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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레터]남북 재난 협력을 위한 정책 방향 : 인도적 차원의 지방정부 공동사업 추진

작성자웹진관리자 작성일2020-04-09
정책공간

남북 재난 협력을 위한 정책 방향 :

인도적 차원의 지방정부 공동사업 추진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감염병 등 남북 재난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많다. 지난해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남북교류협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10월 통일부 규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대북지원사업자'로 인정되어 지방정부가 사업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남북교류협력의 주체로서, 코로나19 등 재난 극복을 위한 남북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시도 공동사업으로 남북 인도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
남북교류지원부장 박찬숙
악수

구불거리고 가파른 비탈길에 선
지방정부의 남북협력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와 북미관계가 해빙의 무드로 가는 듯 했다. 이에 발맞춰 지방정부도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1년 넘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의 지체와 함께 유엔의 대북제재와 미국 독자제재가 지속되면서, 남북 교류협력의 재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시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총 1,600억 원의 규모로 조성되었는데 그 중 집행률은 9% 정도에 머물렀다. 계획과 예산이 확보되어 있음에도 실제 사업은 추진되지 못한 것이다. 비핵화 협상의 지체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교류협력을 재개해 날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추진 가능한 교류협력 부문은 취약계층의 영양 및 보건위생 상태 개선 등을 위한 인도적 목적의 사업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을 남북이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난은 인도적 차원에서 협력이 가능하며 유엔제재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험한 길이라도 갈 수 있는
통로는 있다

2019년 7월 시‧도지사들과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통일과 번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여 지방정부가 남북교류협력의 중요한 주체임을 인식했다. 그리고 통일부는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 규정」을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를 ‘대북지원사업자’로 인정(2019.10.)하여, 지방정부가 직접 사업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지방정부는 다양한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해 왔지만 행위 주체로서 법적 근거 미비로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의 주체로서 인도적 사업을 직접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계기로 지방정부는 제재하에서도 할 수 있는 인도적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면서, 사업 주체로서 역할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감염병과 같은 재난에 대한 인도적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시의적절해 보인다. 현재 한반도는 코로나19 외에도 접경지역 중심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어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5월 북한에서 발병 확인이 된 뒤 9월에는 파주, 연천 등지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강원도과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되고 있다. 이 여파로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 평화관광은 전면 중단되었고, 지역경제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하면 지역적 확산과 함께 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접경지역에 위치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재난극복을 위한 협력이 절실한 이유이다.

남북 재난협력 경험과 능력
보유한 지방정부

지방정부는 말라리아 등의 감염병과 산림병해충 방제, 수해지원 등에 대한 재난 협력 경험을 다수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가 중심이 되어 접경지역 시‧도가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을 추진했다. 2007년 한국 말라리아 환자의 57%가 경기도에서 발생하였고 북한에서는 90%가 황해도, 강원도, 평안도 지역 등 남북 접경지역에서 발생했다. 경기도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접경지역의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을 추진했고, 2008년 북한 관계자와의 공동방역평가회에서 말라리아 공동방역으로 50%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에는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황해남도 지역까지 방역범위가 확대되었고 사업의 성과도 높일 수 있었다.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사업이라는 점 그리고 지자체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사업을 추진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8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경기도, 강원도, 인천광역시 등 접경지역 지자체는 공동으로 사업재개를 준비해 왔다.

