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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레터]향후 남북한 지자체 교류협력에 바라는 또 다른 기대

작성자웹진관리자 작성일2020-09-07
열린공간
향후 남북한 지자체 교류협력에 바라는 또 다른 기대
우리나라는 분단된 후 북한과 다양한 방법으로 교류해왔으나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교류가 원활하기도 하고 중단되기도 하였다. 여전히 긴장의 연속인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해답은 무엇일까. 앞서 통일한 동서독의 사례를 통해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풀어보도록 한다.
대구대학교 교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특별위원회 위원 김정수

방법은 있다

남북한의 통일은 한반도 구성원들이 사회문화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사회문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한반도 구성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국들의 협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북한은 형식적으로 경쟁과 대립을 하면서 협력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중앙정부의 영향이 지자체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김영삼 정부에서 출발한 지자체 교류협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일정 정도 성장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사실상 중단되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활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남북관계와 국제여건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향후 남북한 지자체 교류협력에 바라는 또 다른 기대
최근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코로나19의 영향과 팬데믹으로 인해 남북한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이 이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남한의 당국자들도 고민이 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과 접경지역인 경기도는 코로나19 관련 의료품인 열화상카메라를 비롯하여 온실 자재, 말라리아 치료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등을 북한에 지원하기 위해 통일부와 협의 중이다. 물론 이를 위해 UN 제재 면제를 받았다. 지자체인 경기도가 막혀있는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남북교류협력의 주체는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그리고 국제사회 등이다.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이 여의치 않으면 지자체와 민간단체, 때로는 국제사회를 활용하여 우회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경기도가 북한을 지원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경기도가 지원하는 ‘열화상카메라’ 등은 전략물자이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이를 승인하였다. 중앙정부의 조치였다면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남북 교류협력의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일지라도 명분과 지원주체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서독 통일은
‘접촉을 통한 변화’
였다

동서독의 통일은 ‘도둑같이 온 통일’이 아니다. 서독은 동독과의 사회문화교류협력에 많은 노력을 집중하였다. 독일 통일의 아버지 빌리 브란트 총리가 집권하기 이전까지 서독의 대동독 정책은 ‘할슈타인 정책’이었다. 동독을 승인하는 국가와는 어떤 외교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동독 고립정책이었다. 그래서 쿠바와 헝가리 같은 국가들과도 외교를 끊었다.
빌리 브란트는 동독에 대한 정책을 180도로 바꾸었다. 바로 동방정책이다. 이름이 같았던 동독의 빌리 슈토프 총리와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접근을 통한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한 것이다.
서독의 동독 정책에는 정파와 이념을 떠나 지속성이 있었다. 또한 여기에는 서독의 전략적인 접근도 큰 몫을 하였다. 브란트의 등장 이후 서독은 동독과 우편협정(1970), 베를린협정(1971), 통행협정‧기본조약(1972), 체육‧보건협정(1974) 등 동서독 관계와 국제관계의 상황에 따른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분야들을 착실하게 일구어왔다. 그와 함께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동의 기반을 튼튼히 하였다. 동독에는 연간 약 30억달러, 1인으로 환산하면 약 55달러를 인도적 지원으로 지출하였다. 동독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행복한 미래사회가 지금의 서독이라는 비전을 심어준 것이다.
이후 집권한 보수성향의 헬무드 콜 기민당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되돌리기 어려웠다. 만약 이러한 시도를 했다면 국민 여론이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을 것이다.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이 정권의 변화에도 ‘비가역적 대동독 정책’으로 틀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반면 남한의 ‘화해협력 정책’은 정권의 교체에 따라 북에 대한 입장을 바꾸어도 일반 국민들은 크게 자극받지 않는 기초가 약한 대북정책이었다.

