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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레터] 새 정부, 자치·분권 강화해야 진정한 '지방시대'열려

작성자웹진관리자 소속기관교육홍보부 작성일2022-05-09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임기 동안 자신 있게 내세웠던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자치분권이다.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은 국정의 5대 목표 중 하나인 동시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이 20대 국정전략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체계적으로 정리함과 동시에 국가 재구조화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한 한계와 교훈을 문재인 정부는 잘 파악하고 있었다.
노 정부의 자치분권을 계승ㆍ발전시키고자 했던 문 정부는 의욕이 컸을 뿐 아니라 지역민들과 지방이 중앙정부에 거는 기대 역시 상당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권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의 압도적 승리로 국회와 지방권력까지 장악했다. 정치적 토대를 안정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자치분권의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시한 자치분권의 비전과 목표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 그리고 ‘주민과 함께하는 정부, 다양성이 꽃 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다. 근사한 비전과 목표에도 불구하고 그간 자치분권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때, 자치와 분권이 우리 삶을 행복하게 바꾸는 한편,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자율성이 넘치는 지역사회로 변화시켰다고 보기에는 국민들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치분권위원회’의 최근 자체평가 자료에 의하면, 자치분권의 성과는 종합계획 마련, 제도적 토대 구축, 재정적 기반 마련, 자치기반 조성 등 진행과정을 두루뭉술하게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성과지표와 연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자치분권의 성과를 피부로 체감하기 어렵다. 자치분권의 추진 한계로는 지방소멸 위기와 지역간 불균형 심화, 자치단체의 실질적 권한 및 다양성 부족, 주민참여 체감도 저조 등을 꼽고 있다. 이 역시 문 정부하 자치분권에 대한 의지와 역량이 미흡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물이지 추진 과정상의 제약 요인은 아니다. 동시에, 자치분과 지역균형발전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추진되지 않은 문제점도 드러났다.
지방자치제는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해서 지역문제를 스스로의 역량과 책임하에 해결해나가는 독립적인 제도다. 하지만, 독립적인 제도가 확보됐다고 해서 지방자치가 정상 작동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도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려면 권한이 있어야 한다. 즉 지방이 스스로 법규와 조직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행정사무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재정을 스스로 조달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 부활 31년째를 맞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권한, 돈과 사무를 여전히 움켜지고 지방에 획기적으로 이양하지 않고 있다. 문 정부하에서도 중앙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킨 한편, 주민들의 자치분권에 대한 인식은 보다 약화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정부 주도의 방역체제 관리와 국민들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중앙정부에 거는 기대와 역할만 커진 채 지방정부는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도 여전히 미비해서 지방자치가 지방중심, 주민중심, 현장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그 밖에도, 전국 자치단체가 광역이든 기초단체든, 인구가 많든 적든, 도시든 농촌이든 모두 똑같이 획일적으로 시행해온 현 자치와 분권 제도들도 지역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서 주민들에게 자치분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그리고 집행기관과 의결기관 간 경쟁과 협력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광역행정 처리의 미비는 물론 지방자치 실시로 인한 낭비와 비효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를 비롯한 교육자치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지역의 교육문제가 지방자치의 큰 틀 속에서 주민참여와 통제를 받고 있지 못한 현실은 주민들이 지방자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 정부들의 자치분권에 대한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더라고 자치와 분권의 길은 어렵고 지난한 길임을 알 수 있다. 의지와 열정만으로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가 어렵다. 특히, 위드 코로나 시대 지역사회와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감염병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예방ㆍ관리하기 위해서도 자치분권의 길은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앞으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새 정부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미래 지역사회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정립해서 지역주민들과 공유해 나가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보다 활력있고 균형있는 지역사회에 대한 절실한 기대와 확고한 의지가 전제되어야만 자치분권이 비로소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획기적인 주민주권의 구현과 함께 지방의 정책결정 과정에 주민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한 제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새 정부에서는 자치분권을 저항하는 세력은 극복해야 하고, 두려워하는 세력은 설득해서 국민과 함께 가는 길에 동참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앙집권형 국정관리체제’를 이제는 과감히 타파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서 소외와 격차 없이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민통합의 꿈이 실현가능해질 것이다. 더욱이, 새 정부의 자치와 분권 및 균형을 위한 지역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상당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이른바 ‘지방분권형 국정경영체제’의 구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분권 추진목표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원칙과 전략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특히 고려해야 할 것은 정치적 분권과 재정적 분권이다. 행정적 분권만으로는 진정한 분권화된 사회로 이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관ㆍ관(官ㆍ官)끼리의 분권에서 관ㆍ민(官ㆍ民) 간의 분권 그리고 관내(官內)에서도 위에서 아래로의 분권이 강화할 때가 되었다.
넷째, 지난 기간 재정적 분권 노력은 실질적인 세원이양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오히려 지방의 중앙에 대한 의존성만을 키우고 말았다. 그렇다고 단순한 지방재정의 확대가 재정분권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방재정의 확충을 강조하다 보면 인구와 사업체가 많은 수도권 지자체들은 지방세를 통한 지방세입의 확대를 원하는 반면,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지방교부세를 통해 지방세입의 확대를 요구하기 때문에 갈등과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세입 확대보다는 우선 재정적 자율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지방세목과 지방세율을 지자체가 100%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 지방채를 100% 자율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권한 등 지방재정 운영의 자율권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물론 재정분권에는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동반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다섯째,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문제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의 개혁은 지방정치 발전의 핵심이자 출발이 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꼭 필요하다면 정당공천제의 관행과 과정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획기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제도개선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잘못된 공천으로 민선 8기 임기 중에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중도 하차할 경우, 재보궐 선거시에 해당 정당은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선거관리비용을 해당 정당이 지불하도록 하는 ‘정당책임관리제’는 엄격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성들과 청년들의 지방자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선거에서 여성과 청년비례대표 확대, 여성과 청년 공천할당제 등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여성과 청년들이 지방선거에서 부담 없이 적극 도전할 수 있도록 선거공영제의 강화를 통해 선거비용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병렬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새 정부는 양 정책이 선 순환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추진체계는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컨트롤 타워로 ‘지역균형원(가칭)’의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2020년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올해 1월 1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개정법에는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주민 조례발안제도 개선, 주민감사청구권 확대 등과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무직원 임용권과 전문인력 채용, 중앙지방협력회의와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제도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회 조항은 빠져있어 주민주권 구현이 무색해졌을 뿐 아니라,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비해서 지방에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새 정부에서는 이 개정법의 한계를 보완해서 입법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이끌고 갈 윤석열 정부는 거칠고 험난한 파고를 넘어 국민과 약속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힘찬 항해를 시작할 것이다. 몇 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한 책, 「정부의 첫 90일 (The First 90 Days in Government)」이 출간되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선진국도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이미 숱한 어려움을 겪었고, 그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시사점을 활용하면 새 출범할 윤석열 정부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즉 모든 정부는 출범한 첫 90일이 그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각 부처의 책임자들은 이 기간 내에 부처의 목표정립과 일체감 형성, 팀워크와 네트워크의 구축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가급적 국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물을 빨리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국민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통한 공감과 지지의 확대, 그리고 꾸준한 자기학습과 자기혁신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 점을 소홀히 한 것이 지난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이유다. 자치분권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90일 이내에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철학 그리고 그 운영의 틀과 방식을 제대로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고 시급하다. 진정한 ‘지방시대’는 지방자치와 분권의 강화가 선행되어야만 활짝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지역주민들과 지방이 새 정부를 향해서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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