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 지방소멸과 지방 재정자율성의 관계에 대한 소고
이현정
협의회 홍보실 연구위원

눈 앞에 놓인 현실 ‘인구절벽’ 인구절벽, 피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지만 이미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다. 인구성장률, 조혼인율, 출산율 등 우리나라의 미래를 비추는 지표들은 우하향 곡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중앙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다양한 정책을 선보였으나 날개 잃은 새처럼 추락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인구 감소는 모든 지역에서 유사하게 나타나기보다는 일부 지역에서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인구・가구・주택 증감 관련 지표를 적용해 소멸 가능 혹은 위험 지역을 선정했고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226개 시・군・구 중 50~80여 개의 지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군・구의 1/3 이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에 국가 차원의 대책이 논의되고 있으나 컨트롤타워 구축, 부처 간 협력과 같은 원론적인 정책 추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소멸에 대해 우리보다 앞서 고민해온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역의 여건을 고려하지 못한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정책만으로는 지방의 쇠약을 늦추거나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인구 감소로부터 지역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과 책임감을 가진 지방정부의 섬세한 정책 추진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지역의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토지 비용 등 사업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던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한 전남 구례군, 귀농인의 정착을 돕기 위한 원스톱 시스템 구축을 통해 4년 연속 인구가 증가한 충남 청양군, 군인 가족을 위한 다양한 교육 서비스 확충으로 젊은층 유입에 성공한 강원 화천군 등 다양한 사례가 들려오고 있다.
지역 스스로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지방 재정자율성의 부족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재정은 양적으로 취약할 뿐만 아니라, 이전재원에 대한 과다한 의존으로 세입자율성이 부족하고 대형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의 확대로 세출자율성 역시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방소멸과 같은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맞춤형 자체 사업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더라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사결정나무모형으로 본 지방소멸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과 지방소멸 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간단한 분석을 했다. 2016년 자체세입비율・자체사업비율과 2016~2017년도 20~39세 여성 인구의 증감률 간 관계를 의사결정나무모형1)을 통해 살펴보았다. 자체세입비율・자체사업비율은 각각 지방정부 세입자율성과 세출자율성을 대표하는 변수로 활용했다.
그리고 20~39세 여성 인구 비율은 인구의 재생산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표로 이 인구비율이 유지될 경우 인구가 줄어들지 않거나 감소 시기가 늦춰질 확률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에서 활용하고 있는 변수이다. 2016년 대비 2017년 20~39세 여성 인구의 증감률에 따라 전체 226개의 기초자치단체를 3개의 그룹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 그룹은 20~39세 여성 인구의 증감률이 -6.69~-2.51%인 그룹으로 지방소멸의 위험 단계 그룹이고, 두 번째 그룹은 증감률이 -2.5~-1.02%로 주의 단계의 그룹이다. 세 번째 그룹은 증감률이 -0.97~24.31%로 양호 단계의 그룹이다.


<그림1> 의사결정나무모형 분석 결과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과 지방소멸 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한 의사결정나무모형 분석결과는 <그림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전체 기초자치단체는 자체세입비율 11.97%를 기준으로 그 초과인 경우와 그 이하인 경우로 분류되고, 초과 그룹은 다시 자체세입비율이 28.56% 초과 그룹과 이하 그룹으로 다시 구분된다. 초과 그룹은 양호 단계 그룹에 속하게 되고 이하 그룹은 다시 자체사업비율 38.05% 기준으로 초과인 경우 양호 단계에 속하게 되며, 그 이하인 경우에는 해당 케이스가 시(市)인 경우 주의 단계로 분류된다. 반면, 군(郡) 또는 구(區)인 경우에는 다시 자체사업비율을 기준으로 구분되는데, 자체사업비율이 17.25% 이상인 경우에는 양호, 15.15% 이상 17.25% 이하인 경우에는 주의, 15.15% 이하인 경우에는 위험 단계에 속하게 된다. 끝으로 처음에 분류된 기준인 자체세입비율이 11.97% 이하인 경우에는 자체사업비율을 기준으로 35% 초과인 경우에는 주의, 이하인 경우에는 위험으로 구분된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자체세입비율과 자체사업비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지방소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자체세입비율과 자체사업비율이 낮은 경우 지방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 결과를 통해 지방 재정자율성이 낮은 지역이 지방소멸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율성이 낮기 때문에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지방소멸 위기로 인해 재정자율성 지표가 낮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결과를 통해 적어도 재정자율성과 지방소멸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자체세입비율이 낮은 경우에도 자체사업비율이 높은 경우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을 볼 때 지방소멸 문제에 있어 지방 맞춤형 정책이 시행된다면 훨씬 더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본 분석은 2016년과 2017년간 20~39세 여성의 인구 증감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출력변수를 그룹으로 구분하기 위해 비율척도인 여성인구 증감률을 임의로 3등분했는데, 이는 집단 간 분산을 감소시키고 집단 내 분산을 증가시켜 분석상 편의를 일으킬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 하지만 지방소멸이라는 문제의 시급성과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재정분권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해 지방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조차도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방소멸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재정분권을 실현하여 지방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임을 우리 모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