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ist’s View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민선7기의 과제
제약요인과 극복의 길
박관규
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

Ⅰ. 지방분권, 무엇이 논의되고 얼마나 실현되었나?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25년 정도가 지나고 있다. 이는 인생에 비유하면 성년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실질적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개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21세기에 치러진 모든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들은 지방자치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당선자가 지방분권의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국정과제의 추진과정에서 그러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 된 것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140대 국정과제에는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촉진’ 전략에 5개의 국정과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지방재정확충 및 건전성 강화(114번)’와 ‘지방분권 강화 및 시민사회・지역공동체 활성화(115번)’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14번 국정과제는 ‘취득세 중심에서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중심으로 개편’, ’비과세 감면・축소’, ‘체납징수율 제고’ 및 ‘세외수입 관리체계 강화’ 등의 구체적 추진 방안을 포함했고, 115번 국정과제는 ‘국가와 지방사무의 명확한 구분’, ‘중앙-지방 간 소통의 장 제도화’, ‘정부와 시민단체의 협력 강화’ 등의 구체적 방안을 포함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와 민선6기 동안에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방재정 확충 방안은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부터 지방소비세법정율을 6%포인트 인상했지만, 이는 2013년 취득세의 영구인하에 따른 지방세수의 결손을 보전하고, 무상보육 확대 등에 따른 지방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명확한 구분을 위한 지방자치법의 개정 및 중앙과 지방의 충분한 협의와 협력을 위한 소통의 장의 제도화 등은 실현되지 않았다.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으며,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목표로 3개의 전략과 11개의 국정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 전략에는 ‘획기적 자치분권’ 및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하는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획기적 자치분권’을 위해 제2국무회의의 제도화, 지방이양일괄법 제정, 주민참여제도 확대 및 마을자치 활성화 등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강력한 재정 분권’을 위해서는 지방소비세 비중 확대, 지방소득세 규모 확대, 신세원 발굴, 지방세 비과세감면 15% 수준 관리, 지방교부 세율 상향, 국고보조사업 정비,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및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등의 구체적 추진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 국정과제를 공개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과 관련한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세부 추진계획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방이양일괄법의 제정을 위한 사무와 기능의 구분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재정분권 강화를 위한 국세와 지방세의 구조 조정 방안도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Ⅱ. 지방분권, 제약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지방자치는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및 자치재정권 등의 강화와 함께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제도적 기반의 혁신이 필요하며, 지방자치단체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본 글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을 고찰하고, 실효적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방분권 과제의 이행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여기에서는 구조적 요인과 행태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구조적 요인은 오랜 기간 쌓여진 정책결정시스템이다. 대통령중심제, 특히 5년 단임제 아래에서 청와대와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결정시스템은 혁신적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과 관련한 국정과제의 주관기관은 중앙부처가 된다. 그리고 주관 중앙부처는 관련 부처와의 협의에 집중할 뿐 지방정부에는 단순한 의견제시의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만을 거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방이양일괄법의 제정을 통한 사무이양은 참여정부에서 시작했지만 기득권 유지를 우선시하는 관련 부처와는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논의를 진행하였다. 또한, 지방세의 확충 과제에 있어서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중앙재정 중심론자들이 정책결정시스템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양된 사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확충된 지방세를 통해 정책과 행정을 운영하는 주체인 지방정부는 지방분권과 관련한 정책결정시스템에 미미한 수준에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둘째, 행태적 요인은 정보의 독과점과 왜곡이다. 중앙중심적 사고를 지닌 행위자들은 지방분권의 효용과 잠재적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 중앙중심의 행정은 정보의 비대칭을 확대시켜왔다. 중앙부처와 주변의 다양한 조직과 개인들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왔고, 그것은 정책과 제도의 변화에 필요한 정보의 독과점을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중심론자들은 정보를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확산시키거나 일부 지방정부의 정책 오류 또는 부정을 과장하여 확대시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인프라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전체 지방정부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과장하는 사례가 있다. 또한,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제왕적 시・도지사가 되어 지방행정의 비효율성과 부정부패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논리적인 사고에 기반한 주장을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시키는 행태는 일반국민들로 하여금 지방분권의 효용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방해가 된다.


