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실천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에 대한 심판으로 이루어졌다. 19대 국회가 최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한 마디로 할 일은 안하고, 안 할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못하고 국정을 마비시킨 것이다. 정치기관이 정치의 실종을 가져온 것이다. 세월호 사건 때도, 메르스 사태 때도, 가습기 사건때도 국회는 없었다. 국회의 문을 닫거나 뒷북을 치고 있는 모습으로 인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20대 국회의 가장 큰 과제는 상실된 국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지방분권을 통해 국가기능 마비를 막아야
국가가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만 여기저기서 기능마비 증상이 호소되고 있다. 안전을 그렇게 강조했지만 안전사고는 그치지 않는다. 국민행복시대를 선언했지만 국민행복도는 2015년 세계 47위에서 58위로 추락하였다. 자살률은 OECD 국가에서 가장 높다. 경제발전에 올인했지만 경제의 불씨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있다. 국가가 모든 일을 하려고 하니 한 가지도 제대로 할수가 없는 작동불능사태가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국가의 업무가 비교적 단순하던 시대에는 중앙정부가 모든것을 할 수도 있었고, 효율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같이 전문화되고, 복잡화된 지식정보사회에서 중앙정부가 모든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주년을 맞은 세월호 사건만 해도 중앙집권적인 지휘체계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보여준 단적인 하나의 사례이다. 현장에 있는 시장ㆍ군수와 시ㆍ도지사에게 지휘권이 주어졌더라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보고를 주고 받느라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국민행복도 중앙정부가 챙길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생활자치를 실천하고 있는 지방정부가 책임을 맡아야 할 과제이다. 경제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경제를 이끌어가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환경의 변화로 경제운영 시스템의 전환이 요구받고 있다. 미래학자인 토플러는'불황을 넘어서'라는 책에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정부도 더 분권화하라고 요구했다. 국민경제 대신에 지역경제의 시대가 개막되었기 때문이다. 토플러는 2001년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바치는 '위기를 넘어'라는 보고서에서도 대한민국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분권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과거 중앙집권적 관료주의제도는 더 이상 지식정보사회의 국가경영시스템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제20대 국회의 과제 : 상실된 국회의 신뢰 회복
ㆍ지방분권, 지식정보사회의 새로운 국가경영시스템이다.
1. 국가경영시스템의 새로운 시대적 요구인 분권을 법률과 헌법에 명실상부하게 반영
2. 집행권은 물론 입법권 자체를 지방에 이양하여 지방정부의 다양한 정책 실현을 도모
ㆍ지방자치, 국민과 주민에게 주권자의 지위를 복권하는 것이고, 이것이 곧 민주주의이다.
1. 국민주권과 주민주권 실현을 위해 국민과 주민에게 국민투표와 국민발안 및 주민투표와 주민발안 등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입법적으로 해결
2. 주민과 국민에 의한 정치통제 강화로 정치의 신뢰 회복
예컨대, 주택과 토지문제는 중앙정부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가 없다. 지방마다 주택사정이 다르고 토지의 이용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토지정책과 주택정책을 획일적으로 마련하다 보니 중앙정부가 마련한 주택정책과 토지정책은 어느 지역에도 맞지 않는 것이 된다. 특히 교육은 다양성을 본질로 한다. 스위스나 독일처럼 중앙정부에서 교육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지 않고 지방정부에 입법권까지도 맡기는 이유는 그 다양성을 유지하고, 지방정부 간의 경쟁을 통하여 아래로부터 혁신을 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항상 문제되는 것은 교육부의 관료적 획일화로 교육의 다양성이 말살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해줄 필요가 없다. 지방마다 다양한 정부형태를 실험해보고 성과가 좋은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예컨대 지방에 따라서는 내각제형의 정부형태나 이원집정제 혹은 위원회 형태의 정부구조를 도입할 수도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도 성과가 좋은 지방정부의 모델을 따라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중앙정부를 개혁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대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법률과 헌법에 반영하여야 한다. 국가 경영시스템의 큰 틀을 짜야 한다. 토플러가 정확하게 진단한 것처럼 국가부재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분권이 정답이다. 단순히 집행권만을 지방에 이양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입법권자체를 이양하여 지방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금 법률에서 규율하거나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규율하고 있는 부분을 법률개정을 통하여 과감하게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할 필요가 있다. 보다 효과적이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법률이나 명령의 규정에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특수성에 부응하기 위하여 조례로 달리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제주특별법에서 일 부분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를 발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초중등교육에 있어서 학교의 운영이나 교과과정에 관련된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방식이다. 국회는 전국적인 통일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만 직접 입법권을 행사하고 다양한 해법이 요구되는 분야의 입법은 지방으로 넘겨야 한다. 그래야 중앙도 살고 지방도 산다.
주민과 국민에 의한 통제강화로 정치의 신뢰 회복
민주주의는 국민의 지배이다. 국민자치이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지배이다. 주민자치이다. 국민과 주민에게 주권자의 지위를 복권하는 것이 민주주의고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20대 국회는 국민주권과 주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과 주민에서 국가와 지방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입법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2004년 주민투표법이 도입되었지만 무용지물이다. 지금까지 8번만 실시되었다. 주민투표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주민투표의 실시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지방정치인이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경우에는 주민발안을 행사하여 주민들이 실제로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국민이 원 하는 것을 하지 않거나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결정하는 경우에도 국민은 속수무책이다. 국민은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이를 통하여 정치불신은 증대되고 국회에 대한 신뢰도 상실된다. 국민투표와 국민발안을 도입하면 국회는 이를 피하기 위하여 국민의 의사를 실현시키려고 노력을 하게 되어 국회의 신뢰도 비로소 회복될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