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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레터]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의 역할

작성자웹진관리자작성일2021-01-07
이슈공간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의 역할

우리는 1년 간 재난문자에 파묻혀 살았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등장한지 1년이 지났다는 이야기다. 올해 1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61,769명, 서울은 19,363명이다. 3차 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11월 20일 0시를 기준 전국 환자는 30,017명, 서울은 7,236명이었으니 40일 정도 사이에 전국은 2배 이상, 서울은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병상이 부족하여 코로나19 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은 지금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결국 우리는 알 수 없는 어떤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 일상을 지켜낼 수 있는 기본 역량을 튼튼히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보건의료’다.
김창보 / 서울특별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우리가 주목할 점은 1, 2차 유행과는 달리 3차 유행은 대규모 집단감염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생활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난 8월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 이후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 사례’가 크게 늘어난 데다,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축적되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 시각에도 3차 유행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1, 2차 유행은 3~4주 이후 집단감염의 확산이 대체로 정리되는 상황이었으나, 지금 전개되는 3차 유행은 7주가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아직 3차 유행의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전국 확진자 규모가 100명 이하로 낮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백신이 개발되고, 우리나라에 신속히 도입된다고 하여도 이번 3차 감염 확산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도 신종 바이러스 변이를 통해 더 빠른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는 좋지 않은 소식도 들려온다.
결국 우리는 지금까지 사용하고 경험해왔던 것을 통해 지금 이 상황을 견뎌내고 이겨내야 한다. 시민참여에 기반을 둔 거리두기, 빠른 검사와 접촉자 조사와 격리, 치료 역량을 확장하는 것을 이겨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3차 유행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확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백신 확보가 빨랐다면 코로나19 3차 유행을 종식하고 당장이라도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처럼 과도한 기대도 포함되는 듯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비록 백신이 전 세계에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찾아올 것을 경고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우리가 경험했던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는 모두 인류가 이전에는 알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했던 바이러스들이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바이러스 역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다시 바이러스의 특성을 파악하면서 적절한 대응 수단을 찾아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하며, 그사이 수많은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 일상의 위축을 감당해야 한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찾아왔을 때 그에 적절한 백신을 과연 이번처럼 1년 만에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알 수 없는 어떤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 일상을 지켜낼 수 있는 기본 역량을 튼튼히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보건의료’다.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른바 ‘3T’라고 불렀던 검사(test), 접촉자 조사(tracing) 및 격리, 치료(treat)도 주로 ‘공공보건의료’에 의해 수행되었다. 서울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코로나19 검사는 지난해 연말까지 모두 155만 건의 검사가 이루어졌는데 3건 중 2건이 보건소에서 진행되었으며, 1년 동안 30만명이 넘는 자가격리자들의 지원과 관리를 기초자치단체와 보건소가 수행했다. 2020년 연말 기준 6,759개의 코로나 치료 병상 중에서 서울 시립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과 생활치료센터의 병상은 모두 6,547개에 해당한다. 이런 공공보건의료의 힘으로 서울은 1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이처럼 서울시 공공보건의료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3차 유행 이후 거의 매일 하루 3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 병상부족은 물론이고 지친 의료인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치료병상이 부족해 대기하다가 확진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 여기가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의 한계다. 서울이 이러한데 다른 지역은 어떨 것인가? 1주일 동안 하루 100명의 신규 확진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지자체가 있을까?
이번 코로나19는 극복하더라도 이처럼 허약한 공공보건의료 역량으로 다음 찾아올지도 모를 또 다른 바이러스의 유행에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다음을 생각한다면, 백신이 정답은 아니다. 이번에도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의 자본시장화’와 ‘정부 지원 축소’로 인하여 180만명이 넘는 인명 피해라는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일 뿐이다.
지난 2월 중순에 대구 신천지교회발 대규모 집단감염을 진압했던 3월 말,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며 ‘K-방역’ 홍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구경북의 대규모 집단 유행의 치료에 나선 의료인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더니, 정부가 본격적으로 K방역을 홍보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에 이상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공공보건의료 역량의 확충 보다 ‘ICT 기술’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가 지난해 7월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기치로 내세운 이 계획에는 정작 ‘공공보건의료의 확충’ 계획은 포함되지 못했다.