Ⅲ. 민선7기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방분권의 강화와 내실화를 위해 민선7기는 위에서 제시한 구조적 및 행태적 제약요인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첫째, 구조적 제약요인의 극복은 정책결정시스템에 주요행위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에서의 ‘중앙-지방 간 소통의 장 제도화’ 그리고 문재인정부의 ‘제2국무회의’는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 문제인식과 목적은 매우 유사하다. 다만 그것의 ‘구조적 체계’와 ‘운영방법’을 어떻게 설계하여 실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민선7기 동안에는 ‘지방’이 ‘지방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결정하는 정책결정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기득권을 지닌 조직에 의해 국정과제의 세부추진계획의 수립과 집행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제어할 수 있다.

2017년 후반에는 제2국무회의의 구성과 운영방법 등에 논의가 중앙부처 수준에서 부분적으로 진행되었고,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도 제2국무회의의 성격을 분석하고 진정한 중앙・지방의 협의와 협력을 위한 제도적 틀을 설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민선7기를 잉태하는 기간 동안에 중앙정부 수준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제는 민선7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민선7기의 지방정부들은 무엇보다 ‘제2국무회의 제도’의 도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간헐적이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의 최우선 의제로 제2국무회의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유효한 의결권한을 지닌 회의체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간담회의 정식 의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충분한 준비와 유효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행태적 제약요인의 극복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의 논리적 정합성을 강화하고 지방자치의 경험적 효용을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한계에 의하여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방분권의 강화가 지역을 중심으로 부정적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반발할 수 있는 논리와 증거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제왕적 시・도지사론’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환경과 운영 체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주민의 참여와 감시가 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고, 앞으로는 시민참여, 의회의 견제 및 정보공개 등이 확대되어 우려하는 문제의 발생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나 사실관계의 왜곡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와 사실의 제공을 통해 반박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일부 지방정부에서 발생한 문제(부분의 문제)를 전체 지방정부의 문제(전체의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부의 일탈 사례를 전체 지방의 사례로 확대하거나 과장하여 확산시키는 행태를 취합하고 분석하여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며, 필요한 경우 지방정부의 혁신 및 모범 사례를 발굴하여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분권의 효용이 중앙집권의 효용보다 크다는 점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의 진행이 느려지는 이유는 논리적 정합성보다는 현실적 이해관계에 기인하고 있다. 민선7기에는 지방자치의 발전이 사회와 경제의 발전은 물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논리적 장점에 기반하여 구조적・행태적 제약요인을 극복하는 전략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가 서로 처한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율성과 책임성에 근거한 지방자치는 반드시 실현되야 한다. 이러한 공통의 인식에 근거하여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고 지방분권의 강화방안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공동의 인식과 행위는 구조적 제약요인을 극복하는 핵심적 기반이 된다. 그리고 정보의 왜곡과 확산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노력과 혁신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지방자치의 실익을 실증적으로 제공하고 지방정부의 투명성과 역량이 향상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이다.


KEY POINT ① 대한민국 지방분권을 제약하는 요인
1. 오랜 기간 쌓인 정책결정시스템 - 대통령중심제, 특히 5년 단임제 아래서 청와대와 중앙부처 중심의 정책결정시스템은 혁신적 제도를 도입하기 어려움
2. 정보의 독과점과 왜곡 - 중앙부처 및 주변의 다양한 조직과 개인들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왔고, 그것은 정책과 제도의 변화에 필요한 정보의 독과점을 초래. 중앙중심적 사고를 지닌 행위자들은 지방분권의 효용과 잠재적 가치를 왜곡함

② 민선7기의 지방분권 강화 방안
1. 구조적 제약요인의 극복을 위해 정책결정시스템에 주요 행위자로 참여. 민선7기 동안에는 ‘지방’이 ‘지방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결정하는 정책결정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
2. 행태적 제약요인의 극복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의 논리적 정합성을 강화하고 지방자치의 경험적 효용을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 지방분권의 강화가 지역을 중심으로 부정적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반발할 수 있는 논리와 증거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