설 보수를 도와 달라 요청해서 엠마우스 1호 회원이 되었고 이후 사망 이전까지 피에르 신부 옆에서 15년간 봉사활동)
- 1954년 유례없는 한파 때 길거리에서 동사한 여인을 발견했는데 주머니에서 퇴거명령서를 보고, 득달같이 라디오 방송국에 달려가 마이크 잡고 오늘 밤에는 길거리에서 노숙자 없도록 도시마다 텐트를 치고 먹을 것을 나누자고 호소, 밤사이 구호물자 대거 답재 파리에만 50개의 임시 보호소가 설치됨
- 1994년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126명 무주택자와 함께 파리 시내 5층짜리 비거주 건물 무단 점거. 당시 대선과 겹쳐서 미디어화되어 빈집 중과세법과 임대료 못내도 강제퇴거 못하게 하는 법안제정 계기가 됨
- 지금도 아베 피에르 재단은 소외계층의 주거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음
대표적인 명언
“Les hommes politiques ne connaissent la misere que par les statistiques. On ne pleure pas devant les chiffres.”
“정치인들은 가난을 통계수치를 통해서만 파악한다. 그러나 우리는 숫자를 보며 눈물 흘리지는 않는다.”
“Un sourire coute moins cher que l'electricite, mais donne autant de lumiere.”
“웃음은 전기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우리에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빛을 준다.”
[정보출처]
Le Parisien, Les Echos 등 일간지 및 프랑스 공공서비스 포털, 파리시청 홈페이지 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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