북한은 코로나19에 대응과
국제사회의 지원 재개

코로나19가 발병하면서 북한은 1월 말부터 북-중, 북-러 간 열차 중단,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운영 중단 등 코로나19가 유입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노동신문과 중앙방송 등 매체를 통해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선포하고 중앙과 도·시·군 등에 비상방역지휘부를 조직하는 등 검역‧검진 체계를 강화하였다. 이후 언론 매체를 통해 코로나19 관련한 세계 동향과 북한 내에서 펼쳐지는 감염병 예방 및 차단사업에 대한 소식을 계속 전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없다는 입장이다.
<표 1> 북한 코로나19 격리 및 해제 현황
날짜 매체 격리 및 해제 현황
2.24 중앙방송 전국적으로 의학적 감시대상자 3,000여 명, 외국인 380여 명 격리
3.1 중앙방송 의학적 감시대상자 평안남도 2,420여 명, 강원도 1,500여 명
3.6 중앙통신 외국인 221명 격리 해제
3.8 중앙방송 강원도 1,020여 명, 자강도 2,630여 명 격리 해제
3.13 노동신문,
중앙통신
외국인 70여 명, 평안북도 990여 명, 평안남도 720여 명 격리 해제
3.2 중앙통신,
중앙방송
3명 제외 모든 외국인 격리 해제, 평안남도 1,500여 명, 평안북도 1,090여 명, 강원도 누적 1,430여 명 격리 해제
3.27 중앙통신 외국인 1명 격리 해제되어 현재 격리 외국인 2명, 전국적(평안남북도, 양강도, 나선시 등)으로 남아있는 의학적 감사대상자 2,280여 명
4.3 중앙통신 평북·황남·자강·강원·함남·개성시 의학적 감시대상자 전부 해제, 현재 전국 500여 명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없음
그러나 최근 북한이 국제기구‧단체를 통해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요청한 사실에 비추어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사회의 코로나19 관련 대북지원 현황은 아래와 같다.
<표 2> 국제사회의 코로나19 관련 북한 지원 현황
국제기구/단체명 지원 물품 비고
국경없는 의사회(MSF) 보안경 800개, 바이러스 수송배지 500개, 청진기, 면봉, 의료키트 등 대북제재 면제 승인 3.28. 북한 전달 완료
국제적십자연맹(IFRC) 적외선 체온계 1,000개, 유전자 증폭검사 장비(RT-PRC) 1대, 검사장비에 필요한 시약 10,000세트, 장갑 10,000매, 마스크 4,000개, 일회용 가운, 보안경, 얼굴 보호 장비 등 각 200개 조선적십자사 통해 지원
세계보건기구(WHO) 체온계 600개, 유전자 증폭검사 장비(RT-PCR) 6대 및 관련 도구, 성인 및 어린이용 인공호흡기 40개, 산소발생기 20개 등 제재면제 승인
유엔아동기금(UNICEF) 안면보호대, 보안경, 마스크, 가운, 작업복, 장갑 등 개인 보호 장비와 체온계(제재면제 불필요) 3.28. 단둥 통해 북한으로 물품 전달(평양 보건성)
스위스개발협력청(SDC) 소독용품과 2,000세트의 개인용 보호 장비 등 약 9.5만 달러 상당의 물품 북한 30개 병원 지원, 3.5 제재면제 신청 후 3.11 승인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 주민 400만 명을 위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자금 미화 500만 달러(검토 중)  
물품
지난 2월 미국이 코로나19의 국제사회 노력을 지원한다는 성명 발표를 하고 대북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고 있다. 위의 표에서와 같이 스위스개발협력청의 면제 신청 6일 만에 제재 면제 승인이 이루어졌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미국의 유연한 입장은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포함한 재난에 대한 남북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그에 따른 움직임이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비롯한 코로나19 방역용품을 생산하자는 제안을 하였는데 이는 개성공단을 활용하여 남북이 함께 재난상황을 극복하자는 취지이다. 국내의 한 비영리단체는 3월 31일 1억 원 상당의 손소독제를 북한에 지원하기 위한 통일부의 반출승인을 받아 추진 중이다.
손소독제

지방정부는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조정‧지원의 역할을 한다

지방정부는 남북교류협력의 주요 주체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의 문을 여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 재난협력은 주민들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남북 재난에 공동대응하고 협력한 경험이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우리 지방정부가 함께 협력할 때 그 효과는 커진다. 감염병 재난을 남북이 공동으로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우리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각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 계획을 분석하고, 상호 협력하면서 효과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정된 남북협력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효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며, 그 역할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남북교류협력의 주체로서 지속적인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고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중간 가교와 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통일부 등 중앙정부는 이러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지방정부의 공동사업 추진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 담당팀 : 정책연구실
  • 담당자 : 김희진
  • 연락처 : 02-2170-6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