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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레터]코로나19와 함께 한 뉴욕 생활

작성자웹진관리자 소속기관교육홍보부 작성일2021-09-06
현장르포

코로나19와 함께 한 뉴욕 생활

저는 2019년 4월부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미국사무소 파견관으로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이전의 미국과 코로나19 이후 미국사회를 모두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내용은 코로나19 속 미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생활하며 겪었던 인상 깊었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만, 내용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을 바탕으로 하며 미국사회의 한 단면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경호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미국사무소 부영사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며 중국과 한국에서 들려오는 코로나19 소식에 걱정하며, 한편으로는 미국에서도 곧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습니다. 미국 서부를 시작으로 3월에는 제가 살고 있는 뉴욕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이후 급격히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마스크 논쟁은 2년째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고, 각 주마다, 도시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규정이 달라 미국 사회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미국 질병관리센터나 언론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으며 증상(열, 기침, 콧물 등)이 있으면 집에서 쉴 것을 권고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저와 가족들은 한국의 심각한 상황을 알고 있었고 마스크의 감염예방 효과를 인지하고 있었기에 큰 거부감 없이 쓰고 다니고 있었는데, 미국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너무나 달라 쓰고 다니는 것 자체로 눈치를 봐야 했던 것이 힘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주로 증상 있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쓴다는 인식이 강했고, 거리에서도 마스크 쓴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마스크 쓴 아시아계를 향한 묻지마 폭력도 더욱 우리를 움츠러들게 했습니다.
<그림 1> 뉴욕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기사
출처 : FOX 뉴스 화면 캡처
3월 말경부터는 급증하는 확진자에 언론과 미국 질병관리센터에서 마스크 쓰는 것을 권고하였고 뉴욕시에서도 마스크를 의무화함에 따라 상황이 반전되었지만, 사는 지역에 따라 여전히 마스크 의무화에 대한 찬반이 뜨거웠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마스크 쓰기에 대한 입장이 달랐겠지만, 저는 살고 있는 환경이 마스크 찬반 의견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은 한국만큼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라 감염병에 대해 서로 조심하는 방식에 대해 쉽게 체감할 수 있어 마스크 쓰는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미 중부 지방, 뉴욕시 교외 지역은 대부분 단독 주택이며 주택 간 거리도 충분히 있어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곳이 많습니다. 이러한 곳에서는 마스크 의무착용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낮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미국은 각 주별로 처한 환경에 따라 마스크 의무화도 제각각입니다.
코로나19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말한다면 유통시스템의 변화가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아마존이 큰 회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미국에 와서 생활해 보니 아마존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과 중증환자의 증가로 사회 전체가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고, 뉴욕도 4월을 기점으로 학교, 식당, 회사 등 비필수 업종에 대해 전면적인 자택체류 명령을 내리면서 더욱 대면 접촉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형 마트나 소규모 식료품점의 영업은 허가가 되었으나 사람들이 마트에 가는 것조차 꺼려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꾸려가는 가정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2> 배달서비스 관련 기사
출처 : NBC뉴스 화면 캡처
뉴욕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유통 및 배송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고 음식 배달도 곧잘 이뤄지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보다 배송 시스템이 정교해지고 다양해 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Whole Food라는 친환경 식료품점을 미 전체에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모든 품목(채소, 유제품, 과일, 육류, 생선류 등)에 대해 일정 금액 이상의 무료배송은 물론, 주문 후 2시간 이내의 배송까지 선보이며 온라인 쇼핑 시장을 확대하는데 선봉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한편으로 Fresh Direct, Instacart 등과 같은 식료품 배달 서비스가 다양하게 생겨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러한 온라인 배송 서비스의 환불정책입니다. 식료품 배달의 경우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배송된 제품의 품질입니다. 신선한 상품을 직접 선택하지 못하니 당연히 배송된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데, 아마존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비스는 환불정책을 간단하게 함으로써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으로 불만족한 품목에 대해 몇 번의 클릭으로 환불요청을 할 수 있고 즉시 환불처리가 됩니다. 물론 문제가 있는 품목을 반납할 필요도 없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 증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러한 쉽고 빠른 서비스가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 경험을 확대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민망하고도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바로 휴지와 물, 손소득제 등의 품귀 현상, 사재기 현상이었습니다. 손소독제와 마스크는 반년이 넘게 구하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휴지의 경우에도 뉴스를 통해 몇 개 남지 않은 휴지를 갖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싸움이 일어났다는 웃지 못 할 소식을 종종 접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저도 직접 겪었던 것이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려하면 5번 중 3~4번은 품절이었습니다. 손소독제나 제균 티슈 등도 곧잘 품절되곤 해서 한 번 살 때 대량으로 사서 집안 곳곳에 쌓아 둬야 했었고, 필요할 때 충분히 살 수 없으니 하루에 한 번 생필품 재고가 있나 없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체크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습니다.
뉴욕처럼 온라인 배송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에서는 매일매일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재고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지만, 온라인 배송이 안 되거나 어려운 교외 지역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마트에 갔을 때 휴지 등 생필품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사재기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휴지를 두고 다툼을 하는 것은 여전히 민망한 일입니다.
<그림 3> 미국 휴지 사재기 보도
출처 : SBS 뉴스 화면 캡처
저는 두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말 뉴욕시에서 전면 온라인 수업을 실시했을 때 각각 5학년과 2학년이었습니다. 마스크에 대한 논쟁이 많았고, 아이들이 하루 종일 마스크를 잘 쓰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이었을 때라 많은 학부모들이 온라인 수업에 대해 찬성을 했습니다.
3월 23일, 각 가정에 전면 온라인 수업을 알리는 뉴욕시 교육청의 알림장이 공지되었고, 일주일 후에 반별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과 기술적인 문제, 소득 격차나 주거환경에 따라 수업 참여율 격차, 학력 격차 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감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전면 온라인 수업이라는 시스템을 약 80만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잘 해내었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온라인 학습을 위한 노트북 또는 탭 등 전자기기들을 무상으로 대여를 하였습니다. 학생 1인당 1대씩 신청만 하면 바로 수령이 가능했고, 인터넷도 저소득 가정을 대상으로 무료로 지원되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Zoom, Google 등 대형 온라인 플랫품 기업들의 지원을 받았고,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공지를 받은 지 1주일 만에 어떻게든 자신의 자녀들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덕분에 모든 반 학생들이 각자의 집에서 접속하여 한 화면에서 만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림 4> 온라인수업

