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뉴스레터 2013 6월호
집중조명 >재정분권의 현황과 전망


재정분권의 현황과 전망

지방자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실질적인 지방자치는 그 물적 기초로서 자율적인 재정활동을 통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에서는 지방자치, 지방분권의 현재 위상, 나아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재정분권’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10월 29일은 “제1회 지방자치의 날”로 지정이 되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방자치박람회, 국회에서의 기념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었다. 그런데 왜 이 날이 지방자치의 날로 지정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은 듯하다. 국회에서 개최된 토론회에 참가한 한 발제자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그 날이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의 헌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지방의회는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구성하되, 그 구성시기는 법률로 정한다”는 지방자치 유보를 규정한 부칙조항이 있었는데, 그것을 1987년 10월 29일 개정 헌법에서 삭제하여 지방자치의 실시를 앞당기게 된 중요한 의미가 담긴 날을 기념하는 뜻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제서야 그날 토론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그날의 의미를 이해한 듯하였다.
그런데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행해지면서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부활된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2013년에 하필 왜 ‘제1회’ 지방자치의 날이 지정되었을까? 의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지방분권정책과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 것인가? ‘10월 29일’과는 달리 ‘2013년’과 관련해서는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못한 듯하였다. 이는 역으로 현재 지방자치가 오히려 심각한 위기적 국면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크게 무리일까?

재정활동 면에서 지방분권의 현재 위상을 파악하고 나아가 앞으로의 향방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을 ‘현상’과 ‘본질’의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상적 관점’에서 재정분권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세출과 세입 등 재정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지방정부에게 얼마나 나누어 주고 있는지를 파악해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재정분권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지방정부에게 더 많은 세출과 세입에 관한 권한을 갖게 해주는 사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로 하여금 지역사회 내지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지역사회 필요에 부응하는 지방공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친화적인 지역발전을 이루어내게 하는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본질적 관점’에서의 재정분권의 정도는 지방재정에 관한 의사결정과정에 지역사회의 의사가 반영되는 통로가 얼마나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우리나라 재정분권의 현실적 위상을 점검하고, 나아가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현상적 분권의 상태를 보면, 먼저 세출측면에서 교육재정을 포함한 사용기준으로 볼 때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6:4의 비중으로 공공서비스를 나누어 공급하고 있다. 그에 비해 세입측면에서 지방세와 국세 배분비중은 2:8로 국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음 또한 다 아는 사실이다. 지방세와 국세 배분비중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비율인 바, 그런 가운데서도 지방정부의 지출비중이 높게 유지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참여정부 시기 지방교부금 배분비율이 대폭 높아지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내국세 대비 지방교부세 법정배분비율이 종전의 15%에서 2004년 1월에 18.3%, 12월에 분권교부세가 신설되면서 19.13%, 2005년 12월에 19.24%로 상향조정되었던 것이다. 분권을 강조한 참여정부답게 지방정부의 세출권한을 높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세원배분 면에서는 종전수준을 답보하여 2:8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흔히 말하는 자체재원주의에 바탕을 둔 분권을 추구하지 않고 일반재원주의에 의한 분권을 추구해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이명박정부 때는 지방소비세 신설로 인해 지방세원이 다소 늘어나긴 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위와 같은 추세를 바꾸는데 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 정부가 지방소비세 배분비율을 2014년에 3%, 다음해 3%로 순차적으로 올리기로 한 것은 일정부분 자체재원비중을 높여 현상적으로 재정분권수준을 제고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주로 현재 중앙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취득세 영구인하로 인한 지방세원 손실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면 역시 이전재원 중심의 세출분권위주의 재정분권 상태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한편, 이러한 현상적인 분권 논의에서 분권의 본질적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우선 위와 같이 주어져있는 세출과 세입분권 수준을 갖고 실질적으로 지방재정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얼마나 많은 자율권을 행사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외형적으로 똑같은 정도의 재원이라 하더라도 지방정부가 세입상황이나 세출활동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지방정부로서는 지역사회의 의지를 담아낼 수 있는 여지가 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먼저 세출측면에서 2005년 그 동안 이어져왔던 ‘예산편성기본지침’이 폐지되면서 예산편성과정에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안행부가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운영기준’을 시달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예산편성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금년 7월 안행부가 그 ‘기준’을 시달한 이후 여러 지방정부 관련기관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해있음만 보아도 그 실태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편, 세입부문에서는 낮은 비중의 지방세마저 그 운영과정에서 지방정부가 갖는 자율성의 폭이 매우 제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세운용면에서 지방정부에 자율성을 주기 위해 지역자원시설세에 국한해서 주어져있는 임의세제도나, 보다 폭넓게 제도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탄력세율제도도 현실에서는 제대로 활용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기간세인 재산관련세의 과표결정과정에서도 지방정부가 갖는 자율성은 거의 없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재정수단의 하나인 비과세?감면의 경우도 그 대부분이 지방정부의 의지를 담아 조례로서 실시되지 않고 중앙정부의 의지를 담은 법률로 시행되어 왔다. 2011년 기준 조례에 의한 감면은 전체 지방세감면 대비 5.3%에 지나지 않고 있음은 이러한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종합컨대, 지방정부의 자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재정분권의 실상은 더욱 취약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 정부가 지방소득세를 현재의 국세 부가세 방식에서 세원을 독립시켜 지방정부에게 자율적인 운영권을 제고시키고자 하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분권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은 어떤 식의 자율권을 줄지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재정분권의 보다 본질적인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주어진 세출과 세입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나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가 있는지 얼마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여예산제도’가 임의조항으로 도입된 이래 2011년부터 강제조항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시사점이 크다. 지역사회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예산편성과정에 지역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지역친화적인 재정활동을 촉구할 수 있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참여예산제도 실시가 강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렴된 의견을 다 반영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는데다가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의하면 참여절차를 거쳐 수렴된 의견이 예산편성에 반영되는 것은 지방정부의 재량에 맡겨지고 있는 점을 보면, 아직 지역사회 의사가 지방재정운영과정에 반영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졌다고 보기 힘들어 보인다. 나머지 지방채 발행과정이라든가 지방세?비과세 감면 등의 어떠한 과정에서도 지역사회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알 수 있다.

