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끄기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조선을 통치한 양반들의 문화가 꽃핀 14~15세기에 들어선 씨족마을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마을 입지인 배산임수(背山臨水)에 자리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기후와 유교 예법에 알맞은 가옥으로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을 곳곳에는 씨족마을의 중심인 종가와 양반들이 살았던 크고 튼튼한 기와집, 정자, 서원등은 물론이고, 평민들이 살았던 작은 초가집들이 즐비해 있다. 비교적 멀지 않은 거리의 두 마을은 2010년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며 세계적인 가치까지 인정받았다.


고색창연한 풍경의 안동 하회마을

안동 하회마을은 풍산류씨(豊山柳氏) 류종혜 일가가 600여 년 대를 이어온 마을이다. 풍산류씨는 안동에서 손꼽히는 명문대가로, 임진왜란 때 명재상 류성룡과 그 형인 류운룡, 아들인 류진 등을 배출한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마을 이름인 하회는 낙동강이 마을을 크게 감싸 안고 흐르는 데서 유래했다. 주변 동쪽에는 태백산에서 뻗어 나온 해발 271m의 화산(花山)이 굳건히 서있고, 이 화산 줄기는 낮은 구릉을 만들며 서쪽 끝까지 뻗어 있다. 북쪽에는 벼랑처럼 우뚝 선 부용대가 기세를 펼치고 있다. 마을은 드넓은 낙동강과 높다란 산세가 자아내는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으로 유명하다.

하회마을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크게 북촌과 남촌으로 나뉜다. 북촌을 대표하는 가옥으로는 양진당(養眞堂)과 북촌댁(北村宅), 남촌을 대표하는 가옥으로는 충효당(忠孝堂)과 남촌댁(南村宅)이 있다. 이 중 양진당은 풍산류씨를 이끌고 마을로 들어온 류종혜가 세운 대종택으로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북촌댁은 북촌 중심에 자리 잡은 가장 큰 가옥으로, 강 건너 부용대에서 마을을 내려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너른 지붕이 바로 북촌댁의 안채이다.

양진당 건너편에는 서애 류성룡의 종택인 충효당이 있다. 충효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현판은 명필가로 유명한 허목의 작품으로, 글씨도 예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충효당 사랑채 뒤편에는 넓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절제된 멋을 잘 보여주는 후원이 있다. 그리고 남촌댁은 정조 때 형조 좌랑을 지낸 류기영이 건립한 집이다. 안채와 사랑채의 굴뚝을 연결해 하나의 큰 굴뚝으로 뽑아낼 정도로 사대부집 중에서도 잘 지은 건물이다.

이 밖에도 하회마을에는 양오당과 하동고택, 병산서원, 원지정사 등 다양한 역사의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또한, 마을은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유줄불놀이' 등 전통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어 더욱 큰 감동을 준다.



고즈넉한 정감 가득한 양동마을

양동마을은 여강이씨(驪江李氏) 이광호 일가와 처가입향(사위가 결혼해 처가에 자리잡는 것)한 성씨가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다. 풍덕류씨 류복하가 이광호의 손녀와 결혼해 처가에 들어와 살았고, 이어 경주손씨 손소가 류복하의 딸과 결혼해 들어와 살면서 손씨와 이씨가 모여 사는 마을로 자리잡았다. 경주 북쪽 설창산에 둘러싸인 양동마을은 누가 봐도 좋은 터에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동마을은 내곡, 물봉골, 거림, 하촌이라는 4개의 골짜기와 물봉, 수졸당이라는 두 동산을 따라 자리 잡고 있는데, 전체적인 모습은 한자 '물(勿)' 자와 아주 비슷하다. 양동마을을 대표하는 가옥은 경주손씨 대종택인 서백당(書百堂)이다. 조선 초기 공신인 손소가 세운 서백당의 사랑채와 사랑대청에서는 양반들의 낭만과 여유가 가득하다. 안채 북쪽에는 종가의 여인들이 각종 음식을 직접 만들던 디딜방아채라는 곳도있어 인상 깊다.

또 다른 대표 가옥으로는 무첨당, 향단, 관가정이 있다. 무첨당(書百堂)은 여강이씨의 종가로 간결미와 세련미를 갖춘 본채와 별채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손님을 맞고 독서를 즐기던 별채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무첨당 서쪽의 향단은 이언적이 경상감사로 있을 때 어머니 병간호를 하도록 중종이 특별히 지어준 건물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사랑채, 안채, 행랑채 등이 한자 '흥(興)'자 모양을 띠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마을 서쪽 끝자락 중턱에는 관가정(觀稼亭)이 있다. 성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우재 손중돈이 살던 집으로 마을과 형산강은 물론, 근처 들판과 산까지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탁월한 전망을 자랑한다. 이와 함께 양동마을에는 선비들의 여유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수졸당, 대성헌, 근암고택, 상춘헌고택등 조선시대의 전통을 간직한 다양한 건물들이 즐비해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현재에도 주민이 살고 있는 자연마을이다. 두 마을 모두 주민 해설사가 마을의 역사와 중요 문화재를 소개해주는 마을관광 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을의 세시풍속과 전통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수 운영하고 있어 더욱 쉽고 깊이 있게 마을과 만날 수 있다.

올 여름, 바쁜 일상에 지쳐 휴식과 여유가 필요하다면, 오랜 역사와 전통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수려한 경관과 고즈넉한 가옥들, 인심 좋은 주민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