한편 뉴욕 시내의 대부분 금융회사나 관공서들도 재택근무에 돌입을 하였습니다. 재택근무의 전면화는 각 가정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요. 집에서 필요한 공간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 엄마와 아빠도 집에서 온라인 근무를 하루 종일 해야 하니 다들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는 많은 가정들을 뉴욕 시내에서 교외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일, 휴식, 운동, 식사 등 대부분을 집 밖에서 해결했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집 안에서 해결해야하니 더 넓은 집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모든 가정이 그런 것이 아니라 재택근무를 시행할 수 있는 직장이어야 했고 교외에 단독주택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건이 되는 중산층만의 이야기라는 비평도 언론을 통해 나왔지만 어쨌든 이러한 이동은 뉴욕의 주택 가격은 하락시키고 교외의 주택 가격은 급격히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뉴욕은 매년 약 5천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입니다. 뉴욕의 거리는 언제나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도로는 항상 차량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뉴욕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고, 해외 입국 제한, 국내 관광마저도 자가격리 의무시행 등 제한이 많아지자 뉴욕은 그야말로 텅 빈 도시가 되었습니다. 2020년 봄과 여름은 뉴욕 거리 어디를 걸어도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식당, 극장, 박물관 등 관광명소는 문을 닫았고 도시 전체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했었습니다. 동료들과 “텅 빈 뉴욕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 자조 섞인 농담으로 그 스산했던 출퇴근 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림 5> 텅빈 뉴욕 거리

이 글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지난해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껏 많은 일들이 있었고 잘 헤쳐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은 좀 더 남은 듯합니다. 백신이 충분히 공급되고 접종이 확대되면 상황이 좋아질 수 있겠다는 희망 있던 때에 다시 맞는 위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주요 언론을 통해 우울증, 무기력감, 외로움 등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비슷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힘들다는 것을 잊지 말며서로의 힘듦을 나누다보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누군가에게 사소한 생소함으로 다가가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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