최근 분위기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이번엔 ‘디지털뉴딜’이나 ‘ICT’ 대신 ‘백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공공보건의료 확충’은 뒷전으로 또다시 밀려날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자본과 시장이 디지털, ICT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부조차 ‘공공보건의료 확충’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사실 지난 12월 13일에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밝히기는 했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또 한 번의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정부 계획에 비해 나아진 것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산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책임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체계의 계획도 소극적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전국을 70개 진료권별로 나누어 96개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체계로 과연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담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이 계획으로 새로 만드는 공공의료기관(지방의료원)으로 확정된 것은 고작 3개에 불과하다.(12월 13일자 보건복지부의 계획에는 ‘3+@’개라고 표현되어 있다.)
‘백신 확보’를 두고 논란을 끊이지 않는 정치권은 이런 공공의료 확충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언론도 과열된 보도경쟁 속에서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내보낼지언정, ‘공공보건의료 확충’에는 차근차근 짚어주지 않고 있다. 마치 백신만 확보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렇듯 ‘공공의료 확충’의 과제는 또다시 밀려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2019년 기준 기관수로는 전체의 5%, 병상수로는 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이나 일본 수준으로 따라가려고 해도 최소한 현재의 두 배는 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함께 힘을 모아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자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중앙정부만을 쳐다보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방정부에게 ‘공공의료’가 갖는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먼저 지역의 상황에 따른 공공의료의 역할과 의미를 살펴 계획을 세우고 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재난의 시기가 아닌 일상적 시기에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필요는 중앙정부보다도 지방정부가 더 절실하다. 출생아 수가 적고, 인구는 고령화되고 사망률이 높아져 인구가 줄어드는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적인 표현을 덧붙여 설명하자면, ‘지방소멸’을 피하기 위해 모든 지방정부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적절한 비용의 공공병원’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 7월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사망률을 인구와 중증정도를 보정해 비교해 보니 크게는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감염병과 같은 공중보건 위기의 상황이나 재해재난 시 공공의료가 주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자원임은 굳이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지금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울산, 부산, 대전 등 지역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공병원 설립 운동이 진행되는 등 지역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공공병원에 대한 수요를 재단하거나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편익이 적다는 경제성 평가만으로 가부를 정해서는 안 된다.
이제 공공병원은 인구고령 시대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각 지방정부의 필수적인 SOC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방정부 역시 불필요한 토건사업을 줄이고, 절감하여 공공의료에 투자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한편 중앙정부는 자연재난이나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등 공중보건 위기 시 공공보건의료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라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군대, 경찰, 소방처럼 공공보건의료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 요소다. 또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게 공공병원은 삶의 질 개선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아내기 위한 절실한 요구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지방정부의 요구를 이해하고 지원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 공공의료기관 설립 시 경제성 평가를 중심으로 되어 있는 예비타당성을 면제하거나 심사기준을 변경해야 한다. 다행히 이에 대해서는 지난 12월 13일 보건복지부가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주무부서는 기획재정부다. 정부의 의지가 정확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립서비스에 불과한 실현되지 않을 약속에 그칠수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둘째, 공공의료기관의 설립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정부가 고려해야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도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이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갖고 있으며, 공공의료기관 설립에 대한 의사 결정을 주저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가칭)공공의료기관 확충기금’ 같은 것을 적극 고려해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가 목표한 양만큼 도달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기금을 운영하더라도 이런 구체적 지원 방안이 있어야 한다.
셋째, 경영이 어려운 민간병원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인수하여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법인을 만들어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수월하게 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는 민간병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더욱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넷째, 지방정부가 공공병원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공공의료기관에서 종사할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방정부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 전체 의료인력의 정원은 정부가 조정하더라도 공공의료인력 양성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여러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연합하여 공동으로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좋은 사례도 있다.
향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전망할 때 인구구조의 급변과 지구 온난화, 그리고 사회격차는 핵심적인 과제로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공공보건의료의 확충’은 필수적이며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일이다. 신종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단지 백신이나 ICT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더 이상 이런 자본과 시장의 요구에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과제가 밀려나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충분한 소통 없이 중앙정부의 내리꽂기식 계획도 변화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절실한 상황을 인식하고 지자체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이런 지방정부의 역할이 원활할 수 있도록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공공의료 확충’은 포스트코로나 대응을 위한 논의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도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이제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더는 그 무엇에게도 밀려나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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