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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폭염과 산불로 기후변화 정책 변화 조짐

작성자이영기 작성일2010-08-11

러시아 역사상 최악의 폭염과 산불이 기후변화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정책에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경제성장 차질을 우려해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던 러시아 관료들이 최근 기상이변을 지구온난화와 연결짓기 시작하면서 더 효과적인 환경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민간환경단체 '에코디펜스'의 공동의장 블라디미르 슬리뱌크는 "지구온난화에 제때 대응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최근의 기상이변은) 모닝콜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에선 두 달째 계속되는 폭염과 곡물 수확량의 3분의 1을 망쳐버린 가뭄, 중서부 러시아 지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크렘린도 이번 사태에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러시아 기상청은 지난 7일을 정점으로 산불로 인한 모스크바의 스모그가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으나 지난주 모스크바 인근 지역의 산불 규모는 65헥타르에서 210헥타르로

3배나 증가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주 크렘린 웹사이트에 영어로 올린 글에서 "러시아는 지난 50~100년 이래 지금과 같은 폭염을 겪은 적이 없다" "우리는 이번 여름에 경험하고 있는 이상 기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중부 지역에서 일어난 상황은 지구온난화의 증거"라며 "이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과거에 이용했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 지도자가 지구온난화에 대해 자국민에게 한 발언으로는 가장 강력한 어조라고 CSM은 전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현 총리가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던 6년 전 교토의정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국제 환경회의에서 지구 온난화 감소 방안에 찬성하는 강력한 수사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고도 경제성장 프로그램에 따라 2020년까지 30% 정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감소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환경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크렘린 관료들은 또 지구온난화가 오히려 러시아에는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해 해저에 묻혀 있는 자원 개발이 쉬워지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항로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슬리뱌크 의장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최근 시베리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가 탄소 배출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그렇게 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서방국가들을 이롭게 할 뿐 이라는 말을 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하는 러시아 대표들을 위해 작성된 크렘린의 공식 기후 독트린도 실질적 행동 계획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슬리뱌크는 "최근의 기상 이변이 있기 전까지 기후변화와 관련한 러시아의 공식 입장은 이중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많은 관료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이들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카네기센터 연구원 니콜라이 페트로프도 "위기 상황이 지나고 나면 관료들의 전형적인 타성이 장기적 조치를 취하려는 의지를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2년 모스크바 주변 늪지대의 이탄(泥炭)층에 불이 붙어 지금처럼 심한 연기가 모스크바 시내를 뒤덮었을 때 소련 당국이 이탄을 연료용으로 채취하기 위해 습지의 물을 빼는 정책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역사를 상기시켰다.

페트로프는 "지금의 위기는 그때보다 더 복잡하며 더 큰 정책 및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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