지난 30여 년간
지자체 교류협력에서 아쉬운 것

남북지자체 교류협력 사업에서 가장 성공한 경우로 꼽히는 것이 바로 제주도와 강원도의 사례이다. 제주도의 감귤 및 당근 보내기 사업(1999~2009)과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평화의 섬’ 이미지 주축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원도의 삼일포 안변 방제 및 연어증식사업(2001~2008)도 상호 호혜의 사업으로 인정받는다. 이와 같은 일반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 교류협력 사업이 남북한 사회문화공동체 형성에 얼마나 기여를 했을까, 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왜냐하면 지역 차원의 아마추어 문화체육교류를 추가하여 실행하려는 ‘전략’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지자체 교류협력은 ‘사업’ 자체에 몰두하였으나 좀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노력은 부족했다. 반면 동서독은 교류협력을 추진하면서 볼링대회(자알부뤼켄과 크트부스), 축구대회(짤즈기터와 고타), 탁구대회(호프와 플란우엔) 같은 체육을 포함한 교류를 추진하였다.
통일은 결국 ‘사람의 통일’이다. 동독 인구 가운데 약 1/3이 서독을 방문한 이후에야 동서독의 통일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독을 방문한 동독의 주민의 숫자는 1980년 수천 명에서 1985년 50만 명, 1986년에는 50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동서독은 통일을 이루었다.
남북통일
이 역사를 남북 지자체 교류협력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언제쯤 될 것인가.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질문 당시로부터 ‘15년 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동서독의 교류협력 사례는 북한 주민들의 1/3이 남한을 다녀간 시점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교류협력이 중요하고 남북 지자체 교류협력에서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늘리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앞으로 지자체 교류협력에서
고려해 볼 몇 가지

대북 교류협력사업의 주체는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그리고 국제기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중앙정부가 인체의 등뼈라고 한다면, 지자체와 민간단체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의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현실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것은 남북관계가 순탄하지 않은 현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한미 워킹그룹, 남한 내 여론 등을 잘 살펴 주진해야 한다. 여기에 지자체별 교류협력 추진 능력도 큰 편차가 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국내외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태에서 지자체 교류협력을 구상해보면 다음과 같다.
남북교류
먼저
접경지역에서 코로나19 관련 보건의료품 지원으로
교류를 시작하여야 한다.
특히 경기도‧강원도‧인천이 힘을 모아 규모를 키우면 북한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초 지자체의 참여로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법도 염두에 두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후 말라리아,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사회문화교류를 추가하면서 기초 지자체의 시‧군민과 북한 주민들 간의 친선 운동(탁구, 배구, 축구 등)이 교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각 지자체의 사업을 복합적‧다면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서울-평양 문화유산 상호답사와 함께 평양 인근의 산림녹화, 물 지원사업 등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SDGs(지속가능 개발 목표)사업에도 부합하며 남한의 국제기구 의무부담금 이행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대북지원의 주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쌀과 비료를 제외한 다른 품목들은 지자체가 담당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
셋째,
현재 지자체가 기획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지역주민이 보다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강구해야 한다.
현재는 대부분 전문가나 엘리트 체육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제는 엘리트 시대에서 지역 주민 참여 시대로 전환하면서 대북정책에 주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 지자체들은 대북교류협력 나침반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에 상주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 등 6개 유엔기구들은 해마다 ‘필요와 우선순위’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인도적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른바 북한 지원 마스터 플랜이다. 향후 남북 지자체 교류협력에서도 나름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지자체가 힘을 모아 추진하는 공동 사업과 각 지자체 별로 특화된 개별 사업으로 나누어 추진한다면 북한의 ‘수용성’ 및 ‘효과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통일에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최근 남북 지자체 교류협력에는 창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오래된 일화를 하나 소개한다. 유진벨재단의 인세반 회장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요즘 잘 지내시냐?”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는 웃으면서 “‘북한’ 자가 들어가면 복잡하고 힘겨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금 그가 내 옆에 있다면 “분단국의 구성원으로서 통일의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간다. 그게 우리의 ‘희망’이다”고 말해주고 싶다. 밤이 끝나는 지점에서 새벽은 온다.
  • 담당팀 : 정책연구실
  • 담당자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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