이제 같은 논의 선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면, 위와 같은 지방재정운용 틀을 넘어서서 보다 근원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관계 틀을 새로 만들고 고쳐가는 과정에서 지방정부 내지 지역사회의 의사가 반영되는 통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지방세원의 배분이라든가 교부세비율 내지 교부기준과 같은 정부 간 재정관계 틀의 변화는 곧바로 지방재정의 운영을 규제 내지 통제하는 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흔히들 ‘정부 간 재정관계 조정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틀의 결정은 전적으로 안전행정부나 기획재정부와 같은 중앙정부의 고유한 결정영역으로 되어 있다. 지방정부의 의사를 건의하는 기구로서 ‘지방4단체협의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 기구의 역할은 지방정부의 의사를 단순히 건의하고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말하자면, 지방의 문제가 지방주체가 빠진 상태에서 전적으로 중앙정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이는 지방재정과 관련된 틀을 만들고 고쳐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는 나라들이 지방정부와 협의해서 결정하는 제도적 내지 관습적 틀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보면, 우리의 경우 실질적인 재정분권과는 거리가 매우 떨어져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침 현 정부는 대선 ‘정책 공약’, ‘국정과제’, ‘지역공약 이행계획’ 등 여러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지방 내지 지역문제를 다루어나감에 있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내지 ‘협약’과정을 강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제도화하겠다는 의지까지 비치고 있다. 이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실질적인 재정분권의 정도를 제고시키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내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지방재정문제를 다루어나가는 과정에서 ‘협력’이나 ‘협약’의 제도화와 같은 것이 논의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지방정부와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지방정부에 심각한 부담을 주는 ‘영유아보육서비스’공급 문제라든가 ‘기초노령연금’제도와 같은 것을 결정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고 보면 현 정부가 지방 내지 지역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협력’ 내지 ‘협약’과정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선언적인 의미를 넘어서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현 정부하에서 재정면에서 지방분권의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귀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분권이라는 것은 중앙정부에 의해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닌 것이다. 차제에 실질적인 분권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지역중심적인 지역발전을 통해 삶의 질을 제고시켜가고자 하는 지역사회와 지역주민, 그들에 의해 선출되는 지역정치인들의 자기노력에 바탕을 두고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1987년의 사회민주화과정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유보되어 왔던 지방자치 보류조항이 헌법에서 삭제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매우 시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